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Ⅰ)

내가 겪은 죽음들 나는 살면서 두 차례의 죽음을 겪었다. 당연히, 나의 죽음이 아니라 다른 이의 죽음이었다. 하나는 초등학생 시절 시장에서 사온 토끼, 토순이의 죽음이었다. 토순이에게는 여물냄새가 났고 나는 그 냄새가 싫었다. 샴푸 거품으로 벅벅 닦아 깔끔히 토순이를 씻겼다. 드라이어로 말리니 털이 보드라워 좋았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라 품에 안고 같이 축구를 봤다. 자기 전 건초를…

내가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

"그런데 꼭 내가 요리사가 되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무엇이 맛있는지, 어느 집이 잘 하는지만 알면 되지." 나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1년 동안 철학 공부에 매진하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모든 선택이 그러하듯이, 결심은 충동적이었고 설득은 논리적이었다. 읽어야지, 하고 책장에 쌓아놓은 책들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절간에 들어가 두문불출하고 책만 읽다 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