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떠나며

정들었던 이수진 의원실을 떠납니다.운 좋게도, 철학을 공부한 제가 국회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치열하게 일하고 많이 배웠습니다. 2022년 2월 7일에 입사해 이번 달 말일에 떠나니,입사 이후 1년이 지나 퇴사하게 됐습니다.짧고 굵게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일을 간략히 되돌아봅니다. 행정부에 262건의 자료를 요구하고 201건의 자료를 받았습니다.그중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준비하기 위해 요구했던 예산안이 91건이어서, 특정한 문제의식을 갖고 요구했던 자료는…

일기의 정석

일기 별 것 없다. 날씨 쓰고, 그날 뭐 했는지 쓰면 된다. 한 줄이라도 매일 쓰는 게 중요하다. 이순신이 그랬다. 1월 초3일 [양력 2월 15일]<갑자> 맑다. 동헌(여수시 군자동 진남관 뒷쪽)에 나가 별방군을 점검하고 각 고을과 포구에 공문을 써 보냈다. 1월 초4일 [양력 2월 16일]<을축> 맑다. 동헌에 나가 공무를 봤다. 1월 초5일 [양력 2월 17일]<병인> 맑다. 동헌에…

2022. 8. 1. 요약생활 93

아, 뿌듯하다. 요즘 일하면서 매번 뿌듯함을 느낀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를 기획재정위원회로 옮기게 됐는데, 첫 전체회의에서 내가 쓴 질의서가 읽혔다. 질의서는 기획재정부의 「2022 세제개편안」에서 '투자상생협력세제'가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쓰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원청과 하청의 상생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현안과 엮었는데 그게 주효했던 듯하다. 보도자료도 안 썼는데 기사가 났다. 하청기업…

2022. 7. 29. 요약생활 92

칼럼 대필 작가로 데뷔했다. 글은 7월 7일에 썼는데, 올라간 건 7월 17일이다. 맨 첫 문장에 헌법 제11조 제1항을 인용했는데, 때마침 제헌절에 게재됐다. 뿌듯하다. 원래 언론사 칼럼에 기고하면 글이 난도질 당해서 올라간다. 그런데 이번 글에는 사소한 통계 두어 문장만 추가됐다. 내 손으로 쓴 문장은 모두 살아남았다. 글쟁이는 이 맛으로 산다. [初選이 대한민국 바꾼다] 소외된 이들에 법의…

2022. 7. 15. 요약생활 91

영어회화 연습하길 잘했다. 지난번에 영어회화에서 주워들은 말 가지고 요약생활 쓴 날 저녁, 식당에서 외국인을 만났다. 지원과 나는 오랜만에 닭갈비 먹자고 단골 식당에 갔는데, 옆에 외국인 남녀 한쌍이 앉더니 주문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도와주고 싶어서 기회만 엿보다가 눈을 마주쳤다. "Any help?" "Oh you speak English?"로 시작해서, 매운 닭갈비 1인분, 닭목살 1인분에 처음처럼 한 병 시켜줬다.…

2022. 7. 12. 요약생활 90

마지막 요약생활 이후로 3개월 만에 쓰는 요약생활. 한 분기가 지나도 까먹지 않고 쓰는 내가 대견하다. 지난 3개월도 쉽지 않았다. 3월에 대선 끝나고 4월에는 법안 발의하겠다고 동분서주했다. 5월에는 지방선거 준비하고 6월에는 또 졌다. 잠시 한 주 쉬고 이제 다시 달린다. 오늘은 아주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뇌는 좋을 때보다 불안할 때를 더 잘 기억한다는 말. 과학적으로…

생활요약 2 (2022. 1. 2. ~ 4. 10.)

해도 바뀌고, 논문도 통과하고, 졸업도 했고, 취업도 했다. 나는 국회의원 비서로 일하고 있다. 1월 한 달은 악몽같았다. 가족에 비극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비극은 비단 나의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에게도 비극이었다. 실은 그 가족의 비극이 더욱 근원적이므로 먼저 언급해야 마땅하지만, 나는 나의 가족을 먼저 말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의 시야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로 좁아지기 때문이다. 설…

보좌관으로 태어나기

입법보조원으로 국회에 출근한 첫 날이다. 입법보조원은 말하자면 보좌관이라는 최종 테크를 타기 위한 기초 직업이다. 테란으로 치면 마린, 메이플로 치면 초보자다. 건물에 들어서는 법부터, 점심에 밥 먹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웠다. 아주 인상적인 건, 매순간 생각할 것들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감시와 통제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가? 공무원의 주기적 방문은…

2022. 1. 2. 요약생활 88

내 생활을 돌아보는 일을 지난 추석에 하고 그만두고 있었다. 이제 해도 바뀌고, 논문도 통과하고, 졸업만 앞두고 있으니 쓸 때도 됐다. 오늘은 지원과 여기 저기 쏘다녔다. 그런데 어디를 다녔는지보다 더 중요하게 적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설거지. 설거지는 밥을 먹을 때마다 해야 한다.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설거지, 빨래, 청소를 해야 할 것이다. 아렌트가 말하기를,…

2021. 8. 24. 요약생활 85

혼란을 겪는 중. 내가 아는 것과 내가 알고 싶은 것 사이에서, 내가 쓰고 싶은 것과 쓸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학기 안에 논문을 쓸 수 있을 것인가? 한 학기 미룬다고 논문을 쓸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가? 전혀.. 어제 백신을 맞았는데 어깨가 욱신거리는 것 빼고는 아무 이상이 없다. 좀 많이 졸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