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을 잃었음을 자랑스레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그들은 ‘내가 이렇게 똑똑해서 너희와는 시각이 달라’라고 말하는 듯하다. 예컨대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비극적인 사건을 보고도 우스개랍시고 보험료를 계산한다든지, 삶의 막다른 길에서 곡기를 끊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앞에서 게걸스럽게 배달음식을 처먹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타인의 비극을 한낱 농담거리로 삼는다. 그들의 유머에는 금기가 없다. 그들은 자기 입으로 내뱉는 헛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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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곤의 함정
전문 용어를 자곤(jargon)이라 한다. 자곤은 일상 대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정한 산업군이나 학계처럼 제한된 공동체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동체에서는 오히려 자곤이 일상적이다. 어떤 사람의 말만 보고도 그 사람에 대해 대강 알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런데 자곤은 나름의 맥락을 지니고 있어서 일상적인 단어로는 대체할 수 없다. 흔히 사용하는 힘(force)라는 단어와 뉴튼이 사용하는 force는 결코 같을…
용서와 사과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나쁜 ‘짓’을 했다고 곧바로 나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말이다. 앞으로 새 사람이 될 가능성을 믿어주겠다는 마음, 사람을 사랑해서 옛날 일을 눈감아주는 마음이 용서다. 용서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신성한 능력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용서 덕분이다. 우리 부모님께서 그런 마음을 갖지 않으셨으면, 고집세고 오만한 이 머리…
학계에 기여한다는 것
왜 공부를 할까? 사람은 세계 속에 산다. 본인만을 가꾸며 사는 방법도 있겠으나 세계를 가꾸는 데 힘을 보태며 사는 방법도 있다. 공부는 모르던 것을 알게 하고 알게 된 것을 잊지 않게 하는 작업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망각의 구멍으로 끊임없이 쏟아져내리는 지식을 주워담기 위해 노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틈에서 나라는 인간을 알리기 위해 행위하는 삶을 사는…
2021. 7. 15. 요약생활 81
아렌트의 사상에서 법이 행위(변화)의 조건인 세계와 안정성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살펴봤다. 다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법 개념이 아렌트의 사상에서 얼마나 강조되고 있냐는 것이다. 여러 문헌을 살펴보았을 때, 법철학적 맥락으로 아렌트를 읽는 시도는 꽤나 도발적일 수 있다. 아렌트 스스로는 법의 이념이 무엇이라고 정의하지도, 법의 중요성을 설파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아렌트 사상을 해석하다보면, 해석을…
2021. 7. 14. 요약생활 80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정독하고 있다. 학부생들과 함께 『공화국의 위기』도 읽고 있는데, 그중에서 「정치에서의 거짓말」을 이번주에 뗐고 다음주에는 「시민불복종」을 읽을 차례다. (동시에 마르크스의 『자본론』도 절반을 넘게 읽었지만 지금 논의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법대에서 공부 못 한 귀신이라도 붙었는지, 자꾸 아렌트 논의에서 법을 다루는 맥락만 보인다. 오늘까지 알게된 것들을 조금씩 정리해본다. 세계를 구성하는 법 아렌트가 "세계"라는…
2021. 7. 7. 요약생활 78
일기는 삶을 요약하는 일이다. 경험한 바를 요약하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래서 일기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기 위해 중요하다. 그렇게 중요한 일기를 요새 쓰지 않았다. 일기를 쓸 짬이 안 났다는 변명에는 사실 그만큼 성실하게 살지 않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학기가 끝나고 한동안 술에 취해 있었다. 읽기로 마음 먹은 책들을 겨우 읽어내며 살았다. 그래서…
죽음, 타인 없는 삶
강대영 외 9명, 『법의학』 법의학에서 죽음은 생명활동이 영원히 불가역적으로 정지 및 소실된 상태이다. 생명활동은 평형상태(homeostasis)를 유지하는 운동으로서, 내부의 질병이나 외부 자극으로 인한 손상을 입었을 때 회복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반면 죽음은 자극에 대한 반응과 운동, 물질대사 능력이 모두 감소해 나가서 완전한 정지를 향해 변화하는 과정이다. 죽음의 과정은 가사-장기사-개체사-세포사의 단계로 나타난다. 죽음을 볼 때 인체는 세포<조직<장기<계통<개체로 구성된다는…
2021. 6. 15-16. 요약생활 76, 77
2021. 6. 15. 화. 먼지 많음 집중력이 떨어져 하는 둥 마는 둥 함. 고대 법제사를 흥미롭게 훑어봄. 정신전력 강화 연구논문 공모전에 다시 도전하기로 함. 9월 30일 마감. 군의 전투력 향상과 아렌트의 정치적 행위를 연결 짓는 주제로 작성할 예정. 밤 늦게는 여행에서 돌아온 지원을 마중나감. 오늘 공부한 것: 고대 그리스 및 로마 법제사. 2021. 6. 16.…
2021. 6. 7.-14. 요약생활 67, 68, 69, 70, 71, 72, 73, 74, 75
2021. 6. 7. 월. 흐림 지원의 출근을 도와줌. 현대인식론 발제와 중국철학사 기말 과제를 작성함 오늘 공부한 것: 선진시기 중국철학 요약함. 2021. 6. 8. 화. 맑음 학과 조교 근무를 하며 학부 기말 시험을 도와줌. 현대인식론 발제와 중국철학사 기말 과제를 작성함. 오늘 공부한 것: 인식론이 법학에서 증거론과 연결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 유가철학 요약함.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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