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7.-21. 요약생활 229-233

2025. 9. 17. 수. 비온 뒤 갬 유당불내증은 성장이 아니라 변신의 징후이다. 인간은 성장하지 않는다. 변신한다. 출근해 일했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읽는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부조리라는 이름을 잘 붙인 듯하다. 부조리와 힘께 사는 자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성실함 아니냐고 아내에게 말했는데, 읽다 보니 카뮈가 정확히 “성실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원문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아들은 잘 크고 있다.…

2024. 2. 20.- 3. 26. 요약생활 189-204

2024. 2. 20. 화. 비. 출근해 일했다. 오후에 휴가를 써 지원과 시간을 보냈다. 오후 반차를 내 지원과 시간을 보냈다. 조카 의준을 생각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버지의 형제를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하듯이, 형제의 자녀를 작은아들(아ㅊㆍㄴ아들)이라 불렀다. 그래서일까 우리 누나가 낳았지만 내 아들처럼 예쁘다.조카는 가족의 아래를 의미하는 族下로 표기되곤 했는데, 우리말이 먼저인지 한자어가 먼저인지 알 수는 없다. 조카를…

고전어 공부

The writer acknowledges his lack of knowledge in Latin and Greek but remains committed to learning. He recalls a defining moment of witnessing scholarly debate and criticism, prompting him to study classical languages. The text includes quotes from Aristotle and Jesus, and reflects on the responsibility of voicing opinions, advocating for humility in criticism and self-reflection.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

새해를 맞아 ‘서부 전선 이상 없다’ 2022년판을 봤다. Im Westen nichts neues. 서쪽에는 새로울 것 없음.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옮기기에는 너무 깊은 제목이다. 하인리히에서 파울로 이어지는 돌격 장면과, 파울에서 이름 모를 어린 병사로 이어지는 인식표 수거 장면의 반복은, 새로울 것 없는 참호전을 되새기게 한다. 죽은 병사들의 군복을 수거해 핏물을 빨고 총알구멍을 기워 신병들에게 나눠주고…

신혼 소감(이자 경고)

결혼을 하니 남의 집 침대 사정이 자연스럽게 공론화된다. 나는 이게 참 싫다. 1. 무거운 걸 들으래서 몸을 굽혔더니 '신혼인데 허리 아껴야지'라며 웃는다. 이미 관용적인 표현인 것 안다. 근데 싫다. 분위기 깨고 싶지 않아 나도 웃어 넘기긴 하는데, 기분 더럽다. 나를 성적 농담 대상으로 삼는 건 얼마든 오케이. 그런데 결혼하니 자연히 내 아내가 엮인다. 농담 대상으로…

2023. 10. 17. 요약생활 124

화요일, 맑고 일교차 큼 나의 잘못을 다시 생각한다. 나는 반성한다. 무엇이든 보여야 있다. 나의 잘못은 내게 너무도 선명하다. 내 잘못을 반성하는 일은 내 잘못을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데 있다. 이미 저지른 잘못을 보면서, 새로운 잘못을 낳지 않는 것. 반성은 잘못에 존재를 의탁한다. 나는 반성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의 반성을 보지 못한다. 내가 내 잘못을 모조리 드러내지 않는…

희망온도 18도라는 기우제

photo by Sarah Heilbronner 덥다고 에어컨 희망온도 18도로 설정하는 사람을 나는 깊이 믿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사물을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다. 현재에 매몰돼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다. 분별력이 없다. 더위를 빨리 식히려면 희망온도가 아니라 풍량을 조절해야 한다. 희망온도는 특정 온도를 기준으로 온도를 낮추는 강도로 작동할지/유지할 정도로만 작동할지를 결정한다. 희망온도까지 얼마나 빨리/느리게 도달할지를 조절하는 건 풍량이다. 에어컨이 허용하는…

2023. 5. 30. 요약생활 114

화요일, 흐림 나는 국어선생님들을 사랑한다. 아니,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놓고 보니 모두 국어선생님이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어제는 중학 시절에 만난 국어선생님과 저녁을 먹었다. 그저께는 국어선생님을 하던 고교 친구와 길게 통화했다. 이 두 국어선생님은 정말 선생님이어서 언제 어디서든 매번 배운다. 집앞 꼼장어 집에서 만나면 그곳이 교실이 되고, 실없는 안부전화를 하면 그야말로 원격교육이 된다. 그래서 한 선생님을 만나면…

사물과 생명의 대비가 아름다운 시다. 사물을 알기 위해서는 쪼개야 한다. 이건 내가 늘 말하듯이, 원자론적 세계관에 적합하다. 원자는 고대 그리스어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 아톰(atom)이니까. 사물은 쪼개도 사물이다. 다른 사물로 변할지언정 사물이 사물이 아닌 것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질량과 에너지가 실은 하나라는 아인슈타인의 발견도 놀랍지 않다. 그 모두가 사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명을 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