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거울을 안 본지 오래도 되었다

오늘 점심은 바지락 칼국수
홀로 온 손님도 반겨줄 만한
작은 가게를 찾아 왔다

그런데 이럴수가
저쪽 테이블에 회사 동료 세 명이 옹기종기
혼자 오셨냐는 걱정에
사람이 물려서요
라는 대답을 거의 쏟을 뻔했다가
김밥이 물린 탓이라 간신히 틀어막았다

어느 집 커피가 맛있더라
학원비 이야기 옆 부서 불륜 이야기
마요네즈 참치에 아스파탐 김치 같은 소리를
뒤로 하고 후루룩 후루룩 먹는데

법카로 계산했어요 다음 번엔 같이 와요
아이구 감사합니다 이런 호의를
문에 달린 종 소리 짜르랑 짤랑
뒤로 하고 앞으로 여기는 피해야겠는데
다시 후루룩 후루룩 먹으려다

탁한 국물에 그림자 어른거려
초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친구가 담벼락에 무얼 끄적거렸나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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