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7. 요약생활 121

일요일, 맑음 결혼을 준비할 때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지원과 결혼반지를 맞췄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반지의 의미를 지원에게 말해주었다. 사람이 죽으면 뼈가 남는다고, 뼈만큼 오래 남는 건 바로 이 반지일 거라고. 그래서 우리는 반지에 유언을 새겨야 한다고. 지원과 나는 각자의 반지에 서로의 이름을 새기기로 했다. 먼 훗날 21세기 대한민국사를 연구하는 고고학자들이 땅을 파서 내 뼈를 발견하면,…

2023. 7. 3. 요약생활 119

월요일, 흐림 지난 주말은 정신없었다. 토요일 오랜만에 오전 독서모임을 나갔다. 리쾨르 <시간과 이야기> 1권을 뗐다. 이사와 병행하느라 다른 책처럼 꼼꼼하게 읽지 못했다. 오후 독서모임에서는 카뮈 <이방인>을 읽는다. 유명한 책이어서 그런지, 독서모임에 사람이 많이 왔다. 저녁에는 동네 친구들과 삼겹살 소주 파티를 했다. 일요일에는 내내 갓또와 뒹굴었다. 갓또와 마음의 거리가 더 가까워진 듯하다. 지난주까지만해도 평일 저녁에는 정리를…

2023. 6. 27. 요약생활 118

화요일, 흐림 이사 후 첫 출근. 아침에 길을 헤매서 10분 지각했다. 이사해서 교통편은 확실히 편한데, 어색하다. 예전에 지각했을 때에는 아무도 안 마주쳤는데, 오늘은 유독 많이 만났다. 바쁜 시기에 휴가 썼다고 핀잔도 들었다. 좋은 날이 있으면 나쁜 날도 있는 법. 끄덕끄덕 했다. 집 생각이 나서 일은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집이 너무 좋아서 가고만 싶었다.…

2023. 6. 26. 요약생활 117

월요일, 흐리고 비 휴가를 쓰고 이삿짐 정리를 마저 했다. 온더보더에서 멕시코 음식으로 브런치를 해결했다.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기분이었다. 오전에는 지원과 이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샀다. 정수기 설치를 완료하고 가스레인지를 개통하기 위해 기사가 방문했다. 점심에는 집에서 정리를 하며 기사님들을 기다렸다. 가스 기사가 갓또를 아주 좋아했다. 오후에는 다시 홈플러스에서 필요한 물품을 샀다. 막바지에는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정신을 잃을…

2023. 6. 24. 요약생활 115

토요일, 맑음 이사했다. 복층 원룸 월세 빌라에서 대단지 투룸 전세 아파트로 간다. 이제 공식적으로(?) 지원과 함께 산다. 하루종일 짐을 싸고 옮겼다. 군 시절 전투준비태세 훈련 때나 쓰던 커다란 PP박스에 옮길 짐을 넣었다. 전에 살던 집이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4층이어서 등에 짐을 지고 수없이 오르내렸다. 아파트에 도착해서는 다행히 손수레를 쓸 수 있었다. 옛집과 새집을 오가며 상차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