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4. 수. 맑고 쌀쌀 에픽테투스는 “바랄 수 없는 것들을 바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욕심내며 살았는가. 오전에 학교에 출근해서 현대인식론 과제를 했다. 지난 주까지 끝냈어야 했는데 대충 하느라 미처 다 하지 못한 탓이다. 원래 하려던 공화국의 위기는 한 자도 읽지 않았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많다. 내가 지도교수님께 작은 칭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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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요약 1 (2021. 4. 1.~10.)
반성부터 해야겠다. 열흘 중에 술을 나흘이나 마셨다. 그런데 공부를 잘하고 싶다고? 순 도둑놈 아니야, 이거. 그 중에서 다음날 무리가 갈 정도로 마신 게 이틀이다. 그러니 과제를 망치고, 교수님께는 혼나지. 벌써 마음이 흐트러진 건가. 다잡아야겠다. 시간을 많이 쏟으면 자연스레 탁월해진다. 요약이라는 중요한 도구를 알게 된 시기였다. 이곳에 남기려고, 혹은 누군가에게 말해주려고 신경쓰며 읽다 보니, 중요한 것과…
요약: 삶의 기술(機術/記述)
어두운 삶을 밝히는 요약의 빛 나는 내 기억력이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께서 매번 웃으면서 이야기하시는 '너 어릴 때 ~' 하는 이야기들, 여자친구가 해주는 '우리 그때 기억나?' 하는 이야기들이 나는 너무 무서웠다. 그때마다 나는 '아 그랬나?' 하면서 눈치를 봤다. 참 신기하지, 난생 처음 듣는 철학자 이름과 사상은 그렇게 잘 말하면서, 왜 내 삶에는 그렇게 무지했을까? 오늘 그…
죽음 (Ⅰ)
내가 겪은 죽음들 나는 살면서 두 차례의 죽음을 겪었다. 당연히, 나의 죽음이 아니라 다른 이의 죽음이었다. 하나는 초등학생 시절 시장에서 사온 토끼, 토순이의 죽음이었다. 토순이에게는 여물냄새가 났고 나는 그 냄새가 싫었다. 샴푸 거품으로 벅벅 닦아 깔끔히 토순이를 씻겼다. 드라이어로 말리니 털이 보드라워 좋았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라 품에 안고 같이 축구를 봤다. 자기 전 건초를…
내가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
"그런데 꼭 내가 요리사가 되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무엇이 맛있는지, 어느 집이 잘 하는지만 알면 되지." 나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1년 동안 철학 공부에 매진하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모든 선택이 그러하듯이, 결심은 충동적이었고 설득은 논리적이었다. 읽어야지, 하고 책장에 쌓아놓은 책들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절간에 들어가 두문불출하고 책만 읽다 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