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대중은 왜 사라졌는가?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다. 아니, 글을 읽지 않는다. 이건 도서 시장의 위축이니 독서 인구의 감소니 하는 문제가 아니다. 현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읽기에 무능해졌다는 것이다. 독서대중이 사라졌다. 여기서 독서는 책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텍스트를 읽어 나가는 활동을 의미한다. 텍스트를 읽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출근길 지하철에 타면 모두가 무언가를 읽는 데 열중이다. 다들 무엇을…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하여

나름 의미 있는 견해라 본다. 그러나 이분도 역시 특정한 정파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절대적이고 중립적인 과학적 시각은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누구라도 이 말만큼은 중립적으로 할 수 있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원전 오염수 문제는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의 사례와 비슷하게 보아야 한다. 탈리도마이드는 도입 당시 동물실험에서 별 문제가 없었다고 보고됐다. 입덧에 대한 효능이 발견되면서, 불면증, 감기, 두통에 효능 좋은…

정치만큼 중요한 사내정치

“재영 씨는 정치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면서 왜 사내정치에는 둔해요?” 얼마 안 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들은 말이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에 다니던 시절, 같은 팀에서 일하던 팀원 한 분(아마 직급체계가 잡힌 대기업이었으면 쳐다도 못 볼 대선배였을 겁니다)께서 제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면 좋은 회사원이 될 수 없으리라는, 저를 생각하는 마음에 부러 꺼내신, 쓴소리였을 겁니다.…

보이는 일, 보이지 않는 일

회계담당자 A 씨의 이야기다. 경력자 A 씨는 최근에 입사했다. 전임자 B가 퇴사한 까닭이다. 인수인계는 하루. A 씨가 없던 지난 2년 간의 이야기를 몇 시간에 압축해 들었다. B는 몇몇 계정을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고 했다. 몸이 아파 퇴사한다고도 했다. A 씨는 알겠다고 했다. B의 퇴사에는 상사와의 다툼도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다. 본격적으로 계정을 들여다보니 문제는 심각했다. 몇몇…

안전불감증

또 그놈의 안전불감증. 우습다. 언제 죽을지 아는 사람, 세상에 어디 있나. 원래 죽음은 감각되지 않는다. 안전하다는 믿음이 없으면 세상을 어찌 사나. 믿음 없이 살면 모두가 신경쇠약에 걸린다. 안전하다는 믿음이 우리를 배신할 때 우리는 죽는다. 모든 삶은 안전불감증 위에 놓인다. 안전불감증이라 비난받지 않을 죽음은 세상에 없다. 정부의 책임은 국민의 안전불감증을 지켜주는 것이고, 이웃의 책임은 타인의 죽음을…

친구

문득, 어떤 이유로, 내가 떠오른다는 사람을 곁에 둔다는 게, 참 행복한 삶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하고 누군가 내가 떠오른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검도에 관한 글을 쓰면서, 나는 검도를 오래 수련해온 친구를 떠올렸다. 그에게 검도에 관해 물었더니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키워드가 있다는 게 좋다면서. 또 어떤 날은, 아렌트를 공부하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아렌트의…

사랑

사랑은 결합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만이 함께할 수 있다. 남녀간에, 부모자식 사이에, 친구 사이에 우리는 사랑한다. 그 첫 모습은 신과 인간을 엮어주는 사랑이겠으나 그게 무엇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신은 인간이 아니므로. 사랑은 생성이다. 남녀가 사랑을 하면 아이가 태어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면 아이는 성장한다. 성장한 아이들이 서로를 사랑하면 공동체가 탄생한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면 대체로 사랑…

사람들은 어떤 글을 좋아할까?

요새 이런 저런 실험하며 살고 있다. 일단 목표는 링크드인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것. 2주 동안 두 편의 글을 썼는데, 하나는 <꼰대란 무엇인가>였고, 다른 하나는 오늘 발행한 <자곤의 함정>이었다. 두 글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서로 상반된다. 1) 내용의 수위<꼰대>에서는 도전적인 내용을 썼다. 누군가는 동의할 것이고, 어떤 이는 반대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요새 민감한 세대 문제를 짚었다.…

한나 아렌트의 관점으로 본 고대 중국의 정치 사상

들어가며 2021년 1학기 동안 '중국철학사 입문'이라는 과목을 흥미롭게 들었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진 고대 중국의 사상에서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와 교차하는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렌트와 고대 중국의 정치 철학은 공통적으로 현실적인 문제에 주목했지만, 아렌트는 정치 현상을 그녀 고유의 인간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해석한 반면, 고대 중국의 사상은 공통적으로 군(君)-신(臣)-민(民)의 질서를 전제하여 더 나은 정치를 추구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