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삽한 단상

왜 한글이 적힌 티셔츠는 예뻐 보이지 않을까? 정신. 경계짓기. 무모순율, 배중률, 동일률. (아리스토텔레스 오르가논 참고 필요) 경계는 “같지 않다”에서 나온다. 동일률은 같은 것 사이의 경계를 허묾. (칸트는 “형이상학적 인식의 제1원리에 대한 새로운 설명”에서 무모순율이 아니라 동일률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 물신주의, 페티시즘. 경계 뭉뚱그리기. 관계, 인과율. 원시 페티시즘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경계 흐리기. 근대 페티시즘은…

정치만큼 중요한 사내정치

“재영 씨는 정치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면서 왜 사내정치에는 둔해요?” 얼마 안 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들은 말이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에 다니던 시절, 같은 팀에서 일하던 팀원 한 분(아마 직급체계가 잡힌 대기업이었으면 쳐다도 못 볼 대선배였을 겁니다)께서 제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면 좋은 회사원이 될 수 없으리라는, 저를 생각하는 마음에 부러 꺼내신, 쓴소리였을 겁니다.…

구글 타임라인

구글 타임라인이라는 사이트를 아시는지? https://timeline.google.com/ 스마트폰에 구글 계정을 연동하고, 위치추적을 승인하면, 내가 언제 어디에 어떤 교통수단으로 이동했는지 지도에 표시된다. 구글이 내 위치를 모조리 보고 있다는 점이 꺼림칙하지만, 나는 이걸 매일 아침 확인한다. 아, 어제 여기를 다녀왔구나. 그래, 어제도 술을 마셨구나. 어제는 야근을 오래 했구나... 나중에 내가 다닌 경로를 다 겹쳐서 히트맵을 찍어보면 재밌겠다. 칸트가 말했듯이,…

명백한 사실, 사실적 진리

이 글을 쓴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10월 3일, 글을 쓸 당시에는 하나의 사건에 여러 해석이 있었다. 적어도 내 귀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보고 "이 새끼들"이라고 말한 것으로,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것으로 들렸다. 그러나 당시 윤석열 행정부를 비롯해 여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에는 그런 식의 말장난이 없다. 물론, '참사'를…

안전불감증

또 그놈의 안전불감증. 우습다. 언제 죽을지 아는 사람, 세상에 어디 있나. 원래 죽음은 감각되지 않는다. 안전하다는 믿음이 없으면 세상을 어찌 사나. 믿음 없이 살면 모두가 신경쇠약에 걸린다. 안전하다는 믿음이 우리를 배신할 때 우리는 죽는다. 모든 삶은 안전불감증 위에 놓인다. 안전불감증이라 비난받지 않을 죽음은 세상에 없다. 정부의 책임은 국민의 안전불감증을 지켜주는 것이고, 이웃의 책임은 타인의 죽음을…

친구

문득, 어떤 이유로, 내가 떠오른다는 사람을 곁에 둔다는 게, 참 행복한 삶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하고 누군가 내가 떠오른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검도에 관한 글을 쓰면서, 나는 검도를 오래 수련해온 친구를 떠올렸다. 그에게 검도에 관해 물었더니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키워드가 있다는 게 좋다면서. 또 어떤 날은, 아렌트를 공부하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아렌트의…

상투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말은 사람이 죽었을 때 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 죽음에 이 말을 하면 안 된다. 내 가족이 죽었을 때나 죽음의 원인을 아직 모를 때와 같은 경우에는 명복을 비는 것조차 실례가 될 수 있다. 명계로 일컫는 저승에서 복을 받으라는 말은, 몇몇 상황에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모든 언어는 상황에 맞게 쓰여야 한다. 비슷한…

민스키 모멘트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란 과도한 부채로 인한 경기 호황이 끝나고, 채무자의 부채상환능력 악화로 건전한 자산까지 팔기 시작하면서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시기를 의미한다. 2021. 12. 7. 기획재정부 네이버 블로그 부채는 믿음, 자본은 본질이다. 자산은 둘 모두를 포함한 현상이다. 믿음과 본질의 괴리가 커지면 현상은 붕괴된다.

플라톤과 페미니즘과 통계와 능력주의

플라톤은 정치적 영역에서 성차별을 비판했다. 예를 들자면 『국가』의 이런 언급이다.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들의 일로서 여자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의 것인 것은 없고, 남자가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의 것인 것도 없다네. 오히려 여러 가지 성향이 양쪽 성의 생물들에 비슷하게 흩어져 있어서, 모든 일에 여자도 '성향에 따라' 관여하게 되고, 남자도 모든 일에 마찬가지로 관여하게 되는 걸세." (455d-e) 플라톤은 페미니스트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