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1. 목. 맑고 추움
올해 하고 싶은 것들.
- 노는 시간을 정해서 놀기. 아내와 매주 일요일 저녁에 한 주를 돌아보고 다음주를 내다보는데, 그 시간 이후에만 자기 전까지 놀 것이다. 2026. 1. 12. 추가. 놀고 싶어서 안 되겠다. 수요일 저녁 하루 더 놀기로 했다.
- 서예: 2월 4일 입춘대길, 음력 1월 22일 할아버님 제사, 9월 25일 추석 차례 지방, 10월 11일 장인어른 생신 족자를 쓰고 싶다.
- 논문: 3월 25일까지 논문 완성 후 투고하고 싶다. 아마 수정 후 재심이나 수정 후 게재가 나올 것이다. 나는 이름 없는 학자니까: 올해 안에 논문 하나만 잘 게재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자.
- 2-3분기 이직 준비와 이직 후 적응. 이직해야 한다. 소득을 늘려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매달 적자가 나니 아내와도 자주 다투었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
- 4분기 가족과 이탈리아 여행 가기, 가능하다면 서예 선생님 찾아가 서예 배우기. 아내와 지음도 4분기부터 나와 시간을 많이 보낼 것이다.
- 책 한 챕터 초고 쓰기. 사실 책을 쓴다기보다 책 읽고 정리하는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 필요한 참고문헌부터 차근히 정리하자. 올해 안에 한 챕터만 완성돼도 감지덕지다.

오랜만에 스승님과 한 약속을 꺼내본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엉터리로 살아왔다. 이제라도 다시 가꾸고 싶다. 멧돼지 떼가 헤집은 밭에서 모종삽과 물조리개를 들고 허망하게 바라보는 심정이다.
아내와 지음을 데리고 처갓집에서 식사를 했다. 스승님께 새해 인사를 드렸다. 아이를 재우고 느즈막히 작업하다 잠자리에 들었다.
2026. 1. 2. 금. 추움
출근해 일했다. 돌아와서 지음을 돌보았다. 아내는 운동을 다녀왔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2026. 1. 3. 토. 추움
새벽에 지음을 돌보고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오후에 선배를 만나 미래에 관해 논했다. 아내 생일선물과 작은 조각 케이크를 사서 돌아왔다. 아내와 육회, 연어를 배달시켜 샴페인, 맥주와 먹었다. 침대 머리맡에 선물을 숨겨두었는데 잠들기 전이 되어서야 아내가 발견했다. 아내가 고마워했다. 잠들기 전까지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026. 1. 4. 일. 따뜻하다 추워짐
지음이 처음으로 이유식을 먹었다. 아내와 근처 동산에 산책을 다녀왔다. 아내가 선물 받은 신발을 개시했다. 선물을 좋아해주어 뿌듯했다.
산책하면서 한 주 반성과 계획을 했다. 나는 일과 논문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아내는 복직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간 우리의 삶을 함께 돌아보기도 했다.
2026. 1. 9. 금. 추움
출근해 일했다. 이런 글을 썼다.
“난 칸티안이야”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 칸트 책 제대로 읽은 사람 본 적이 없다. 스스로를 ‘헤겔리안’이라 칭하는 사람 중에서도 역시 헤겔을 깊이 파고든 사람을 만나본 적 없다.
자본주의, 사회주의, 진보주의, 보수주의… 모든 것이 그렇다. 스스로를 ‘무슨무슨 주의자‘로 지칭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두 번 놀라게 되는데, 처음에는 그 자기확신의 견고함에 대한 놀라움을, 다음에는 그 바탕의 얕음에 대한 놀라움을 느낀다.
오히려, 어떤 학자의 사상을 집요하게 파고들던 어떤 사람은, 아직도 읽을 게 한참 남았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입을 빌려 말하기보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전을 읽는 일은, 유명인의 허울을 뒤집어쓰는 일이 아니라, 내 목소리를 찾는 일이라는 걸 그를 보고 깨달았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순간, 특히 어떤 이념이나 사상, 집단에 의탁해 자기 가능성을 삭제하는 순간, 인간의 깊이는 그야말로 납작해진다. 나 스스로도 매일 경계해야 한다.
2026. 1. 12. 월. 흐리다 눈, 저녁에 진눈깨비
출근해 일했다.
새해 다짐은 역시 작심삼일로 끝났다. 다시 삼일을 시작한다. 오늘은 논문 초고를 다시 손봤다. 헤겔 <정신현상학>을 읽었다.
퇴근하고 제혁 형과 전화했다. 큰 시험을 마쳤다고 했다. 고생했다고 보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아내와 저녁을 먹고 지음을 돌봤다. 아내는 운동을 다녀왔다. 지음의 기저귀를 잘못 채워서, 아내가 없는 동안 지음이 자지러지게 울었다. 당황스러웠다. 잠이 아주 깨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내가 지음을 재우는 동안 나는 빠르게 샤워했다. 나오니 아내는 녹초가 된 표정으로 분유를 탔다. 내가 재우겠다고 넘겨받고 한 시간 정도 애를 쓴 것 같다. 지음은 영 잠들기를 힘들어했고, 나는 반쯤 포기한 마음으로 누워 잠들었다. 지음이 내 팔에 기어와 베고는 따라 잠들었다. 아내가 깨워 지음 방에서 나왔다. 쉽지 않은 하루였다.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갓또와 신나게 놀았다. 갓또는 잘 먹고 잘 놀면 털이 환상적으로 부드러워지고 윤기가 난다. 아내와 진토닉 두 잔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논문 초고에서 이론 부분을 다시 써야 한다. 헤겔 <정신현상학>이 재미나 계속 읽게 된다. 조금씩 읽어보려 한다. <법철학> 독서모임 책 분량을 나누고 도서관에 활동보고서를 보내야겠다.
올해 춘분은 2월 4일이다. 아버지 생신은 양력 2월 28일이다. 할아버님 제삿날은 3월 10일, 어머니 생신은 6월 2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