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제안한 법안을 발의하는 날, 이런 일을 한다고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했다. 그때 진짜 보좌진이 되는 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슨 직함을 다는지보다 무슨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역구는 동작구. 물난리가 났다. 삶의 터전이 똥물에 토사에 휩쓸렸다. 주민들이 절망했다. 의원실 전 직원 비상근무. 준비하고 있던 법안은 무기한 연기됐다. 이수진 의원께서는 매일 재난현장을 확인하셨다.…

자전거 도둑

자전거 훔쳐서 추격전 오르막길에 납작 엎드렸다가 자전거를 놓침 자전거가 혼자 굴러가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짐 ...이라는 내용의 꿈을 꿔서 2021-07-24 2:14 pm에 메모를 남겼다. 메모라는 게 참 신기해서, 제목을 봤을 땐 응? 싶다가도, 글을 읽으니 그 꿈 내용이 생생히 기억난다. 나는 저때 아주 놀라서 일어났던 걸로 기억한다. 메모는 사실과 감정을 모두 남긴다.

드럼, 재즈, 인정

나는 드럼을 배웠다. 오래는 아니고 아주 잠깐. 중학생 때였는데, 어느 여름방학, 학교에서 아주 싼 값에 선생님 한 분을 불러줬다. 내 형편에 드럼처럼 돈 많이 드는 악기를 배우기에는 절호의 기회였다. 나와 형편이 비슷했던 네 명의 친구가 함께 했던 걸로 기억한다. 8주 동안 배웠는데, 모두 다 까먹어서, 이제는 차라리 칠 줄 모른다고 하는 편이 맞다. 나는 늘…

생각

인간은 물건이 아니라서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꼼짝 않을 수 있는 건 도마 위의 생닭뿐이다. 인간이 모여 만든 것들도 그러하다. 어쭙잖은 동아리부터 시작해 국가, 국제연합까지. 상황에 따라 인간은 다르게 행한다. 인간의 일에 한해서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다. 그렇다고 도덕이나 윤리, 정치가 아무짝에 쓸모없는 건 아니다. 견고한 기준이 없다고 손놓을…

시스템, 계, 체계, 기계, 헌법

시스템(system)은 그리스어 쉬스떼마(σύστημα)에서 왔는데, 함께(쉰, σύν) 서있다(히스떼미, ἵστημι)는 말이 조합된 단어이다. 라틴어로 치면 콘시스토(cōnsistō)인데, 역시 함께(쿰, cum) 서있다(시스타레, sistāre)는 뜻이다. 그러나 의미로 보면 쉬스떼마는 콘스티투토(cōnstitūtō)와 더욱 가깝다. 콘시스토는 멈추다는 의미에 더욱 가깝지만 콘스티투토는 설립하다 혹은 결정하다라는 뜻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당연히 콘스티투토 역시 함께 세우다(스타투오, statuō)라는 의미로 형성됐다. 쉬스떼마는 집합체, 기계, 무리, 동맹을 의미한다. 단지 멈춘다는…

사랑

사랑은 결합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만이 함께할 수 있다. 남녀간에, 부모자식 사이에, 친구 사이에 우리는 사랑한다. 그 첫 모습은 신과 인간을 엮어주는 사랑이겠으나 그게 무엇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신은 인간이 아니므로. 사랑은 생성이다. 남녀가 사랑을 하면 아이가 태어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면 아이는 성장한다. 성장한 아이들이 서로를 사랑하면 공동체가 탄생한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면 대체로 사랑…

네거티브: 정치와 도덕의 경계에서

선거에서 상대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은 용인될까? 거짓말을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른바 네거티브다. 없는 사실을 말하는 건 아니지만 상대가 감추고 싶어하는 것을 굳이 공개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상대의 약점을 잡고 늘어지는 모습이 정치인에게 바람직한 모습일까? 일단, 네거티브는 도덕적이지 않다. 모든 사람이 서로 치부 드러내기에 몰두하는 세상은 끔찍할 것이기 때문이다. 감춘 것을 드러내면 그것은 더 이상 감춘 것이…

말 같은 말

한 마디도 지지 않았던 한동훈 후보자와 곤욕을 치른 국회의원들 한동훈, 말 잘한다. 그런데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인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특별한 경우, 악의적으로 명확히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누굴 공격하기 위해서... 한겨레신문의 이번 보도는 과거의 그.. 별장 성접대 보도와 유사한 형태입니다. 1면에 올렸고 일종의 좌표찍기 식으로 후속보도들이 주변에서 이어진 것이기 때문에,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금송아지의 발굽

연좌제는 부당하다. 아비의 잘못은 아비에게만 묻고 딸에게는 묻지 말아야 한다. 만일 딸에게도 아비의 잘못을 묻는다면, 딸은 자신의 능력을 나쁘게 사용한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불운한 때문에 벌을 받게 된다. 자기 능력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권리를 보장하되 그 능력으로 죄를 지으면 처벌한다. 이것이 근대국가의 원리이다. 법적으로는 그렇다. 사회적으로는 어떠한가? 죄 지은 아비가 감옥에 가면, 키워줄 사람이 없어 보육원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우상

인간이 십자가를 우상으로 만든다. ‘십자가를 통해 예수의 희생을 기리자’는 주장은 십자가를 성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십자가에 기도하면 반드시 구원받는다’는 인간의 주장은 십자가를 우상으로 만든다. ‘십자가 앞에서 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도도 신께 닿지 않는다’는 주장도 십자가를 우상으로 만든다. ‘우리 교회에 오면, 혹은 내 설교를 들으면 반드시 구원받는다’는 그 오만한 말이 우상을 만들어낸다. 그 외 모든 것에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