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로서의 선거

함께 살자고 하면 싸움도 정치가 된다. 너 죽고 나 살자고 하면 정치도 싸움밖에 안 된다. 선거는 본디 싸움이다. 선거가 끝난지 언젠데 피바람이 불 것만 같다. 같이 살자는 말이 안 나와서 그렇다. 패배자를 죽음으로 내몬 역사가 있어서 그렇다. 소위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사람들은 저쪽이 범죄를 저지를 것 같아서 이쪽에 표를 던진다. 범죄는 그야말로 ‘너 죽고 나…

무능이 자랑이 되는 시대

공감능력을 잃었음을 자랑스레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그들은 ‘내가 이렇게 똑똑해서 너희와는 시각이 달라’라고 말하는 듯하다. 예컨대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비극적인 사건을 보고도 우스개랍시고 보험료를 계산한다든지, 삶의 막다른 길에서 곡기를 끊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앞에서 게걸스럽게 배달음식을 처먹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타인의 비극을 한낱 농담거리로 삼는다. 그들의 유머에는 금기가 없다. 그들은 자기 입으로 내뱉는 헛소리를…

작업정신

나는 지난 1년 동안 학문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정말 밥먹고 책만 봤다. 읽고, 쓰고, 때로는 밥을 거르거나 잠도 자지 않았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음미하느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학문과 인격의 도야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다 보니 언제 어떤 성취를 이루어야겠다는 목표 자체가 없었다. 학위논문을 언젠가 쓰게 될 것이라는 막연함만…

보좌관으로 태어나기

입법보조원으로 국회에 출근한 첫 날이다. 입법보조원은 말하자면 보좌관이라는 최종 테크를 타기 위한 기초 직업이다. 테란으로 치면 마린, 메이플로 치면 초보자다. 건물에 들어서는 법부터, 점심에 밥 먹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웠다. 아주 인상적인 건, 매순간 생각할 것들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감시와 통제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가? 공무원의 주기적 방문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1)

조직문화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그런데 조직문화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 조직문화가 소위 MZ세대를 위해 직급파괴, 파격적인 승진, 상사의 간섭을 받지 않을 자유 보장, 풍성한 사내복지, 적게 일하고 많이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조치들의 총계에 불과하다는 듯한 논조가 많다. (당장 오늘 뜬 기사만 보더라도 그렇다) 조직문화라는 말에 '문화'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조직문화를 언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문화가 무엇인지, 그런 문화가…

말의 힘

인간의 말은 힘을 갖고 있다. 말은 자기 자신과 세계, 그리고 타인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인간을 움직이게 만들고, 움직이는 인간은 모든 것을 바꾼다. 심지어는, 약속과 같은 말들이 매순간 바뀌는 인간의 마음과 모습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도 있다. 말의 힘은 변화와 안정으로 나타난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말은 인간에 한계를 짓는다. 인간이 하는 모든 말은 사실을 가리키더라도 의견처럼…

경영철학과 기업문화

여러 기업의 채용사이트를 기웃거리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소위 '뜬다'고 평가 받는 몇몇 기업들이, 특정한 책을 마치 마케팅하듯이 회사의 문화와 연관지어 공개하거나, 그 책을 읽었는지 여부를 평가 요소에 반영하겠다고 공개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에서 나는 경영철학이라는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고 본다. 이름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뜻이 있었다 과거에는 철인왕 같은 지도자가 각광받았다. 다소 논란의 여지는…

사람들은 어떤 글을 좋아할까?

요새 이런 저런 실험하며 살고 있다. 일단 목표는 링크드인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것. 2주 동안 두 편의 글을 썼는데, 하나는 <꼰대란 무엇인가>였고, 다른 하나는 오늘 발행한 <자곤의 함정>이었다. 두 글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서로 상반된다. 1) 내용의 수위<꼰대>에서는 도전적인 내용을 썼다. 누군가는 동의할 것이고, 어떤 이는 반대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요새 민감한 세대 문제를 짚었다.…

꼰대란 무엇인가

꼰대는 어떤 사람일까요? 국어사전에는 늙은이나 선생님을 이르는 은어라고 나와 있습니다. 혹은 자신의 경험만이 맞다고 가르치려 드는 사람을 일컫는다고도 하네요. 영어로는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멸칭인 부머(boomer)가 비슷하겠네요. 특정 세대가 남의 말을 잘 안 듣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듯이 행동한다고 보는 편견은 미국에도 있나 봅니다. "뉘예뉘예~"를 영어로 하면? "ok, boomer" 꼰대와 부머의 공통점은 남의 말을 듣지…

2022. 1. 2. 요약생활 88

내 생활을 돌아보는 일을 지난 추석에 하고 그만두고 있었다. 이제 해도 바뀌고, 논문도 통과하고, 졸업만 앞두고 있으니 쓸 때도 됐다. 오늘은 지원과 여기 저기 쏘다녔다. 그런데 어디를 다녔는지보다 더 중요하게 적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설거지. 설거지는 밥을 먹을 때마다 해야 한다.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설거지, 빨래, 청소를 해야 할 것이다. 아렌트가 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