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의 정석

일기 별 것 없다. 날씨 쓰고, 그날 뭐 했는지 쓰면 된다. 한 줄이라도 매일 쓰는 게 중요하다. 이순신이 그랬다. 1월 초3일 [양력 2월 15일]<갑자> 맑다. 동헌(여수시 군자동 진남관 뒷쪽)에 나가 별방군을 점검하고 각 고을과 포구에 공문을 써 보냈다. 1월 초4일 [양력 2월 16일]<을축> 맑다. 동헌에 나가 공무를 봤다. 1월 초5일 [양력 2월 17일]<병인> 맑다. 동헌에…

2022. 8. 1. 요약생활 93

아, 뿌듯하다. 요즘 일하면서 매번 뿌듯함을 느낀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를 기획재정위원회로 옮기게 됐는데, 첫 전체회의에서 내가 쓴 질의서가 읽혔다. 질의서는 기획재정부의 「2022 세제개편안」에서 '투자상생협력세제'가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쓰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원청과 하청의 상생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현안과 엮었는데 그게 주효했던 듯하다. 보도자료도 안 썼는데 기사가 났다. 하청기업…

2022. 7. 29. 요약생활 92

칼럼 대필 작가로 데뷔했다. 글은 7월 7일에 썼는데, 올라간 건 7월 17일이다. 맨 첫 문장에 헌법 제11조 제1항을 인용했는데, 때마침 제헌절에 게재됐다. 뿌듯하다. 원래 언론사 칼럼에 기고하면 글이 난도질 당해서 올라간다. 그런데 이번 글에는 사소한 통계 두어 문장만 추가됐다. 내 손으로 쓴 문장은 모두 살아남았다. 글쟁이는 이 맛으로 산다. [初選이 대한민국 바꾼다] 소외된 이들에 법의…

2022. 7. 15. 요약생활 91

영어회화 연습하길 잘했다. 지난번에 영어회화에서 주워들은 말 가지고 요약생활 쓴 날 저녁, 식당에서 외국인을 만났다. 지원과 나는 오랜만에 닭갈비 먹자고 단골 식당에 갔는데, 옆에 외국인 남녀 한쌍이 앉더니 주문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도와주고 싶어서 기회만 엿보다가 눈을 마주쳤다. "Any help?" "Oh you speak English?"로 시작해서, 매운 닭갈비 1인분, 닭목살 1인분에 처음처럼 한 병 시켜줬다.…

2022. 7. 12. 요약생활 90

마지막 요약생활 이후로 3개월 만에 쓰는 요약생활. 한 분기가 지나도 까먹지 않고 쓰는 내가 대견하다. 지난 3개월도 쉽지 않았다. 3월에 대선 끝나고 4월에는 법안 발의하겠다고 동분서주했다. 5월에는 지방선거 준비하고 6월에는 또 졌다. 잠시 한 주 쉬고 이제 다시 달린다. 오늘은 아주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뇌는 좋을 때보다 불안할 때를 더 잘 기억한다는 말. 과학적으로…

생활요약 2 (2022. 1. 2. ~ 4. 10.)

해도 바뀌고, 논문도 통과하고, 졸업도 했고, 취업도 했다. 나는 국회의원 비서로 일하고 있다. 1월 한 달은 악몽같았다. 가족에 비극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비극은 비단 나의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에게도 비극이었다. 실은 그 가족의 비극이 더욱 근원적이므로 먼저 언급해야 마땅하지만, 나는 나의 가족을 먼저 말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의 시야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로 좁아지기 때문이다. 설…

보좌관으로 태어나기

입법보조원으로 국회에 출근한 첫 날이다. 입법보조원은 말하자면 보좌관이라는 최종 테크를 타기 위한 기초 직업이다. 테란으로 치면 마린, 메이플로 치면 초보자다. 건물에 들어서는 법부터, 점심에 밥 먹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웠다. 아주 인상적인 건, 매순간 생각할 것들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감시와 통제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가? 공무원의 주기적 방문은…

2022. 1. 2. 요약생활 88

내 생활을 돌아보는 일을 지난 추석에 하고 그만두고 있었다. 이제 해도 바뀌고, 논문도 통과하고, 졸업만 앞두고 있으니 쓸 때도 됐다. 오늘은 지원과 여기 저기 쏘다녔다. 그런데 어디를 다녔는지보다 더 중요하게 적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설거지. 설거지는 밥을 먹을 때마다 해야 한다.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설거지, 빨래, 청소를 해야 할 것이다. 아렌트가 말하기를,…

2021. 8. 24. 요약생활 85

혼란을 겪는 중. 내가 아는 것과 내가 알고 싶은 것 사이에서, 내가 쓰고 싶은 것과 쓸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학기 안에 논문을 쓸 수 있을 것인가? 한 학기 미룬다고 논문을 쓸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가? 전혀.. 어제 백신을 맞았는데 어깨가 욱신거리는 것 빼고는 아무 이상이 없다. 좀 많이 졸렸을…

2021. 8. 20. 요약생활 84

논문 작성에 열중했다.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주부터였다. 해야 할 일이 크고 많다보니 시작하기를 차일피일 미루었다. 시작하고 나니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히 큰 일이라는 '생각'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는데, 시작하고 나니 여기부터 저기까지 해야 할 큰 '일'을 앞에 두게 됐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좋은 글은 좋은 의견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