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말, 난파된 정치 ③ | 표류자들이 사는 세상

이전 글 "표류하는 말, 난파된 정치 ② | 표류하는 언어에는 돛이 없다" 읽기 이 글은 얼룩소에 게시되었습니다. 글 읽으러 가기 듣기는 말하기보다 공정한가 말하기는 대표적인 선택 행위입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사전과 같은 랑그가 있습니다. 말문을 열 때, 우리는 랑그에서 적절한 단어들을 선택해 내뱉습니다. 물론 첫 머리만 고르고 나머지는 습관처럼 연상해내지만요. 말하기의 모든 과정이 완전히 선택적인 것은 아니지만, 선택이…

표류하는 말, 난파된 정치 ② | 표류하는 언어에는 돛이 없다

이전 글 "표류하는 말, 난파된 정치 ① | 우리가 바이든을 날리면 안 되는 이유" 읽기 이 글은 얼룩소에 게시되었습니다. 글 읽으러 가기 말이 표류한다니, 무슨 소리야? 문제는, 대통령실의 '날리면'이라는 해명이 등장하기 전까지, '날리면'으로 들었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는 겁니다. 그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이든'이라 들었습니다. 적어도 제 주변에서는요. MBC뉴스가 가장 처음 그렇게 듣고 대중에 보도했습니다. 그…

표류하는 말, 난파된 정치 ① | 우리가 바이든을 날리면 안 되는 이유

이 글은 얼룩소에 게시되었습니다. 글 읽으러 가기 봄바람 휘바이든 2022년 9월 22일, MBC는 뉴스 한 꼭지를 보도합니다. 미국 순방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촬영한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은 현재 616만이라는 조회수를 올리고 있습니다. 'MBCNEWS' 유튜브 채널에서 전체 14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순위권에 오른 대부분의 영상이 게시된 지 몇 년 된 영상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3개월 된 동영상 치고는…

우리가 사는 세상

사슴이 말이 되는 기적 세월호가 침몰하던 2014년, 교수신문 연말호에서는 그 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가 꼽혔습니다. 지록위마는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말인데, 사슴을 말이라 부른다는 뜻입니다. 고대 중국 진나라의 내시 조고의 이야기입니다. 조고는 위대한 폭군 진시황을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르던, 비선실세의 원조 격인 인물입니다. 조고는 진시황이 죽자 그의 유서를 조작해 장남이 아닌 막내 아들 호해를 황제로 세웁니다. 황제의…

정치만큼 중요한 사내정치

“재영 씨는 정치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면서 왜 사내정치에는 둔해요?” 얼마 안 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들은 말이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에 다니던 시절, 같은 팀에서 일하던 팀원 한 분(아마 직급체계가 잡힌 대기업이었으면 쳐다도 못 볼 대선배였을 겁니다)께서 제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면 좋은 회사원이 될 수 없으리라는, 저를 생각하는 마음에 부러 꺼내신, 쓴소리였을 겁니다.…

2022. 8. 1. 요약생활 93

아, 뿌듯하다. 요즘 일하면서 매번 뿌듯함을 느낀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를 기획재정위원회로 옮기게 됐는데, 첫 전체회의에서 내가 쓴 질의서가 읽혔다. 질의서는 기획재정부의 「2022 세제개편안」에서 '투자상생협력세제'가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쓰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원청과 하청의 상생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현안과 엮었는데 그게 주효했던 듯하다. 보도자료도 안 썼는데 기사가 났다. 하청기업…

복잡한 머릿속 정리하기

안정성은 공적 영역의 영속. 공적 영역의 영속은 다음 세대를 위한 보존. 공적 영역의 영속성은 헛됨으로부터 보호될 때 가능. 노동하는 동물, 호모 파베르, 행위의 의미. 공동체와 정치체. 질서의 명목성으로 구분. 법의 의미는 제도와 유사한 의미/예술작품과 유사한 의미. 법체계는 선판단의 기준으로 기능. 구성원이 행위하는 모습 결정. 일상적인 일과 합법성의 느낌. 정치체의 본질은 변화를 포함한 지속. 행위의 본보기…

부끄러움

부끄러움은 내가 내 행동을 돌아볼 때에만 느껴진다. 양심의 목소리는 다름아닌 내 목소리. 양심의 고통은 내가 내게 주는 처벌. 도덕은 자기 자신과 대화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허락된 세계다. 판단의 기준을 다른 누군가에 맡긴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판단의 권한을 가진 사람들의 요구조건만 만족하면 도덕을 완성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정해진 규칙만 따르면 이외의 논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

인간은 물건이 아니라서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꼼짝 않을 수 있는 건 도마 위의 생닭뿐이다. 인간이 모여 만든 것들도 그러하다. 어쭙잖은 동아리부터 시작해 국가, 국제연합까지. 상황에 따라 인간은 다르게 행한다. 인간의 일에 한해서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다. 그렇다고 도덕이나 윤리, 정치가 아무짝에 쓸모없는 건 아니다. 견고한 기준이 없다고 손놓을…

네거티브: 정치와 도덕의 경계에서

선거에서 상대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은 용인될까? 거짓말을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른바 네거티브다. 없는 사실을 말하는 건 아니지만 상대가 감추고 싶어하는 것을 굳이 공개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상대의 약점을 잡고 늘어지는 모습이 정치인에게 바람직한 모습일까? 일단, 네거티브는 도덕적이지 않다. 모든 사람이 서로 치부 드러내기에 몰두하는 세상은 끔찍할 것이기 때문이다. 감춘 것을 드러내면 그것은 더 이상 감춘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