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흐리고 비 휴가를 쓰고 이삿짐 정리를 마저 했다. 온더보더에서 멕시코 음식으로 브런치를 해결했다.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기분이었다. 오전에는 지원과 이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샀다. 정수기 설치를 완료하고 가스레인지를 개통하기 위해 기사가 방문했다. 점심에는 집에서 정리를 하며 기사님들을 기다렸다. 가스 기사가 갓또를 아주 좋아했다. 오후에는 다시 홈플러스에서 필요한 물품을 샀다. 막바지에는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정신을 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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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30. 요약생활 114
화요일, 흐림 나는 국어선생님들을 사랑한다. 아니,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놓고 보니 모두 국어선생님이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어제는 중학 시절에 만난 국어선생님과 저녁을 먹었다. 그저께는 국어선생님을 하던 고교 친구와 길게 통화했다. 이 두 국어선생님은 정말 선생님이어서 언제 어디서든 매번 배운다. 집앞 꼼장어 집에서 만나면 그곳이 교실이 되고, 실없는 안부전화를 하면 그야말로 원격교육이 된다. 그래서 한 선생님을 만나면…
2023. 5. 23. 요약생활 113
화요일, 맑음 내일은 결혼사진을 찍는다. 요 며칠 운동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먹고 있다. 우락부락하게 몸 키울 생각은 없지만, 별로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진이면 평생 남는 건데, 멀쩡하게는 보여야 하지 않겠어? 몸은 습관 대로 큰다. 몸은 마치 지층과 같아서 켜켜이 퇴적된 무늬를 갖는다. 하루 양치 거른다고 충치가 생기겠냐마는 그런 행적들이 충치를 낳는…
2023. 4. 24. 요약생활 112
월요일, 구름 조금 어제는 상견례를 했다. 공식적인 혼례의 시작이다. 이 시간부터, 혼례는 우리 둘이 논의하던 일에서 가족 전체가 논의하는 일로 격상됐다. 다행히 모두가 환대해주셨다. 화기애애했다. 지원이 시작부터 눈물을 쏟아 나도 울 뻔했다. 다 마친 뒤에 왜 울었냐 물어보니 벅차서 그랬다고 한다. 나도 내가 왜 울 뻔했는지 몰랐는데, 그 말이 맞는 듯하다. 상견례가 끝난 뒤에는 각…
바디 프로필 전성시대 8
에토스 없는 아름다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가치다. 아름다움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모두 아우른다.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만 의미하게 된 단초는 로마 사람들의 베누스(Venus, 비너스) 숭배에서 찾을 수 있다. 로마인은 크리스트교가 부흥하기 전까지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된 다신교 문명을 유지했다. 그중에서 핵심은 올륌포스 신들에 대응되는 유피테르(Jupiter, Ζεύς), 유노(Juno, Ἥρα), 미네르바(Minerva, Ἀθήνα)였다. 그러나 각각의 신들은 그리스 신화와…
2023. 4. 13. 요약생활 111
목요일, 맑고 황사 어제는 일을 몰아쳐서 끝냈다. 국회의 국정감사에 비견되는 지방의회의 구정질문를 앞두었기 때문이다. 네 명의 의원들로부터 지시를 받아 5분 자유발언 원고 1개, 구두 구정질문 원고 3개를 모두 끝냈다. 책도 못 보고 글도 못 써 아쉬웠다. 뭐, 업무로 쓴 글도 글로 친다면야 많이 쓰기는 했다만. 여러 의원들이 잘 썼다고 했다. 으레 하는 칭찬은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2023. 4. 10. 요약생활 110
월요일, 맑음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원과 함께 살 전셋집을 구했다. 이사는 6월 중순. 조만간 상견례를 할 것이고, 결혼식을 준비할 것이다. 이렇게 한 가정을 꾸린다. 최근에 내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국회를 떠나 강서구의회에서 일하고 있다. 일은 이미 손에 익었고, 좀 더 배울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중이다. 점심시간에는 이렇게…
바디 프로필 전성시대 7
모든 기록과 해석은 사물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기록의 핵심은 사물의 견고함에 있다. 인간은 사물의 존재에서 질서를 찾는다. 그것과 그것 아닌 것을 나눔으로써, 이름을 붙임으로써 인간은 자연에 경계를 만든다.* 그러나 사물이 동일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자연의 흐름에 따라 이내 상해 모습이 변해버린다면, 인간은 그 사물에서 질서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어떤 사물이든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의 흐름은 그…
바디 프로필 전성시대 6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무한한 변화의 흐름(flux)은 구성된 모든 것을 해체해버린다. 흐름은 질서(νομός) 아래 놓인 물질들을 무질서하게 흩어놓는다. 질서와 무질서라는 것도 사실은 생명의 관점에서 세계를 일도양단한 결과이다. 구성된 것과 해체된 것 사이의 경계는 정신의 산물이다. 질서를 찾지 못하면 어떤 것도 구성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덕은 부패하고(decay), 건물은 망가지며(decay), 유기체는 상하고(decay), 원자는 붕괴한다(decay). 중력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바디 프로필 전성시대 5
우리는 왜 운동을 하는가? 살아있는 모든 것은 운동한다. 생명을 유지하려 몸을 움직이는 모든 현상이 곧 운동이다. 운동의 목적을 묻는다면 그것은 생명 그 자체다. 정지된 몸에서 움직이는 몸이 되는 순간, 즉 운동이 시작되는 순간 인간은 생명을 바란다. 더 크고, 더 강건한 생명력(strength, 완력, 강성)은 운동으로부터 나온다. 근육은 힘(δύναμις)의 드러남(φαινομενον, appearance)이다. 사실 힘은 발휘될 때에만 확인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