다섯살 때였나,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하나 떠오른다. 무슨 잘못인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내가 큰 잘못을 했던 것 같다. 어머니께서 빗자루 들고 나 대신 바닥을 때리시며 크게 야단치던 때였는데, 나는 어머니의 고함과 서슬퍼런 빗자루에 놀라 엉엉 울면서 구석에 쭈그러져 있었다. 그때 따르릉, 하고 전화가 울렸다. 어머니께서는 분노 모드를 일시정지하시고 전화기로 가셨다. "여보세요옹~?" 나는 평소 맑고 예쁜 어머니의…
[월:] 2026 10월
연재 1
어릴 때부터 의아한 게 하나 있다. 화장실은 왜 화장실인가. 화장실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아주 고약해서 비밀스럽고 사적인, 그러면서도 동시에 인간이라면 무릇 하루에 두세 번씩은 요란하게 해치우는, 똥오줌을 누는 일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화장실에서 간혹 화장하는 사람을 발견할 수는 있겠지만 대다수는 다른 일로 바쁘다. 그나마 화장과 유사한 일은 용변 직후의 절차일 것이다. 입술과 항문은 해부학적으로 동일한…
시간의 항복강도
우리는 시간의 모양을 상상할 수 없어서 직선으로 비유하곤 한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다. 흐르는 것인데 한 길로 흐르는 것이다. 갈라지지 않고 모이지도 휘지도 끊어지지도 않고 흐른다. 여기서 몇몇 사람은 태초의 유무를 두고 원점이 있는 반직선이냐 아니면 과거도 미래만큼 끝없이 소급한다는 직선이냐로 나뉘지만, 여전히 시간의 모양은 곧은 듯하다. 나는 이따금 시간을 만질 수 있다면 어떤 촉감일까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