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여섯 시에 거리에서 연설을 했다. 사람들에게 연설하는 건 살면서 처음이었다. 피가 끓는다는 느낌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짜릿하고 재밌었다. 이런 느낌은 정훈장교 시절 300명을 상대로 교육할 때에도 느껴본 적 없다.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소수의 사람만 만나 공적인 말하기 능력을 잃은 줄 알았다. 지난 1년 동안 공부에 전념하면서는 단지 스승님이나 선현과 일대일로만 대화했다. 나는 말할 수…
[월:] 2022 2월
작업정신
나는 지난 1년 동안 학문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정말 밥먹고 책만 봤다. 읽고, 쓰고, 때로는 밥을 거르거나 잠도 자지 않았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음미하느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학문과 인격의 도야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다 보니 언제 어떤 성취를 이루어야겠다는 목표 자체가 없었다. 학위논문을 언젠가 쓰게 될 것이라는 막연함만…
좋은 유세문 쓰기
보좌관님이 꼬마 비서에게 유세문을 쓰라는 미션을 내렸다. 논문만 써 버릇하다보니 영 글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보좌관님, 좋은 유세문이란 무엇입니까?" "좋은 유세문이라... 좋은 유세문이 뭐냐?" 보좌관님은 수다를 좋아하신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다. 꽤 좋은 노하우라 생각해 잊지 않기 위해 글로 남긴다. 여기 남기는 글은 그가 말한 그대로라기보다, 내가 소화한 바이다. 유세(遊說)는 말하며 돌아다닌다는 뜻이다.…
보좌관으로 태어나기
입법보조원으로 국회에 출근한 첫 날이다. 입법보조원은 말하자면 보좌관이라는 최종 테크를 타기 위한 기초 직업이다. 테란으로 치면 마린, 메이플로 치면 초보자다. 건물에 들어서는 법부터, 점심에 밥 먹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웠다. 아주 인상적인 건, 매순간 생각할 것들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감시와 통제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가? 공무원의 주기적 방문은…
거기에 강아지
가장 좋아하는 방석에 강아지가 엎드렸다 아마도 천 번은 넘게 돌았을 산책길 가로수가 심긴 흙 냄새 맡고 오줌 갈긴 전봇대 냄새 맡고 자기도 똑같이 갈기고 아직 이해할 순 없지만 횡단보도 앞에 선 주인 따라 때때로 멈추었다 건너가고 익숙한 냄새 집에 돌아오면 발 닦고 물 마시고 사료 한 그릇 먹으면 볕이 드는 창가에서 졸음에 겨운 눈꺼풀 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