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3.-8. 요약생활 149-154

2024. 1. 3. 수요일. 태어나 거의 처음으로, 한 해와 한 달의 일정을 확인했다. 하루에 일할 범위를 정하고, 그만큼만 일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온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나는 국회 일도 이 일도 잘 알지 못해서 가만히 있기로 했다. 2024. 1. 4. 목요일. 전국 지자체에서 처음일 조례를 만들기로 했다. 물론 별건 없다. 새로 입사한 사람들과 처음 식사했다. 2024.…

2024. 1. 1.-2. 요약생활 146-148

2024. 1. 1. 월요일. 따뜻하고 탁함. 새해가 시작됐다. 장인어른과 처가댁 가족들을 만났다. 다같이 중국음식을 먹고 새해 복을 빌었다. 오후에 아내 할아버지 산소에 다녀왔다. 할아버지께 결혼했음을 알려드리고 종종 뵙겠다고 했다. 장인께서는 흡족해 하셨다. 저녁에 본가에 다녀왔다. 새해 복을 빌었다. 2024. 1. 2. 화요일. 흐림. 갓또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비만 진단을 받았다. 무지한 죄로 갓또를 힘들게 한 것…

골골송

우리는 언제까지날짜를 셀까순간을 건너기도 이렇게 힘든데고양이를 보면서나는 생각했다가르릉 소리를 들으면서푸리에는복잡한 소리와 단순한 소리를 구분하고 복잡한 소리가 단순한 소리들로 구성된다는 복잡한소리를 했다 고양이의고운 저 소리도신디사이저건반 몇 개를동시에 누르면똑같은 소리가 난다는 소리다소리는힐베르트의 거리와제논의 순간을 넘어내게 닿아 귓전을 울린다울리면서 고양이 네가 죽을 때뚝그칠 것이다나는 왜 너의 장례를 치러야 할 운명일까

2023. 8. 27. 요약생활 121

일요일, 맑음 결혼을 준비할 때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지원과 결혼반지를 맞췄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반지의 의미를 지원에게 말해주었다. 사람이 죽으면 뼈가 남는다고, 뼈만큼 오래 남는 건 바로 이 반지일 거라고. 그래서 우리는 반지에 유언을 새겨야 한다고. 지원과 나는 각자의 반지에 서로의 이름을 새기기로 했다. 먼 훗날 21세기 대한민국사를 연구하는 고고학자들이 땅을 파서 내 뼈를 발견하면,…

거품

시체가 된 너의 몸 너는 눈을 반쯤 뜬 건지 감은 건지 흐리고 웨트 블루의 피부 아래에는 검은 피가 흐르던 정맥의 흔적 네가 체했을 때 따주던 손톱 위 여린 살 바늘을 찔러도 얼어붙은 손끝 나는 너를 너무나 사랑해서 아름다운 네 얼굴에 이 따위 것들이 보인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이편과 저편이 죽음만큼 가까운 거품이어서 표면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2023. 7. 3. 요약생활 119

월요일, 흐림 지난 주말은 정신없었다. 토요일 오랜만에 오전 독서모임을 나갔다. 리쾨르 <시간과 이야기> 1권을 뗐다. 이사와 병행하느라 다른 책처럼 꼼꼼하게 읽지 못했다. 오후 독서모임에서는 카뮈 <이방인>을 읽는다. 유명한 책이어서 그런지, 독서모임에 사람이 많이 왔다. 저녁에는 동네 친구들과 삼겹살 소주 파티를 했다. 일요일에는 내내 갓또와 뒹굴었다. 갓또와 마음의 거리가 더 가까워진 듯하다. 지난주까지만해도 평일 저녁에는 정리를…

2023. 6. 26. 요약생활 117

월요일, 흐리고 비 휴가를 쓰고 이삿짐 정리를 마저 했다. 온더보더에서 멕시코 음식으로 브런치를 해결했다.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기분이었다. 오전에는 지원과 이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샀다. 정수기 설치를 완료하고 가스레인지를 개통하기 위해 기사가 방문했다. 점심에는 집에서 정리를 하며 기사님들을 기다렸다. 가스 기사가 갓또를 아주 좋아했다. 오후에는 다시 홈플러스에서 필요한 물품을 샀다. 막바지에는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정신을 잃을…

2023. 6. 24. 요약생활 115

토요일, 맑음 이사했다. 복층 원룸 월세 빌라에서 대단지 투룸 전세 아파트로 간다. 이제 공식적으로(?) 지원과 함께 산다. 하루종일 짐을 싸고 옮겼다. 군 시절 전투준비태세 훈련 때나 쓰던 커다란 PP박스에 옮길 짐을 넣었다. 전에 살던 집이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4층이어서 등에 짐을 지고 수없이 오르내렸다. 아파트에 도착해서는 다행히 손수레를 쓸 수 있었다. 옛집과 새집을 오가며 상차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