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뿌듯하다. 요즘 일하면서 매번 뿌듯함을 느낀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를 기획재정위원회로 옮기게 됐는데, 첫 전체회의에서 내가 쓴 질의서가 읽혔다. 질의서는 기획재정부의 「2022 세제개편안」에서 '투자상생협력세제'가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쓰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원청과 하청의 상생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현안과 엮었는데 그게 주효했던 듯하다. 보도자료도 안 썼는데 기사가 났다. 하청기업…
[태그:] 삶
2022. 7. 29. 요약생활 92
칼럼 대필 작가로 데뷔했다. 글은 7월 7일에 썼는데, 올라간 건 7월 17일이다. 맨 첫 문장에 헌법 제11조 제1항을 인용했는데, 때마침 제헌절에 게재됐다. 뿌듯하다. 원래 언론사 칼럼에 기고하면 글이 난도질 당해서 올라간다. 그런데 이번 글에는 사소한 통계 두어 문장만 추가됐다. 내 손으로 쓴 문장은 모두 살아남았다. 글쟁이는 이 맛으로 산다. [初選이 대한민국 바꾼다] 소외된 이들에 법의…
2022. 7. 15. 요약생활 91
영어회화 연습하길 잘했다. 지난번에 영어회화에서 주워들은 말 가지고 요약생활 쓴 날 저녁, 식당에서 외국인을 만났다. 지원과 나는 오랜만에 닭갈비 먹자고 단골 식당에 갔는데, 옆에 외국인 남녀 한쌍이 앉더니 주문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도와주고 싶어서 기회만 엿보다가 눈을 마주쳤다. "Any help?" "Oh you speak English?"로 시작해서, 매운 닭갈비 1인분, 닭목살 1인분에 처음처럼 한 병 시켜줬다.…
2022. 7. 12. 요약생활 90
마지막 요약생활 이후로 3개월 만에 쓰는 요약생활. 한 분기가 지나도 까먹지 않고 쓰는 내가 대견하다. 지난 3개월도 쉽지 않았다. 3월에 대선 끝나고 4월에는 법안 발의하겠다고 동분서주했다. 5월에는 지방선거 준비하고 6월에는 또 졌다. 잠시 한 주 쉬고 이제 다시 달린다. 오늘은 아주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뇌는 좋을 때보다 불안할 때를 더 잘 기억한다는 말. 과학적으로…
드럼, 재즈, 인정
나는 드럼을 배웠다. 오래는 아니고 아주 잠깐. 중학생 때였는데, 어느 여름방학, 학교에서 아주 싼 값에 선생님 한 분을 불러줬다. 내 형편에 드럼처럼 돈 많이 드는 악기를 배우기에는 절호의 기회였다. 나와 형편이 비슷했던 네 명의 친구가 함께 했던 걸로 기억한다. 8주 동안 배웠는데, 모두 다 까먹어서, 이제는 차라리 칠 줄 모른다고 하는 편이 맞다. 나는 늘…
생각
인간은 물건이 아니라서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꼼짝 않을 수 있는 건 도마 위의 생닭뿐이다. 인간이 모여 만든 것들도 그러하다. 어쭙잖은 동아리부터 시작해 국가, 국제연합까지. 상황에 따라 인간은 다르게 행한다. 인간의 일에 한해서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다. 그렇다고 도덕이나 윤리, 정치가 아무짝에 쓸모없는 건 아니다. 견고한 기준이 없다고 손놓을…
시스템, 계, 체계, 기계, 헌법
시스템(system)은 그리스어 쉬스떼마(σύστημα)에서 왔는데, 함께(쉰, σύν) 서있다(히스떼미, ἵστημι)는 말이 조합된 단어이다. 라틴어로 치면 콘시스토(cōnsistō)인데, 역시 함께(쿰, cum) 서있다(시스타레, sistāre)는 뜻이다. 그러나 의미로 보면 쉬스떼마는 콘스티투토(cōnstitūtō)와 더욱 가깝다. 콘시스토는 멈추다는 의미에 더욱 가깝지만 콘스티투토는 설립하다 혹은 결정하다라는 뜻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당연히 콘스티투토 역시 함께 세우다(스타투오, statuō)라는 의미로 형성됐다. 쉬스떼마는 집합체, 기계, 무리, 동맹을 의미한다. 단지 멈춘다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우상
인간이 십자가를 우상으로 만든다. ‘십자가를 통해 예수의 희생을 기리자’는 주장은 십자가를 성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십자가에 기도하면 반드시 구원받는다’는 인간의 주장은 십자가를 우상으로 만든다. ‘십자가 앞에서 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도도 신께 닿지 않는다’는 주장도 십자가를 우상으로 만든다. ‘우리 교회에 오면, 혹은 내 설교를 들으면 반드시 구원받는다’는 그 오만한 말이 우상을 만들어낸다. 그 외 모든 것에서도 마찬가지다.…
2022. 4. 12. 요약생활 89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의원님이 보좌관님에게 글을 한번 써보라고 하셨는데, 어깨너머로 듣고 내 나름대로 써봤다. 그리고 상황 봐서 '한번 써봤다'며 보여드렸다. 검찰정상화가 당론으로 채택됐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여러분의 지지와 염원이 민주당을 움직였습니다. 정치는 국민의 관심으로 움직입니다. 여러분께서 목소리를 내주신 덕분에, 우리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첫 발을 뗐습니다. 비정상적인 검찰권을 정상화할 유일한 기회입니다. 비대하고 부패한 권력으로부터…
생활요약 2 (2022. 1. 2. ~ 4. 10.)
해도 바뀌고, 논문도 통과하고, 졸업도 했고, 취업도 했다. 나는 국회의원 비서로 일하고 있다. 1월 한 달은 악몽같았다. 가족에 비극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비극은 비단 나의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에게도 비극이었다. 실은 그 가족의 비극이 더욱 근원적이므로 먼저 언급해야 마땅하지만, 나는 나의 가족을 먼저 말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의 시야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로 좁아지기 때문이다.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