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 작업을 시작하는 체계적인 방법

글쓰기가 제일 힘들다. 글을 안 쓸 때에는 ‘아, 이런 걸 쓰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이 쏟아지는데, 막상 글을 쓰려고 펜이나 자판을 잡으면 한 글자도 나오지 않는다. 아니, 쓰는 건 많은데, 쓸 때마다 지우고 싶어져서 진전이 없다.

2025. 12. 6.자 한겨레신문, 최재봉 기자 칼럼 ‘아침에 들어낸 쉼표 하나를 오후에 되살렸다‘

어제도 글 한 편을 동료에게 보내기로 했는데, 마감기한을 놓쳤다. 공동으로 작업하기 위해 원고를 주고받기로 했는데 그 첫 약속부터 어긴 것이다. 우울한 마음으로 글쓰기 준비를 하던 찰나, 네덜란드 페른 대학교 철학과 마틴 렌츠 교수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내게도 너무나 중요한 내용이어서, 주요 대목을 옮겨본다.

[집필 작업을 시작하는 체계적인 방법]

시작하기
글쓰기의 소재가 될 어려운 텍스트를 찾아 읽는다.

사전 질문
1. 이 글은 어떤 종류의 텍스트인가?
2. 이 글의 장르는?
3. 이 텍스트는 무엇을 계승(transmission)했나? / 판본은 어떤가? / 번역은 어떤가?
4. 이 글의 화행(speech act)은 어떤 종류인가? / 저자는 누구인가? / 의도되거나 목표된 독자는 누구인가?

텍스트에 대한 질문으로 작업하기
1. 용법: 문제시되는 단어나 구절을 식별하고, 그것들의 의미를 명료하게 하라. 그것들은 전문적 용어인가, 일상적 표현인가? (여기서 자네는 백과사전 같은 자료를 찾아보아야 하네)
2. 내용: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어떤 사례가 해당할까? 만약 그 주장이 거짓이라면? 만약 그 반대 주장이 참이라면? (여기서, 자네는 주장과 반박을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하네. 상상력을 쓰게!)
3. 맥락: 다른 텍스트와 만나는 지점이 있는가? 용법과 연관되든, 내용과 연관되든 말이다. (인접한 단락이나 다른 텍스트, 역사를 뒤져보게)
4. 방법론적 측면: 자신에게 솔직히 물어보자: 나는 어떤 가정을 하고 있나? 내 가정들 중 어떤 게 이해를 촉진하고 있지? 어떤 게 텍스트의 내용을 어렵게, 부조리하게, 혹은 오류처럼 보이도록 만들지? 어떤 게 이 텍스트에 의해 직접적으로 뒷받침되나? 어떤 게 그렇지 않지? 가정들이 이 텍스트에 의해 뒷받침되거나 그렇지 않게 되는 그 방법을 검증하라. (여기서, 자네는 텍스트에 대한 자네의 반응—예를 들어 가정과 텍스트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가 방법론적으로 자네의 주장에 어떤 요구를 하는지—을 평가하도록 노력해야 하네)

계획된 작업에 대한 문제들
1. 어떤 주제들이 2차 저작에서 논의되는가? (이걸 검토하는 건 자네가 스스로 어떤 주제로 논쟁해야 하는지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줄 걸세. 대부분의 문제들은 그 텍스트를 인용한 문헌들에서 확정되네. 자네의 작업이 그 문제들 중 하나에 집중하도록 노력하게)
2. 어떤 요점이 불충분하게 논의되는가? (선행연구의 빈틈!)
3. 어떤 관점에서 그 문헌으로부터 갈라져 나오거나 확장하고 싶은가? (자네 고유의 학술적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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