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맑고 일교차 큼 저지른 잘못은 어떻게 만회하나? 회복은 불가능하다. 벌어진 일은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만회는 늦다. 제때 하는 만회는 결코 없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늦으면 늦는 대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만회는 완전한 회복이 될 수 없다. 다만 그걸 알고 만회를 시도하면 죄인은 자기 한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반성은…
조각 글들
2023. 10. 17. 요약생활 124
화요일, 맑고 일교차 큼 나의 잘못을 다시 생각한다. 나는 반성한다. 무엇이든 보여야 있다. 나의 잘못은 내게 너무도 선명하다. 내 잘못을 반성하는 일은 내 잘못을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데 있다. 이미 저지른 잘못을 보면서, 새로운 잘못을 낳지 않는 것. 반성은 잘못에 존재를 의탁한다. 나는 반성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의 반성을 보지 못한다. 내가 내 잘못을 모조리 드러내지 않는…
2023. 10. 9. 요약생활 123
월요일, 비온 뒤 갬 ἔστω δὴ αἰσχύνη λύπη τις ἢ ταραχὴ περὶ τὰ εἰς ἀδοξίαν φαινόμενα φέρειν τῶν κακῶν, ἢ παρόντων ἢ γεγονότων ἢ μελλόντων, ἡ δ᾽ ἀναισχυντία ὀλιγωρία τις καὶ ἀπάθεια περὶ τὰ αὐτὰ ταῦτα. 부끄러움은 다가오는, 일어나는, 일어날 악행이 낳는 현상에 대한 짐작 안의 것들에 대한 어떤 혼돈으로 겪는 고통이다. 무시와 어떤 무감정…
[독서노트]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지인 역, 곰출판, 2021. 2023년 9월 18일부터 9월 19일까지 읽다. 줄거리 혼돈은 이름 없는 자연, 더 나아가 이름 없음 그 자체다. 자연에 이름을 붙이면 질서가 생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David Starr Jordan)은 어린 시절 별들의 이름을 익히려 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식물과 동물의 이름을 익혔다. 루이 아가시(Louis Agassiz)는 자연에 이름을 붙이는 분류학(taxonomy)을…
희망온도 18도라는 기우제
photo by Sarah Heilbronner 덥다고 에어컨 희망온도 18도로 설정하는 사람을 나는 깊이 믿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사물을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다. 현재에 매몰돼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다. 분별력이 없다. 더위를 빨리 식히려면 희망온도가 아니라 풍량을 조절해야 한다. 희망온도는 특정 온도를 기준으로 온도를 낮추는 강도로 작동할지/유지할 정도로만 작동할지를 결정한다. 희망온도까지 얼마나 빨리/느리게 도달할지를 조절하는 건 풍량이다. 에어컨이 허용하는…
2023. 8. 30. 요약생활 122
수요일, 흐리고 가끔 비 그런 날이 있다. 몸이 축 처지는 날. 머리가 잘 안 굴러가는 날. 음식만 먹으면 옷에 흘리는 날. 무얼 해도 잘 안 되는 날. 그날이 오늘이었다.
2023. 8. 27. 요약생활 121
일요일, 맑음 결혼을 준비할 때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지원과 결혼반지를 맞췄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반지의 의미를 지원에게 말해주었다. 사람이 죽으면 뼈가 남는다고, 뼈만큼 오래 남는 건 바로 이 반지일 거라고. 그래서 우리는 반지에 유언을 새겨야 한다고. 지원과 나는 각자의 반지에 서로의 이름을 새기기로 했다. 먼 훗날 21세기 대한민국사를 연구하는 고고학자들이 땅을 파서 내 뼈를 발견하면,…
[독서노트]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2017.Aristotle. ed. R. Kassel, Aristotle's Ars Poetica. Oxford, Clarendon Press. 1966. 2023년 8월 14일부터 8월 27일까지 읽다. 1. 모방(μίμησις)제1장 모방의 차이점 1 - 수단제2장 모방의 차이점 2 - 대상제3장 모방의 차이점 3 - 양식(서술, 연기, 드라마, 코미디)제4장 시의 원인과 비극의 역사제5장 희극과 서사시2. 비극(τραγῳδία)제6장 비극의 본질과 구성 요소제7장 이야기의…
페미니즘에 관한 단상과 대화
영화 <오펜하이머>에 여성 인물이 적다는 비판이 돈다. 지능형 안티 페미니스트 같다. 그들은 모든 역할에 성별을 결부시킨다. 성별을 이유로 역량을 폄하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과장해서도 안 된다. 역할은 역량으로 결정해야 한다. 전통 사회는 역량이 아니라 성별로 역할을 결정하곤 했다. 분명 문제다. 그러므로 자연적 성별과 사회적 성역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이 페미니즘의 핵심이다. 아기를 낳고 젖먹이는 일…
단상들 2023. 8. 16.
(테세우스의 배 문제에 따라 과거의 일본제국과 현재 일본이 다르니 윤석열의 광복절 연설이 타당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사유와 행동] [오전 8:13] 저는 뭐 나쁘지 않은거같은데언제까지 반일감정 팔아먹을런지 ㅉㅉ네 저는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나간 과거니까 잊어야죠 [사유와 행동] [오전 8:16] 광복절이라서 더 의미있을수도 있다고 봅니다과거는 잊고 앞으로 나아가자라는 의미를 담을수도있는거죠반일감정이 아니라면 문제될게 없다고 봅니다 [사유와 행동] [오전 8:46] 태세우스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