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학교의 새로운 터전

여명학교라는 새터민 대안학교가 있다. 학생은 80여 명. 북한, 중국, 러시아에서 학생들이 찾아온다. 서울에서 중·고등학교 학력이 인정되는 유일한 학교다. 2004년에 개교했으니 올해로 20주년이다. 그런데 학교는 아직도 겉돈다. 중구 명동에서 셋방살이를 하다 은평구 뉴타운에 학사를 지어 뿌리를 내리려 했다.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이전 계획은 무산되고 겨우 강서구 염창동으로 옮겼다. 폐교한 염강초등학교 건물에 다시 셋방살이를 시작했다. 4층 건물이지만…

2023. 12. 7. 요약생활 129

목요일, 맑고 쌀쌀 유재하는 친구의 음주운전으로 길에서 죽었다. 유재하의 1집을 다시 들었다. 자동차를 알아보고 있다. 혼자 살면 없이 살 텐데, 또 그게 잘 안 된다. 다음달에 독일 출장이 잡혀 또 언어 공부를 해야 한다. 뭐, 주로 영어를 쓰겠지만 현지어 알면 좋지 않나. 이탈리아에서 느낀 건데, 현지어 조금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게 가장…

2023. 12. 6. 요약생활 128

수요일, 비 출근 전에 <불안한 현대사회>를 읽었다. 출근길에 검정치마와 유재하의 1집을 들었다. 해야 할 일이 꽤 됐는데, 다 마치지 못한 하루였다.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건지 몸이 좋지 않았다. 퇴근길에 사야 할 것들을 겨우 샀는데, 그마저도 몇 개는 놓쳤다. 갓또와 재미나게 놀았다. 갓또도 우리와 시차적응 중이다. 모처럼 플라톤 <국가>를 꽤나 자세히 읽고 있는데, 깊다. 독서모임에서…

2023. 12. 5. 요약생활 127

화요일, 맑음 11월 19일 결혼하고 20일에 신혼여행을 출발해 12월 4일에 돌아왔다. 돌아와서 오늘 처음으로 출근했다. 회사 사람들은 여전히 내게 친절하고, 나는 일상에 만족한다. 출근길 내내, 출근한 뒤에도 오전 내내 한 일은 결혼을 축하해줘서 감사하다고, 신혼여행 잘 다녀왔다고 80여 명의 사람들에게 인사한 일이었다. 주된 인삿말은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는 것이었다. 새로 태어난 김에 새로운 삶을 살기로 했다.…

혼인서약

당신을 아내로 맞아 제 삶은 완성됐습니다.당신을 남편으로 맞아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신랑 최재영, 신부 김지원은수많은 증인 앞에서 결코 거두지 않을 약속을 합니다.아름다운 것들을 만드는 아내를 위해,아내를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들어주겠습니다.철학을 공부하고 지적세계를 탐구하는 남편을 위해,리액션이 좋은 프로경청러가 되겠습니다.가족을 위해 힘써 일하고 아내 품에 안겨 쉬겠습니다.언제나 두 몸 안에 한 마음을 사랑의 끈으로 묶겠습니다.우리의 사랑은 지금의 약속으로…

내 조카, 의준에게

의준아, 너는 오늘 사람이 됐다. 나도 너의 탄생으로 삼촌이 됐다. 너를 둘러싼 모두가, 너를 만나기 전의 무엇에서, 너를 만난 이후의 무엇으로 변신했다. 세상이 통째로 변했다. 너를 만나려면 일곱 가지 벽을 갈라야 한다. 의사는 나의 누나의 배에 메스를 댔다. 가장 처음, 피부를 갈랐을 것이다. 다음으로 지방층을 갈랐겠지. 그 다음은 근막을, 그리고 근육을 갈라야 한다. 장막을 가르고…

2023. 10. 22. 요약생활 126

Domenica, tempo è bello. Jiwon e io abbiamo incontrato amici italiani. Era per consegnare loro la lettera. Jiwon e io ci sposeremo questo novembre. Volevamo farglielo sapere di persona. Ci siamo divertiti a mangiare la pizza sulla riva del fiume. Una delle amiche, Giulia, ha preparato la frutta per il picnic. Quando abbiamo consegnato loro…

2023. 10. 18. 요약생활 125

수요일, 맑고 일교차 큼 저지른 잘못은 어떻게 만회하나? 회복은 불가능하다. 벌어진 일은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만회는 늦다. 제때 하는 만회는 결코 없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늦으면 늦는 대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만회는 완전한 회복이 될 수 없다. 다만 그걸 알고 만회를 시도하면 죄인은 자기 한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반성은…

2023. 10. 17. 요약생활 124

화요일, 맑고 일교차 큼 나의 잘못을 다시 생각한다. 나는 반성한다. 무엇이든 보여야 있다. 나의 잘못은 내게 너무도 선명하다. 내 잘못을 반성하는 일은 내 잘못을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데 있다. 이미 저지른 잘못을 보면서, 새로운 잘못을 낳지 않는 것. 반성은 잘못에 존재를 의탁한다. 나는 반성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의 반성을 보지 못한다. 내가 내 잘못을 모조리 드러내지 않는…

2023. 10. 9. 요약생활 123

월요일, 비온 뒤 갬 ἔστω δὴ αἰσχύνη λύπη τις ἢ ταραχὴ περὶ τὰ εἰς ἀδοξίαν φαινόμενα φέρειν τῶν κακῶν, ἢ παρόντων ἢ γεγονότων ἢ μελλόντων, ἡ δ᾽ ἀναισχυντία ὀλιγωρία τις καὶ ἀπάθεια περὶ τὰ αὐτὰ ταῦτα. 부끄러움은 다가오는, 일어나는, 일어날 악행이 낳는 현상에 대한 짐작 안의 것들에 대한 어떤 혼돈으로 겪는 고통이다. 무시와 어떤 무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