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3. 월. 맑았지만 먼지로 흐림 점심으로 평양냉면을 먹었다. 필동면옥이라고 명동 근처에 있는 곳이다. 지원 할아버지께서 북에서 오신 분이신데, 이르시기를 북에서 먹던 맛과 가장 비슷한 곳이라고 한다. 먹기에 은근히 좋은 맛이었다. 평양식 냉면이라는 음식 그 자체가 아주 맛있다는 표현과는 어울리지 않다. 육수 향이 나는 것 같기도, 짠 것 같기도 한, 그렇다고 신맛이 없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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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30.-5. 2. 요약생활 30, 31, 32
2021. 4. 30. 금. 비 조교 근로를 하면서 『혁명론』을 읽었다. 홍원표 교수가 번역한 『혁명론』은 아렌트의 On Revolution에서 문단을 조금 더 잘게 쪼갰다. 한 문장에 한 생각이 담겨야 하고, 한 문단에 한 주장이 담겨야 한다고 할 때, 홍원표 교수의 번역은 아렌트의 문단에 여러 주장들이 난잡하게 섞여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나는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번역서는 원저자의…
2021. 4. 29. 요약생활 29
꾸준함. 매일 같은 일을 한다는 일은 어렵다. 어려워서 멋진 일이다. 요즈음 부쩍 힘이 빠진 걸 느낀다. 행복한 일을 하는데도 매너리즘이라니. 그래서 오늘은 루틴에서 벗어나 학과사무실에서 공부했다. 여느 날처럼 공부하지는 못했다. 거의 한 자도 읽지 않았다고 해야 맞겠다. 세계. 오전에 학군단 동문 일을 도왔다. 학군단 헬스장을 만드는 일을 돕는 중인데, 모처럼 일 같은 일을 하는 것…
2021. 4. 28. 요약생활 28
마침내 미나리 리뷰를 탈고했다. 한 번 보고 단숨에 써내려간 글이라 글도 거칠고 억지도 많다. 이 글 쓰는 데 어림잡아 일곱 시간은 걸렸다. 주변 여럿에게 글을 보내줬는데, 반응은 대체로 괜찮았다. 조교 근무를 하고, 칸트 수업을 듣고,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글을 쓰고 나면 약간 흥분되기도 하고 도취상태에 빠지기도 하여, 내 글을 자꾸만 읽게 된다. 읽고, 고치고, 읽고, 고치고.…
2021. 4. 27. 요약생활 27
2021. 4. 27. 화. 흐린 듯 맑음 학과에서 신입 학부생들을 학교에 초대했다. 조교 근무를 하면서 일을 도왔다. 꿈틀거리는 젊음들이 부러웠다. 명단을 보는데, 서울-경기 출신이 십중팔구였다. 바쁜 와중에 이진호 선생과 사회과학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근무 후에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도서관 엘리베이터에서 올라가던 중에 갇힌 경험이 있어 계단만 이용한다. 설상가상 도서관에 확진자도 나왔다고 한다. 동선이 겹치지 않아서였는지 마스크를 잘…
2021. 4. 25.-26. 요약생활 25, 26
2021. 4. 25. 일. 흐린 듯 맑음 지원과 운동하고, 지원을 집에 데려와 어머니와 함께 밥을 먹고, 저녁에는 「미나리」를 봤다. 영화를 참 잘 만들어서, 여기 감상을 옮긴다. 「미나리」는 다섯 가족이 서로를 찾아가는 모험을 그린 드라마다. 영화를 보고 난 자세한 감상을 쓰려면 내용을 옮겨야 하므로, 따로 쓰기로 한다. 영화를 이미 봤거나 스포일러도 괜찮은 사람만 리뷰를 보기 바란다.…
2021. 4. 22.-24. 요약생활 22, 23, 24
2021. 4. 22. 목. 흐리고 더움 점심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두 시부터 여덟 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지원과 함께 퇴근했다. 오류동 국수집에서 한잔 했다. 공부한 것: 『공화국의 위기』 중 「폭력론」 일부, 『인간의 조건』 2021. 4. 23. 금. 흐리고 조금 더움 지원과 식사 후 돌아와서 밤새 공화국의 위기를 읽었다. 어제 밤 샘. 교수님께 칭찬을 들었다. 교수님께서는 내가…
2021. 4. 20. 요약생활 20
2021. 4. 20. 화. 맑지만 미세먼지 많음 오늘은 글자 그대로 하루종일 도서관에 있었다. 아홉 시 개관 시간에 출근해서 열 시 폐관 시간에 퇴근했다. 공부를 많이 했느냐 물으신다면 글쎄. 오늘도 어김없이 호기심이 작동해 해야 할 것들을 몇몇 놓쳤으나, 그래도 의미 있는 것들을 많이 읽었다. 특히, 론 풀러를 발견한 점이 아주 자랑스럽다. 현대법학에서 쇠퇴해 가던 자연법사상을 새로…
2021. 4. 17.-19. 요약생활 17, 18, 19
2021. 4. 17. 토. 더할 나위 없이 좋음 토요일에 느즈막히 일어난 건 오랜만이다. 책을 다 읽어둔 덕이다. 홀로 읽을 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다가도, 이양수 선생님이 해설해 주시면, 아! 그게 그 말이었구나, 하고 무릎을 친다. 독서모임을 하면 할수록, 책의 신비함을 느낀다. 크게 두 가지인데, 이해하는 법과 기억하는 법이다. 첫째로, 책은 읽는다고 이해되지 않는다. 관점을 갖고 혼자…
2021. 4. 15.-16. 요약생활 15, 16
2021. 4. 15. 목. 맑음 학교에 일찍 도착해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중에 엘리베이터가 잠시 멈췄다. 3층에서 1층으로 떨어지면 나는 죽게 될까 하고 고민했다. 다행히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자리에 앉아서는 내내 유학 생각만 했다. 나는 언제나 해야 할 일보다 꽂힌 일에 몰두한다. GRE 문제를 보고, TOEFL 문제 수준을 확인했다. 내가 알던 영어가 맞나 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