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흐리고 비 휴가를 쓰고 이삿짐 정리를 마저 했다. 온더보더에서 멕시코 음식으로 브런치를 해결했다.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기분이었다. 오전에는 지원과 이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샀다. 정수기 설치를 완료하고 가스레인지를 개통하기 위해 기사가 방문했다. 점심에는 집에서 정리를 하며 기사님들을 기다렸다. 가스 기사가 갓또를 아주 좋아했다. 오후에는 다시 홈플러스에서 필요한 물품을 샀다. 막바지에는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정신을 잃을…
삶
2023. 6. 24. 요약생활 115
토요일, 맑음 이사했다. 복층 원룸 월세 빌라에서 대단지 투룸 전세 아파트로 간다. 이제 공식적으로(?) 지원과 함께 산다. 하루종일 짐을 싸고 옮겼다. 군 시절 전투준비태세 훈련 때나 쓰던 커다란 PP박스에 옮길 짐을 넣었다. 전에 살던 집이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4층이어서 등에 짐을 지고 수없이 오르내렸다. 아파트에 도착해서는 다행히 손수레를 쓸 수 있었다. 옛집과 새집을 오가며 상차와…
2023. 6. 25. 요약생활 116
일요일, 흐림 생필품 구입, 어머니 생신 가족 식사, 이삿짐 마저 정리 08:30 침대에서 일어남 10:00 브런치로 맥모닝 세트 먹음. 멀티탭 배선작업 완료하고 컴퓨터 설치 예정… 글 쓰고 이사 박스 정리함. 14:30 어머니 생신 기념 가족식사 참석. 부천 복사꽃필무렵. 16:30 가족들이 집에 와 갓또 보고 감. 누나가 스탠드 선물해줌. 홈플러스 닫혀서 멀티탭 못 삼. 19:00 푹…
선
돌아가신 내 아버지께서 마주오는 트럭에 받힌 뒤로 나는 기차를 애용하기로 한다 중앙선은 믿음의 벽 줄지어 가는 자동차들 선을 넘어 균열을 내는 목마 한 마리 원운동을 하는 자동차에게 차선은 위선이라 나는 기차를 애용하기로 한다 아홉시 뉴스 말미 어느 개발도상국 특파원으로부터 수백이 죽고 수천이 다쳤다는 탈선사고 소식이 작게 한 꼭지 두 점 사이를 지나는 직선은 유일하다는데 아버지의…
「[박상훈 정치적 말의 힘]빈자를 위한 정치」에 부쳐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글은 민주정과 정치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글 같습니다. 논의의 전개가 과도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에서 금권정(τιμοκρατία)과 민주정(δημοκρατία)의 차이는 단지 재산의 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인다움(ἐλευθεριότης)이라는 윤리적 특성에 있습니다. 교환은 관계를 구성하는 행위인데, 기근이나 갈증과 같은 삶의 필연성에 종속되어 자유인답지 못하게 행동하면 교환관계가 성립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산을 가졌다…
전자레인지
우울한 날이면 편의점에 들어가 가장 비싼 포켓 위스키를 고른다 기분은 내야겠고 돈은 없고 안주는 원 플러스 원 냉동만두로 적당히 타협한다 만 구천 원짜리 발렌타인 양주는 이백 밀리리터 백 밀리리터에 오천 원 더하기 사천 오백원 일 밀리리터에 구십오 원짜리 스카치 위스키 대충 한 봉지에 오천원 하는 냉동만두 두 봉지 한 봉지에 네 덩이 원 플러스 원이면…
요지가 분명한 시
말 없이 설득하는 법을 아니? 잘 살면 된다 삶 자체가 증거가 된다 알아서 듣는다 기분 나빠도 배운다 앞뒤 안 가리고 끄덕인다 이 시대는 말의 인플레이션 위조지폐 같은 말을 쏟아내니 헐값이 되고 모두가 떠드는데 아무도 듣지 않는다 듣기 좋은 말만 앨범에 수집한다 앞뒤 안 가리고 끄덕인다 말이면 다 되는 줄 알고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면서 표현의 시식코너를…
옷
참 재미있지 옷이라는 게 지하철에 앉아 고개를 들면 마주선 중년남성의 사타구니와 내 입을 가로막고 있는 게 몇 겹의 옷이 전부라는 게 옷은 천이고 천은 실인데 얽히고설킨 몇 올의 실이 뜻밖의 구강성교라는 지옥에서 나를 건져올리다니 바지 속의 팬티 속의 피부 속의 세포막 속의 무엇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양파가 될 지도 몰라 그 속은 마리아나 해구보다 깊을 텐데…
탑
우리 있잖아 그때 말이야 우리가 무언가 쌓아가고 있었을 때 우리가 입술을 맞추고 있었을 때 말이야 네가 내 안에 내가 네 안에 우리는 그때 우리였지 나와 너로 흩어지기 전 그때 우리는 들숨과 날숨으로 조용한 숨결처럼 대화를 했잖아 이제는 고작 음파를 일으키면서 한숨처럼 소리쳐야 하잖아 외국어처럼 나는 empathy라는 말이 슬퍼 언제부터 나는 너를 느끼려면 네 안으로 들어가야만…
숙취
잔이 멈추고 무서운 숙취가 찾아오면 나는 이불에 갇혀 웅크리고 떤다 혼자 떤다 연탄가스 매캐하고 악을 쓰고 몸을 기울여야 겨우 들리는 술집에서 따닥 뚜껑을 딴 뒤 투명한 잔에 맑은 술 졸졸졸 창을 가린 허름한 시트지에는 푸른 초원에 웃는 소 일가족 건배, 건배, 건강이 최고야 펄떡이는 생선을 건져 눈 앞에서 대가리를 치고 배를 가르면 쏟아지는 내장 흥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