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소감(이자 경고)

결혼을 하니 남의 집 침대 사정이 자연스럽게 공론화된다. 나는 이게 참 싫다. 1. 무거운 걸 들으래서 몸을 굽혔더니 '신혼인데 허리 아껴야지'라며 웃는다. 이미 관용적인 표현인 것 안다. 근데 싫다. 분위기 깨고 싶지 않아 나도 웃어 넘기긴 하는데, 기분 더럽다. 나를 성적 농담 대상으로 삼는 건 얼마든 오케이. 그런데 결혼하니 자연히 내 아내가 엮인다. 농담 대상으로…

골골송

우리는 언제까지날짜를 셀까순간을 건너기도 이렇게 힘든데고양이를 보면서나는 생각했다가르릉 소리를 들으면서푸리에는복잡한 소리와 단순한 소리를 구분하고 복잡한 소리가 단순한 소리들로 구성된다는 복잡한소리를 했다 고양이의고운 저 소리도신디사이저건반 몇 개를동시에 누르면똑같은 소리가 난다는 소리다소리는힐베르트의 거리와제논의 순간을 넘어내게 닿아 귓전을 울린다울리면서 고양이 네가 죽을 때뚝그칠 것이다나는 왜 너의 장례를 치러야 할 운명일까

독서대중은 왜 사라졌는가?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다. 아니, 글을 읽지 않는다. 이건 도서 시장의 위축이니 독서 인구의 감소니 하는 문제가 아니다. 현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읽기에 무능해졌다는 것이다. 독서대중이 사라졌다. 여기서 독서는 책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텍스트를 읽어 나가는 활동을 의미한다. 텍스트를 읽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출근길 지하철에 타면 모두가 무언가를 읽는 데 열중이다. 다들 무엇을…

2023. 12. 11.-18. 요약생활 131-136

2023. 12. 11. 월요일. 바쁘게 살았다. 의회 일이 늘 그렇듯이 소란스럽다. 본회의 현장에서 보조한 건 처음이었는데, 말 그대로 혼돈과 흐름이었다. 잠깐 멈추고 좀 생각해서 움직이면 안 되나? 저녁에는 회식자리에 억지로 끌려갔다. 2023. 12. 12.-14. 열심히 살았다.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2023. 12. 15. 금요일. 독서모임 플랫폼을 개발했다. 도서목록과 모임소개를 확인하고, 모임후기 등을 남길…

6억 벌었다

물론 내 돈은 아니다. 하지만 내 돈 6억을 번 것만큼이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지난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예산안을 심사하는 기간이었다. 예산안을 검토하면서,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점은 모두 지적했다. 내가 작성한 질의서 중에는 읽힌 것도 있었고, 읽히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유독 한 질의서가 쟁점이 됐다. 준공업지역 발전방안 용역비에 관한 문제제기였다.…

2023. 12. 10. 요약생활 130

12. 8. 금요일 맑고 포근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공연히 시간만 보냈다. 12. 9. 토요일, 맑고 포근 이양수 독서모임에 나갔다. 성애 누나와 찰스 테일러의 의미지평에 대한 해석에 차이가 있었다. 나는 복수적 관점에서 의미지평은 공유 불가능한 각자의 속마음이라 보았고, 성애 누나는 이미 개인의 차원에서 진행되는 논의이므로 속마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이양수…

여명학교의 새로운 터전

여명학교라는 새터민 대안학교가 있다. 학생은 80여 명. 북한, 중국, 러시아에서 학생들이 찾아온다. 서울에서 중·고등학교 학력이 인정되는 유일한 학교다. 2004년에 개교했으니 올해로 20주년이다. 그런데 학교는 아직도 겉돈다. 중구 명동에서 셋방살이를 하다 은평구 뉴타운에 학사를 지어 뿌리를 내리려 했다.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이전 계획은 무산되고 겨우 강서구 염창동으로 옮겼다. 폐교한 염강초등학교 건물에 다시 셋방살이를 시작했다. 4층 건물이지만…

2023. 12. 7. 요약생활 129

목요일, 맑고 쌀쌀 유재하는 친구의 음주운전으로 길에서 죽었다. 유재하의 1집을 다시 들었다. 자동차를 알아보고 있다. 혼자 살면 없이 살 텐데, 또 그게 잘 안 된다. 다음달에 독일 출장이 잡혀 또 언어 공부를 해야 한다. 뭐, 주로 영어를 쓰겠지만 현지어 알면 좋지 않나. 이탈리아에서 느낀 건데, 현지어 조금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게 가장…

2023. 12. 6. 요약생활 128

수요일, 비 출근 전에 <불안한 현대사회>를 읽었다. 출근길에 검정치마와 유재하의 1집을 들었다. 해야 할 일이 꽤 됐는데, 다 마치지 못한 하루였다.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건지 몸이 좋지 않았다. 퇴근길에 사야 할 것들을 겨우 샀는데, 그마저도 몇 개는 놓쳤다. 갓또와 재미나게 놀았다. 갓또도 우리와 시차적응 중이다. 모처럼 플라톤 <국가>를 꽤나 자세히 읽고 있는데, 깊다. 독서모임에서…

2023. 12. 5. 요약생활 127

화요일, 맑음 11월 19일 결혼하고 20일에 신혼여행을 출발해 12월 4일에 돌아왔다. 돌아와서 오늘 처음으로 출근했다. 회사 사람들은 여전히 내게 친절하고, 나는 일상에 만족한다. 출근길 내내, 출근한 뒤에도 오전 내내 한 일은 결혼을 축하해줘서 감사하다고, 신혼여행 잘 다녀왔다고 80여 명의 사람들에게 인사한 일이었다. 주된 인삿말은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는 것이었다. 새로 태어난 김에 새로운 삶을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