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갔는지,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시 나를 찾아볼까 한다. 일에 취미를 잃었다. 예전에는 일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의 인정이 없어서 그런 듯하다. 나는 군자나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 누가 봐줘야 무언가를 한다. 회사에 적이 많아 몇몇이 내가 실수하기만을 바란다. 실수를 안 하면 되는데 또 몇 번 했다. 그래서 힘들다. 그래도 살아야지, 어쩌겠어. 글을…
[태그:] 생활
2023. 12. 19.-31. 요약생활 137-145
2023. 12. 19. 화요일. 춥고 눈. 봉사활동을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구상만 하는 중이다. 우리 부부의 첫 차를 구매했다. 씩씩하고 귀여운 차다. 원고 작업을 다시 시작해보려 했으나 제대로 하지는 못했다. 저녁에는 베이스를 수제작 하는 지인을 만났다. 지원의 공방과 가까운 거리에서 작업하는 분이셨다. 이야기가 재밌었다. 특히, 최근에 우리 부부는 사소한 다툼에 휘말리게 됐는데, 인간사 으레 그렇듯 지인도…
2023. 5. 30. 요약생활 114
화요일, 흐림 나는 국어선생님들을 사랑한다. 아니,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놓고 보니 모두 국어선생님이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어제는 중학 시절에 만난 국어선생님과 저녁을 먹었다. 그저께는 국어선생님을 하던 고교 친구와 길게 통화했다. 이 두 국어선생님은 정말 선생님이어서 언제 어디서든 매번 배운다. 집앞 꼼장어 집에서 만나면 그곳이 교실이 되고, 실없는 안부전화를 하면 그야말로 원격교육이 된다. 그래서 한 선생님을 만나면…
2023. 5. 23. 요약생활 113
화요일, 맑음 내일은 결혼사진을 찍는다. 요 며칠 운동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먹고 있다. 우락부락하게 몸 키울 생각은 없지만, 별로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진이면 평생 남는 건데, 멀쩡하게는 보여야 하지 않겠어? 몸은 습관 대로 큰다. 몸은 마치 지층과 같아서 켜켜이 퇴적된 무늬를 갖는다. 하루 양치 거른다고 충치가 생기겠냐마는 그런 행적들이 충치를 낳는…
2023. 4. 24. 요약생활 112
월요일, 구름 조금 어제는 상견례를 했다. 공식적인 혼례의 시작이다. 이 시간부터, 혼례는 우리 둘이 논의하던 일에서 가족 전체가 논의하는 일로 격상됐다. 다행히 모두가 환대해주셨다. 화기애애했다. 지원이 시작부터 눈물을 쏟아 나도 울 뻔했다. 다 마친 뒤에 왜 울었냐 물어보니 벅차서 그랬다고 한다. 나도 내가 왜 울 뻔했는지 몰랐는데, 그 말이 맞는 듯하다. 상견례가 끝난 뒤에는 각…
2023. 4. 13. 요약생활 111
목요일, 맑고 황사 어제는 일을 몰아쳐서 끝냈다. 국회의 국정감사에 비견되는 지방의회의 구정질문를 앞두었기 때문이다. 네 명의 의원들로부터 지시를 받아 5분 자유발언 원고 1개, 구두 구정질문 원고 3개를 모두 끝냈다. 책도 못 보고 글도 못 써 아쉬웠다. 뭐, 업무로 쓴 글도 글로 친다면야 많이 쓰기는 했다만. 여러 의원들이 잘 썼다고 했다. 으레 하는 칭찬은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2023. 4. 10. 요약생활 110
월요일, 맑음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원과 함께 살 전셋집을 구했다. 이사는 6월 중순. 조만간 상견례를 할 것이고, 결혼식을 준비할 것이다. 이렇게 한 가정을 꾸린다. 최근에 내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국회를 떠나 강서구의회에서 일하고 있다. 일은 이미 손에 익었고, 좀 더 배울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중이다. 점심시간에는 이렇게…
보이는 일, 보이지 않는 일
회계담당자 A 씨의 이야기다. 경력자 A 씨는 최근에 입사했다. 전임자 B가 퇴사한 까닭이다. 인수인계는 하루. A 씨가 없던 지난 2년 간의 이야기를 몇 시간에 압축해 들었다. B는 몇몇 계정을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고 했다. 몸이 아파 퇴사한다고도 했다. A 씨는 알겠다고 했다. B의 퇴사에는 상사와의 다툼도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다. 본격적으로 계정을 들여다보니 문제는 심각했다. 몇몇…
요약: 삶의 기술(機術/記述)
어두운 삶을 밝히는 요약의 빛 나는 내 기억력이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께서 매번 웃으면서 이야기하시는 '너 어릴 때 ~' 하는 이야기들, 여자친구가 해주는 '우리 그때 기억나?' 하는 이야기들이 나는 너무 무서웠다. 그때마다 나는 '아 그랬나?' 하면서 눈치를 봤다. 참 신기하지, 난생 처음 듣는 철학자 이름과 사상은 그렇게 잘 말하면서, 왜 내 삶에는 그렇게 무지했을까? 오늘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