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맑고 일교차 큼
나의 잘못을 다시 생각한다. 나는 반성한다.
무엇이든 보여야 있다. 나의 잘못은 내게 너무도 선명하다. 내 잘못을 반성하는 일은 내 잘못을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데 있다. 이미 저지른 잘못을 보면서, 새로운 잘못을 낳지 않는 것. 반성은 잘못에 존재를 의탁한다. 나는 반성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의 반성을 보지 못한다. 내가 내 잘못을 모조리 드러내지 않는 한. 내 반성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나는 투명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면 나는 천박해질 텐데. 사람들은 나를 모욕하고 멸시할 텐데. 오히려 그 천박과 모욕, 멸시가 반성을 완성한다. 잘못을 했으면 혼나야 한다.
그런데 어디까지? 미주알고주알 내 죄를 밝히는 일은 어디까지 해야 하나? 나의 잘못의 원인의 원인의 원인의 원인을 밝히다 보면 하와의 선악과까지 올라갈 텐데? 애초에 잘못의 원인을 밝히는 건 변명이 아니던가. 나의 잘못의 원인을 말하는 순간부터 나는 변명하게 된다. 나는 어디까지나, 그것이 ‘나’의 ‘잘못’이라고 밝혀야 한다. 그 잘못의 원인은 나고, 그 이상의 원인은 없다. 나는 내 죄의 제일원인이다. 내 죄의 책임은 온전히 내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