נַֽעֲשֶׂ֥ה אָדָ֛ם“우리가 사람을 만들자” 창세기에 적힌 신의 말입니다. 세상을 창조하던 신이 마침내 인간을 만드는 부분입니다. 성경에서 신은 내내 단수(내가)로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유독 복수(우리가)로 등장해 오래도록 논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기독교 신자도 아니고, 신학도 전혀 모르지만, 제 나름대로 이렇게 추측해봅니다. 신도 육아는 혼자 하기 어려웠나보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 그러니까 영양, 보호, 성장, 교육 등등은 홀로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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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화와 여론
동기화(synchronization)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고정된 바닥에서 동기화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바닥이 흔들려야 동기화가 빠르게 일어난다. 동기화의 과정은 이렇다. 한 진자가 고정되지 않은 바닥 위에서 진동한다. 바닥은 진자의 반대로 움직인다. 복수의 진자가 무작위로 진동한다. 바닥은 진자들의 운동량 총합에 따라 반대로 움직인다. 바닥의 움직임에 반대되는 진자는 운동량이 감소하지만 들어맞는 진자는 운동량이 유지된다. 진자들의 모멘트 총합과…
깊이와 에토스, 성형수술
에토스는 깊이다. 에토스는 행위의 축적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한 행위도 나의 에토스를 형성한다. 내 속마음과 몰래 한 짓은 아무도 볼 수 없지만, 에토스로 결국 드러나게 된다. 에토스는 친애를 가능케 한다. 친구 사이는 어쨌거나 타인과의 관계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을 매개로만 가능하다. 필요에 따른 충족과 육체적 즐거움은 철저히 가시적인 것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그 사람 자체에 대한…
비밀에 부쳐야 할 것들
왜 연봉은 비밀에 부칠까 여러분의 회사는 안녕하신가요? 위에 인용된 기사처럼, 모든 사람의 연봉이 공개된 회사를 상상해봅시다. 누구는 얼마 받고, 누구는 얼마 받고 속속들이 다 아는 그런 회사 말입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도시괴담인가 싶겠지만, 아예 없는 일은 아닙니다. 우선 회계부서에서 급여를 담당하는 분은 모든 사람의 연봉을 알고 있습니다. 회계부서장 또는 운영 임원도 직원들의 연봉을 알아야 할 것이고요.…
난삽한 단상
왜 한글이 적힌 티셔츠는 예뻐 보이지 않을까? 정신. 경계짓기. 무모순율, 배중률, 동일률. (아리스토텔레스 오르가논 참고 필요) 경계는 “같지 않다”에서 나온다. 동일률은 같은 것 사이의 경계를 허묾. (칸트는 “형이상학적 인식의 제1원리에 대한 새로운 설명”에서 무모순율이 아니라 동일률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 물신주의, 페티시즘. 경계 뭉뚱그리기. 관계, 인과율. 원시 페티시즘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경계 흐리기. 근대 페티시즘은…
정치만큼 중요한 사내정치
“재영 씨는 정치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면서 왜 사내정치에는 둔해요?” 얼마 안 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들은 말이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에 다니던 시절, 같은 팀에서 일하던 팀원 한 분(아마 직급체계가 잡힌 대기업이었으면 쳐다도 못 볼 대선배였을 겁니다)께서 제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면 좋은 회사원이 될 수 없으리라는, 저를 생각하는 마음에 부러 꺼내신, 쓴소리였을 겁니다.…
민스키 모멘트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란 과도한 부채로 인한 경기 호황이 끝나고, 채무자의 부채상환능력 악화로 건전한 자산까지 팔기 시작하면서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시기를 의미한다. 2021. 12. 7. 기획재정부 네이버 블로그 부채는 믿음, 자본은 본질이다. 자산은 둘 모두를 포함한 현상이다. 믿음과 본질의 괴리가 커지면 현상은 붕괴된다.
플라톤과 페미니즘과 통계와 능력주의
플라톤은 정치적 영역에서 성차별을 비판했다. 예를 들자면 『국가』의 이런 언급이다.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들의 일로서 여자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의 것인 것은 없고, 남자가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의 것인 것도 없다네. 오히려 여러 가지 성향이 양쪽 성의 생물들에 비슷하게 흩어져 있어서, 모든 일에 여자도 '성향에 따라' 관여하게 되고, 남자도 모든 일에 마찬가지로 관여하게 되는 걸세." (455d-e) 플라톤은 페미니스트였는가?…
드럼, 재즈, 인정
나는 드럼을 배웠다. 오래는 아니고 아주 잠깐. 중학생 때였는데, 어느 여름방학, 학교에서 아주 싼 값에 선생님 한 분을 불러줬다. 내 형편에 드럼처럼 돈 많이 드는 악기를 배우기에는 절호의 기회였다. 나와 형편이 비슷했던 네 명의 친구가 함께 했던 걸로 기억한다. 8주 동안 배웠는데, 모두 다 까먹어서, 이제는 차라리 칠 줄 모른다고 하는 편이 맞다. 나는 늘…
생각
인간은 물건이 아니라서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꼼짝 않을 수 있는 건 도마 위의 생닭뿐이다. 인간이 모여 만든 것들도 그러하다. 어쭙잖은 동아리부터 시작해 국가, 국제연합까지. 상황에 따라 인간은 다르게 행한다. 인간의 일에 한해서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다. 그렇다고 도덕이나 윤리, 정치가 아무짝에 쓸모없는 건 아니다. 견고한 기준이 없다고 손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