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얼룩소에 게시되었습니다. 글 읽으러 가기 봄바람 휘바이든 2022년 9월 22일, MBC는 뉴스 한 꼭지를 보도합니다. 미국 순방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촬영한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은 현재 616만이라는 조회수를 올리고 있습니다. 'MBCNEWS' 유튜브 채널에서 전체 14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순위권에 오른 대부분의 영상이 게시된 지 몇 년 된 영상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3개월 된 동영상 치고는…
[태그:] 철학
비밀에 부쳐야 할 것들
왜 연봉은 비밀에 부칠까 여러분의 회사는 안녕하신가요? 위에 인용된 기사처럼, 모든 사람의 연봉이 공개된 회사를 상상해봅시다. 누구는 얼마 받고, 누구는 얼마 받고 속속들이 다 아는 그런 회사 말입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도시괴담인가 싶겠지만, 아예 없는 일은 아닙니다. 우선 회계부서에서 급여를 담당하는 분은 모든 사람의 연봉을 알고 있습니다. 회계부서장 또는 운영 임원도 직원들의 연봉을 알아야 할 것이고요.…
우리가 사는 세상
사슴이 말이 되는 기적 세월호가 침몰하던 2014년, 교수신문 연말호에서는 그 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가 꼽혔습니다. 지록위마는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말인데, 사슴을 말이라 부른다는 뜻입니다. 고대 중국 진나라의 내시 조고의 이야기입니다. 조고는 위대한 폭군 진시황을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르던, 비선실세의 원조 격인 인물입니다. 조고는 진시황이 죽자 그의 유서를 조작해 장남이 아닌 막내 아들 호해를 황제로 세웁니다. 황제의…
난삽한 단상
왜 한글이 적힌 티셔츠는 예뻐 보이지 않을까? 정신. 경계짓기. 무모순율, 배중률, 동일률. (아리스토텔레스 오르가논 참고 필요) 경계는 “같지 않다”에서 나온다. 동일률은 같은 것 사이의 경계를 허묾. (칸트는 “형이상학적 인식의 제1원리에 대한 새로운 설명”에서 무모순율이 아니라 동일률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 물신주의, 페티시즘. 경계 뭉뚱그리기. 관계, 인과율. 원시 페티시즘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경계 흐리기. 근대 페티시즘은…
정치만큼 중요한 사내정치
“재영 씨는 정치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면서 왜 사내정치에는 둔해요?” 얼마 안 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들은 말이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에 다니던 시절, 같은 팀에서 일하던 팀원 한 분(아마 직급체계가 잡힌 대기업이었으면 쳐다도 못 볼 대선배였을 겁니다)께서 제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면 좋은 회사원이 될 수 없으리라는, 저를 생각하는 마음에 부러 꺼내신, 쓴소리였을 겁니다.…
연애의 조건
연말이라 술자리가 많습니다. 서른 즈음 20대 후반 남자들이 모이면 하는 이야기는 비슷비슷할 겁니다. 이미 취업해 안정을 꿈꾸는 친구, 꿈을 좇아 일상을 바친 친구, 방황하는 친구… 사람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사랑 이야기에는 모두가 눈을 반짝입니다. 누구를 만나느냐, 어떻게 만나느냐, 결혼은 언제 하느냐 하는 대화는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습니다. 요새 연애하는 사람 보기가 꽤 어렵습니다. 적어도…
명백한 사실, 사실적 진리
이 글을 쓴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10월 3일, 글을 쓸 당시에는 하나의 사건에 여러 해석이 있었다. 적어도 내 귀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보고 "이 새끼들"이라고 말한 것으로,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것으로 들렸다. 그러나 당시 윤석열 행정부를 비롯해 여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에는 그런 식의 말장난이 없다. 물론, '참사'를…
우리가 사는 세계 | 왜 일한 건 티 내야 할까 4
티 내지 않은 일은 세계에서 사라진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드러난 것만 존재한다. 그런데 이렇게 불합리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엄연히 내가 한 일인데 드러내지 않으면 사라질 수도 있다니? 아마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드러내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다. 아무도 몰라줘도 있는 것은 있는 것이다. 고독한 내가 한 일은 세상을 바꾼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사과를 먹으면…
드러난 것이 있는 것이다 | 왜 일한 건 티 내야 할까 3
왜 일한 건 티 내야 할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티 내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이다. 일꾼과 말꾼의 차이는 마음과 행위의 차이와 같다. 다시 말해 일하기와 말하기 사이의 경계는 속마음과 드러내기 사이의 경계와 같다. 우리는 마음과 행위 사이에 그어진 경계와 비슷하게, 일하기와 말하기 사이에 경계를 그어볼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결코 알 수 없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이심전심이라는 말도 그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 맥락을 통해 그의 마음을 유추할 뿐이거나 우연한 행동이 알고 보니 같은 의도였다고 믿게 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가능하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려줄 방법은 말과 몸짓뿐이다. 속마음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이 타인에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장을 다니는 철학자들에게 | 왜 일한 건 티 내야 할까 2
일꾼과 말꾼 이야기의 핵심은 일하기와 말하기 사이의 긴장이었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를 읽고 몇몇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맞아. 너무 헌신하면 나만 호구라니까. 누가 알아 주지도 않는데 일만 더 하고 있진 않은지 신경 써야겠어.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되는 거야.’ 어쩌면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와… 말꾼 저거는 진짜 낯설지가 않네, 꼭 누구처럼. 저런 사람 어딜 가나 있구나.’ 단지 직장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알려준다거나 뒷담화 따위의 단순한 위로에 그칠 것이었다면, 나는 이 글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직장을 다니는 철학자를 원한다. 폴 세잔, <사과와 오렌지(Pommes et oranges)>, 1889. 캔버스에 유화, 740㎜ x 930㎜. 오르세 박물관. 앙리 마티스, <테이블 위의 사과 그릇>, 1916. 캔버스에 유화, 1149㎜ x 895㎜. 크라이슬러 미술관. 직장을 다니는 철학자는 바로 우리들이다. 먹고사는 데 바쁘지만 생각하기를 그치지 않는 사람들, 직장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