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30. 요약생활 114

화요일, 흐림 나는 국어선생님들을 사랑한다. 아니,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놓고 보니 모두 국어선생님이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어제는 중학 시절에 만난 국어선생님과 저녁을 먹었다. 그저께는 국어선생님을 하던 고교 친구와 길게 통화했다. 이 두 국어선생님은 정말 선생님이어서 언제 어디서든 매번 배운다. 집앞 꼼장어 집에서 만나면 그곳이 교실이 되고, 실없는 안부전화를 하면 그야말로 원격교육이 된다. 그래서 한 선생님을 만나면…

국회를 떠나며

정들었던 이수진 의원실을 떠납니다.운 좋게도, 철학을 공부한 제가 국회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치열하게 일하고 많이 배웠습니다. 2022년 2월 7일에 입사해 이번 달 말일에 떠나니,입사 이후 1년이 지나 퇴사하게 됐습니다.짧고 굵게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일을 간략히 되돌아봅니다. 행정부에 262건의 자료를 요구하고 201건의 자료를 받았습니다.그중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준비하기 위해 요구했던 예산안이 91건이어서, 특정한 문제의식을 갖고 요구했던 자료는…

일기의 정석

일기 별 것 없다. 날씨 쓰고, 그날 뭐 했는지 쓰면 된다. 한 줄이라도 매일 쓰는 게 중요하다. 이순신이 그랬다. 1월 초3일 [양력 2월 15일]<갑자> 맑다. 동헌(여수시 군자동 진남관 뒷쪽)에 나가 별방군을 점검하고 각 고을과 포구에 공문을 써 보냈다. 1월 초4일 [양력 2월 16일]<을축> 맑다. 동헌에 나가 공무를 봤다. 1월 초5일 [양력 2월 17일]<병인> 맑다. 동헌에…

2022. 8. 1. 요약생활 93

아, 뿌듯하다. 요즘 일하면서 매번 뿌듯함을 느낀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를 기획재정위원회로 옮기게 됐는데, 첫 전체회의에서 내가 쓴 질의서가 읽혔다. 질의서는 기획재정부의 「2022 세제개편안」에서 '투자상생협력세제'가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쓰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원청과 하청의 상생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현안과 엮었는데 그게 주효했던 듯하다. 보도자료도 안 썼는데 기사가 났다. 하청기업…

2022. 7. 29. 요약생활 92

칼럼 대필 작가로 데뷔했다. 글은 7월 7일에 썼는데, 올라간 건 7월 17일이다. 맨 첫 문장에 헌법 제11조 제1항을 인용했는데, 때마침 제헌절에 게재됐다. 뿌듯하다. 원래 언론사 칼럼에 기고하면 글이 난도질 당해서 올라간다. 그런데 이번 글에는 사소한 통계 두어 문장만 추가됐다. 내 손으로 쓴 문장은 모두 살아남았다. 글쟁이는 이 맛으로 산다. [初選이 대한민국 바꾼다] 소외된 이들에 법의…

2022. 7. 15. 요약생활 91

영어회화 연습하길 잘했다. 지난번에 영어회화에서 주워들은 말 가지고 요약생활 쓴 날 저녁, 식당에서 외국인을 만났다. 지원과 나는 오랜만에 닭갈비 먹자고 단골 식당에 갔는데, 옆에 외국인 남녀 한쌍이 앉더니 주문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도와주고 싶어서 기회만 엿보다가 눈을 마주쳤다. "Any help?" "Oh you speak English?"로 시작해서, 매운 닭갈비 1인분, 닭목살 1인분에 처음처럼 한 병 시켜줬다.…

보좌관으로 태어나기

입법보조원으로 국회에 출근한 첫 날이다. 입법보조원은 말하자면 보좌관이라는 최종 테크를 타기 위한 기초 직업이다. 테란으로 치면 마린, 메이플로 치면 초보자다. 건물에 들어서는 법부터, 점심에 밥 먹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웠다. 아주 인상적인 건, 매순간 생각할 것들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감시와 통제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가? 공무원의 주기적 방문은…

2022. 1. 2. 요약생활 88

내 생활을 돌아보는 일을 지난 추석에 하고 그만두고 있었다. 이제 해도 바뀌고, 논문도 통과하고, 졸업만 앞두고 있으니 쓸 때도 됐다. 오늘은 지원과 여기 저기 쏘다녔다. 그런데 어디를 다녔는지보다 더 중요하게 적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설거지. 설거지는 밥을 먹을 때마다 해야 한다.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설거지, 빨래, 청소를 해야 할 것이다. 아렌트가 말하기를,…

2021. 8. 2. 요약생활 83

연구 주제가 조금 바뀔 것 같다. 내가 관심 있는 주제는 "사람들이 약속을 지키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약속을 왜 지켜야만 하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설명을 시도했지만, 약속에 대한 설명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무엇 때문에 사람은 약속을 지킨다"라는 설명(결국 "법의 이념은 무엇이다"라는 설명)은 "인간은 죽는다"라는 설명과 같은 설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에 대한 의견이나 이론은 진리에 대한…

2021. 7. 29.-30. 요약생활 82

중요한 건 몰입이다. 내가 삶을 바칠 가치가 있는 일에 모든 걸 다 제쳐두고 빠져드는 것. 학교 선배 상용 형을 만났다.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는 형인데, 아주 재미있게 산다. 과학적 추론으로 5.18민주화운동 참여자들을 실험하고, 핵무기에 피폭된 외면박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기록을 남기는 중이다. 멋지고, 무서웠다. 똑똑한 사람이 집념을 갖추면 위대해진다. 주변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인정해 인간적으로, 경제적으로, 각종 도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