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5.-16. 요약생활 15, 16

2021. 4. 15. 목. 맑음 학교에 일찍 도착해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중에 엘리베이터가 잠시 멈췄다. 3층에서 1층으로 떨어지면 나는 죽게 될까 하고 고민했다. 다행히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자리에 앉아서는 내내 유학 생각만 했다. 나는 언제나 해야 할 일보다 꽂힌 일에 몰두한다. GRE 문제를 보고, TOEFL 문제 수준을 확인했다. 내가 알던 영어가 맞나 싶을…

2021. 4. 14. 요약생활 14

2021. 4. 14. 수. 맑고 쌀쌀 에픽테투스는 “바랄 수 없는 것들을 바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욕심내며 살았는가. 오전에 학교에 출근해서 현대인식론 과제를 했다. 지난 주까지 끝냈어야 했는데 대충 하느라 미처 다 하지 못한 탓이다. 원래 하려던 공화국의 위기는 한 자도 읽지 않았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많다. 내가 지도교수님께 작은 칭찬을 받았다…

생활요약 1 (2021. 4. 1.~10.)

반성부터 해야겠다. 열흘 중에 술을 나흘이나 마셨다. 그런데 공부를 잘하고 싶다고? 순 도둑놈 아니야, 이거. 그 중에서 다음날 무리가 갈 정도로 마신 게 이틀이다. 그러니 과제를 망치고, 교수님께는 혼나지. 벌써 마음이 흐트러진 건가. 다잡아야겠다. 시간을 많이 쏟으면 자연스레 탁월해진다. 요약이라는 중요한 도구를 알게 된 시기였다. 이곳에 남기려고, 혹은 누군가에게 말해주려고 신경쓰며 읽다 보니, 중요한 것과…

요약: 삶의 기술(機術/記述)

어두운 삶을 밝히는 요약의 빛 나는 내 기억력이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께서 매번 웃으면서 이야기하시는 '너 어릴 때 ~' 하는 이야기들, 여자친구가 해주는 '우리 그때 기억나?' 하는 이야기들이 나는 너무 무서웠다. 그때마다 나는 '아 그랬나?' 하면서 눈치를 봤다. 참 신기하지, 난생 처음 듣는 철학자 이름과 사상은 그렇게 잘 말하면서, 왜 내 삶에는 그렇게 무지했을까? 오늘 그…

죽음 (Ⅰ)

내가 겪은 죽음들 나는 살면서 두 차례의 죽음을 겪었다. 당연히, 나의 죽음이 아니라 다른 이의 죽음이었다. 하나는 초등학생 시절 시장에서 사온 토끼, 토순이의 죽음이었다. 토순이에게는 여물냄새가 났고 나는 그 냄새가 싫었다. 샴푸 거품으로 벅벅 닦아 깔끔히 토순이를 씻겼다. 드라이어로 말리니 털이 보드라워 좋았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라 품에 안고 같이 축구를 봤다. 자기 전 건초를…

내가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

"그런데 꼭 내가 요리사가 되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무엇이 맛있는지, 어느 집이 잘 하는지만 알면 되지." 나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1년 동안 철학 공부에 매진하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모든 선택이 그러하듯이, 결심은 충동적이었고 설득은 논리적이었다. 읽어야지, 하고 책장에 쌓아놓은 책들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절간에 들어가 두문불출하고 책만 읽다 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