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니분노를 노래하라니누군가 죽고 빼앗기고범죄자는 의기양양 살아가는데눈물이 흐르고 화가 나는데노래하라니아름답게 이야기하라니너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말이 안 되지피는 피로 갚아야지싸우고 쪼개고 다그쳐야지나는 그날 이미 죽었으니까노래는 생명의 바람이니까마치 태어나지 않았던 것처럼이름도 없이
조각 글들
양파
내 얼굴에서젊음 한 조각 떼어내면잘라낸 흔적이 이마에가로로 한 줄우리 사이에서먹한 마음 서걱서걱벽 쌓는 소리가르는 소리나는 밥을 짓다가도마에 토막난 양파들이내 얼굴 같아서 우리 같아서눈물을 흘렸다 아주 조금
글 잘쓰는 법
“(일반적 청중의 주의를 환기하는) 그러한 도입부는 무엇보다도 나쁜 쪽을 대변하거나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들이 즐겨 사용한다. 그들에게는 사건 자체보다 다른 것을 강조하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예들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서론을 늘어놓으며 에둘러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3권 14장) 뼈 맞았다. 여태 내가 글 쓰던 방식. ‘이게 왜 중요하고, 어떻고, 나는 어떻게 이걸 발견했고,…
가족돌봄청년 – 외면 받는 청년들
간병은 누구에게나 고역이지만, 청년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영 케어러(young carer)'라 불리는 가족돌봄청년 이야기다. 한 사람이 아프면 온 가족이 흔들린다. 삶은 그 자체로 노동이어서, 매일 해야 하는 일을 해야만 한다. 아우게이아스의 마구간을 치우듯 자고 나면 초기화된다. 성취가 쌓여야 앞으로 나아가는데, 쌓이는 건 내일의 일뿐이다. 주경야독이라도 해야 미래가 있다. 그러나 청년의 삶에 간병이 끼어들면 일이든 공부든 하나는 포기해야…
황혼 자살 – 죽음을 선택하는 노인들
자살에 관한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나는 무의식 중에 젊은이를 떠올렸다. 그런데 틀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빈번하게 목숨을 끊는 연령대는 80세 이상이다. 2021년 기준 80세 이상 10만 명당 61.3명이 죽음을 선택했다. 전체 연령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6명이었다. 80세 이상 노인들이 세 배 이상 빈번하게 세상을 등진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유독 이때만 그런가 해서 찾아봤더니, 20년 넘게 80세…
2023. 7. 26. 요약생활 120
화요일, 구름많음 지원과 함께 이사 떡을 돌리고 받은 답장. 낯선 이가 공포라는 요즈음, 두려움의 문지방을 넘어 본다. 우리는 모두 누구에게는 악인, 누구에게는 은인일 테니. 다 그렇게 사는 거다.
요리
단어를 송송송송 썰어서 원고지에 담는다 대전제-소전제-결론 삼대 영양소를 갖추고 예를 들어 맛을 낸다 세상을 벨 수 있다니 펜은 칼보다 강하군 언제 내야 할까 시장이 반찬이라는데 가장 배고플 때 대접해야지 지금 인가? 아니, 지금 이지 아이 이것 참, 지금 은 칼로 물 베듯 자꾸만 흐르는데 글은 식어가는데 밥 때 다 지나는데
책임지고 사퇴하기란 무엇인가
밀양시립박물관 소장 조선 관모: https://www.miryang.go.kr/msm/age/EgovMuseumAgeDetail.do;jsessionid=FA4201C8A8F57A4D1966BD11CED9B7CD.was1?mnNo=40101000000&searchKeywordTo=&nmtIdx=686&searchCondition=&searchKeyword=&pageIndex=1#? https://alook.so/posts/OEtO2bR 사고친 공직자가 "책임지고 사퇴하겠다"고 하면 “똥 싸질러 치우지도 않고 내뺀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리석은 소리다. 사퇴는 공직자가 책임지는 첫 번째 행위다. 첫째는 그것이 내 잘못이라 인정하는 행위요, 둘째는 그러므로 나는 여기 더는 있으면 안 될 놈이라고 인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격 없는 놈이 자리를 지키는 게 더 큰 문제다.…
메스
나는 눈으로도 벤다 세상을 조각내면 점 하나에 무한한 거리 두 점 사이엔 영원히 만나지 않을 카오스와 가이아 점 하나를 더하면 만들어진 신이 내게 추앙을 강요하고 마치 점이 없다는 듯이 세상을 쪼개면 이곳에 존재하기엔 너무나 완벽한 평행선 상처는 깔끔해야 빨리 아물어 종이에 벤 손가락을 입에 물며 말했다 입에는 변기보다 많은 세균이 살아 그들의 고향은 장내세균총 켜켜이…
가족이란
별수없는 것 함께하는 것 맺으려면 어찌저찌 맺히는데 끊으려면 영 쉽지 않은 것 대법원 등기소에 새긴 타투 같은 것 유골 같은 것 가까운 것 그래서 때로 먼 것 가끔은 잊고 싶은데 잊히지는 않는 것 슬픈 것 가족은 가족이야 식구야 웃음이야 책임감이야 내밀한 표정이지만 속마음은 아니야 방문 닫고 이불 뒤집어 쓰고 우는 거야 안이면서도 겉에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