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선배

인생 선배가 될 것 같았던 사람을 만났다. 나와 비슷하게 군 생활을 했고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를 먼저 연구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몸 담던 기관에 들어가도 될지 조언을 구했다.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화통화를 성사시켰다. 그런데 웬걸 너무나 무식한 사람이었다. 뻔히 반박될 수 있는 말을 서슴없이 지껄이는 사람은 무식하다. 더군다나 그 말이 다른 사람에 대한 무시라면 더욱.…

2021. 8. 24. 요약생활 85

혼란을 겪는 중. 내가 아는 것과 내가 알고 싶은 것 사이에서, 내가 쓰고 싶은 것과 쓸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학기 안에 논문을 쓸 수 있을 것인가? 한 학기 미룬다고 논문을 쓸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가? 전혀.. 어제 백신을 맞았는데 어깨가 욱신거리는 것 빼고는 아무 이상이 없다. 좀 많이 졸렸을…

2021. 8. 20. 요약생활 84

논문 작성에 열중했다.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주부터였다. 해야 할 일이 크고 많다보니 시작하기를 차일피일 미루었다. 시작하고 나니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히 큰 일이라는 '생각'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는데, 시작하고 나니 여기부터 저기까지 해야 할 큰 '일'을 앞에 두게 됐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좋은 글은 좋은 의견이고,…

학계에 기여한다는 것

왜 공부를 할까? 사람은 세계 속에 산다. 본인만을 가꾸며 사는 방법도 있겠으나 세계를 가꾸는 데 힘을 보태며 사는 방법도 있다. 공부는 모르던 것을 알게 하고 알게 된 것을 잊지 않게 하는 작업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망각의 구멍으로 끊임없이 쏟아져내리는 지식을 주워담기 위해 노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틈에서 나라는 인간을 알리기 위해 행위하는 삶을 사는…

2021. 8. 2. 요약생활 83

연구 주제가 조금 바뀔 것 같다. 내가 관심 있는 주제는 "사람들이 약속을 지키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약속을 왜 지켜야만 하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설명을 시도했지만, 약속에 대한 설명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무엇 때문에 사람은 약속을 지킨다"라는 설명(결국 "법의 이념은 무엇이다"라는 설명)은 "인간은 죽는다"라는 설명과 같은 설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에 대한 의견이나 이론은 진리에 대한…

개미는 과다출혈로 죽지 않는다

“야, 그거 아냐? 개미는 다리가 떨어져나가도 피가 안 난대.” “그래요?” “사람은 팔다리가 잘리면 피가 나잖아. 그런데 그게 사실 혈관이 충분히 넓어서 피가 나는 거거든.” 사장님은 손에 든 이력서를 아무렇게나 두고 컵을 찾았다. 투명한 유리컵을 이력서 위에 얹고 물을 부었다.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면서 한 손으로는 탁자 한켠에 치워둔 재떨이를 끌어다 피우던 담배를 얹었다. 그는…

2021. 7. 15. 요약생활 81

아렌트의 사상에서 법이 행위(변화)의 조건인 세계와 안정성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살펴봤다. 다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법 개념이 아렌트의 사상에서 얼마나 강조되고 있냐는 것이다. 여러 문헌을 살펴보았을 때, 법철학적 맥락으로 아렌트를 읽는 시도는 꽤나 도발적일 수 있다. 아렌트 스스로는 법의 이념이 무엇이라고 정의하지도, 법의 중요성을 설파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아렌트 사상을 해석하다보면, 해석을…

2021. 7. 14. 요약생활 80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정독하고 있다. 학부생들과 함께 『공화국의 위기』도 읽고 있는데, 그중에서 「정치에서의 거짓말」을 이번주에 뗐고 다음주에는 「시민불복종」을 읽을 차례다. (동시에 마르크스의 『자본론』도 절반을 넘게 읽었지만 지금 논의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법대에서 공부 못 한 귀신이라도 붙었는지, 자꾸 아렌트 논의에서 법을 다루는 맥락만 보인다. 오늘까지 알게된 것들을 조금씩 정리해본다. 세계를 구성하는 법 아렌트가 "세계"라는…

2021. 7. 7. 요약생활 78

일기는 삶을 요약하는 일이다. 경험한 바를 요약하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래서 일기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기 위해 중요하다. 그렇게 중요한 일기를 요새 쓰지 않았다. 일기를 쓸 짬이 안 났다는 변명에는 사실 그만큼 성실하게 살지 않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학기가 끝나고 한동안 술에 취해 있었다. 읽기로 마음 먹은 책들을 겨우 읽어내며 살았다. 그래서…

죽음, 타인 없는 삶

강대영 외 9명, 『법의학』 법의학에서 죽음은 생명활동이 영원히 불가역적으로 정지 및 소실된 상태이다. 생명활동은 평형상태(homeostasis)를 유지하는 운동으로서, 내부의 질병이나 외부 자극으로 인한 손상을 입었을 때 회복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반면 죽음은 자극에 대한 반응과 운동, 물질대사 능력이 모두 감소해 나가서 완전한 정지를 향해 변화하는 과정이다. 죽음의 과정은 가사-장기사-개체사-세포사의 단계로 나타난다. 죽음을 볼 때 인체는 세포<조직<장기<계통<개체로 구성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