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성염 역, 경세원, 2021.S. AURELII AUGUSTINI CONFESSIONES. EDIDIT CAR. HERM. BRUDER. PHIL. D. AA. LL. M. EDITIO STEREOTYPA. LIPSIAE SUMTIRUS ET TYPIS CAROLI TAUCHNITII. 1837. 2023년 5월 6일부터 6월 17일까지 읽다.2024년 8월 5일부터 읽다. 1권. 출생 및 어린이, 소년 시절1. 원인으로서 신 1.1.-5.6.2. 탄생과 유년기 6.7.-7.12.3. 유소년기 8.13.-11.18.4. 학문과 범죄 12.19.-20.31.2권. 내 나이…
조각 글들
[독서노트] 장 스타로뱅스키, 멜랑콜리 치료의 역사
우울증은 고뇌, 고독, 모든 인간적 접촉의 거부, 떠도는 존재들의 재앙이다. 우울증이라는 어두운 이미지가 흑담즙으로 형상화됐다. 후기 저는 이 책에서 우상, 상상력, 심신문제를 봤습니다. (우상) 사물에 정신적 속성을 부여하는 걸 물신주의라 합니다. 흑담즙이 흥미로운 이유는 물신주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정신적 속성을 부여할 적당한 사물을, 심지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대도, 만들어낸 결과가 흑담즙이니까요. 어두운 행동에서…
[독서노트] 알베르 카뮈, 이방인
1부 1. 엄마의 죽음. 목요일. 엄마가 매장될 때까지 얼굴을 보지 않았다. 친구의 이름들이 먼저 등장한다. 뫼르소의 친구 셀레스트와 에마뉘엘, 엄마의 친구 토마 페레. 뫼르소의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은 양로원장이 대표 간호사에게 뫼르소를 소개하는 순간이다. 대화는 나누지 않는다. 수위는 재원자이면서도, 재원자들과 스스로를 구분한다. 뫼르소가 오기 전에 관에 못을 대충 박아두었다가 황급히 뚜껑을 열었다. 관에 못이 완전히…
선
돌아가신 내 아버지께서 마주오는 트럭에 받힌 뒤로 나는 기차를 애용하기로 한다 중앙선은 믿음의 벽 줄지어 가는 자동차들 선을 넘어 균열을 내는 목마 한 마리 원운동을 하는 자동차에게 차선은 위선이라 나는 기차를 애용하기로 한다 아홉시 뉴스 말미 어느 개발도상국 특파원으로부터 수백이 죽고 수천이 다쳤다는 탈선사고 소식이 작게 한 꼭지 두 점 사이를 지나는 직선은 유일하다는데 아버지의…
「[박상훈 정치적 말의 힘]빈자를 위한 정치」에 부쳐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글은 민주정과 정치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글 같습니다. 논의의 전개가 과도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에서 금권정(τιμοκρατία)과 민주정(δημοκρατία)의 차이는 단지 재산의 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인다움(ἐλευθεριότης)이라는 윤리적 특성에 있습니다. 교환은 관계를 구성하는 행위인데, 기근이나 갈증과 같은 삶의 필연성에 종속되어 자유인답지 못하게 행동하면 교환관계가 성립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산을 가졌다…
전자레인지
우울한 날이면 편의점에 들어가 가장 비싼 포켓 위스키를 고른다 기분은 내야겠고 돈은 없고 안주는 원 플러스 원 냉동만두로 적당히 타협한다 만 구천 원짜리 발렌타인 양주는 이백 밀리리터 백 밀리리터에 오천 원 더하기 사천 오백원 일 밀리리터에 구십오 원짜리 스카치 위스키 대충 한 봉지에 오천원 하는 냉동만두 두 봉지 한 봉지에 네 덩이 원 플러스 원이면…
요지가 분명한 시
말 없이 설득하는 법을 아니? 잘 살면 된다 삶 자체가 증거가 된다 알아서 듣는다 기분 나빠도 배운다 앞뒤 안 가리고 끄덕인다 이 시대는 말의 인플레이션 위조지폐 같은 말을 쏟아내니 헐값이 되고 모두가 떠드는데 아무도 듣지 않는다 듣기 좋은 말만 앨범에 수집한다 앞뒤 안 가리고 끄덕인다 말이면 다 되는 줄 알고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면서 표현의 시식코너를…
옷
참 재미있지 옷이라는 게 지하철에 앉아 고개를 들면 마주선 중년남성의 사타구니와 내 입을 가로막고 있는 게 몇 겹의 옷이 전부라는 게 옷은 천이고 천은 실인데 얽히고설킨 몇 올의 실이 뜻밖의 구강성교라는 지옥에서 나를 건져올리다니 바지 속의 팬티 속의 피부 속의 세포막 속의 무엇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양파가 될 지도 몰라 그 속은 마리아나 해구보다 깊을 텐데…
탑
우리 있잖아 그때 말이야 우리가 무언가 쌓아가고 있었을 때 우리가 입술을 맞추고 있었을 때 말이야 네가 내 안에 내가 네 안에 우리는 그때 우리였지 나와 너로 흩어지기 전 그때 우리는 들숨과 날숨으로 조용한 숨결처럼 대화를 했잖아 이제는 고작 음파를 일으키면서 한숨처럼 소리쳐야 하잖아 외국어처럼 나는 empathy라는 말이 슬퍼 언제부터 나는 너를 느끼려면 네 안으로 들어가야만…
숙취
잔이 멈추고 무서운 숙취가 찾아오면 나는 이불에 갇혀 웅크리고 떤다 혼자 떤다 연탄가스 매캐하고 악을 쓰고 몸을 기울여야 겨우 들리는 술집에서 따닥 뚜껑을 딴 뒤 투명한 잔에 맑은 술 졸졸졸 창을 가린 허름한 시트지에는 푸른 초원에 웃는 소 일가족 건배, 건배, 건강이 최고야 펄떡이는 생선을 건져 눈 앞에서 대가리를 치고 배를 가르면 쏟아지는 내장 흥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