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떠나며

정들었던 이수진 의원실을 떠납니다.운 좋게도, 철학을 공부한 제가 국회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치열하게 일하고 많이 배웠습니다. 2022년 2월 7일에 입사해 이번 달 말일에 떠나니,입사 이후 1년이 지나 퇴사하게 됐습니다.짧고 굵게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일을 간략히 되돌아봅니다. 행정부에 262건의 자료를 요구하고 201건의 자료를 받았습니다.그중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준비하기 위해 요구했던 예산안이 91건이어서, 특정한 문제의식을 갖고 요구했던 자료는…

2022. 8. 1. 요약생활 93

아, 뿌듯하다. 요즘 일하면서 매번 뿌듯함을 느낀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를 기획재정위원회로 옮기게 됐는데, 첫 전체회의에서 내가 쓴 질의서가 읽혔다. 질의서는 기획재정부의 「2022 세제개편안」에서 '투자상생협력세제'가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쓰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원청과 하청의 상생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현안과 엮었는데 그게 주효했던 듯하다. 보도자료도 안 썼는데 기사가 났다. 하청기업…

말 같은 말

한 마디도 지지 않았던 한동훈 후보자와 곤욕을 치른 국회의원들 한동훈, 말 잘한다. 그런데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인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특별한 경우, 악의적으로 명확히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누굴 공격하기 위해서... 한겨레신문의 이번 보도는 과거의 그.. 별장 성접대 보도와 유사한 형태입니다. 1면에 올렸고 일종의 좌표찍기 식으로 후속보도들이 주변에서 이어진 것이기 때문에,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금송아지의 발굽

연좌제는 부당하다. 아비의 잘못은 아비에게만 묻고 딸에게는 묻지 말아야 한다. 만일 딸에게도 아비의 잘못을 묻는다면, 딸은 자신의 능력을 나쁘게 사용한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불운한 때문에 벌을 받게 된다. 자기 능력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권리를 보장하되 그 능력으로 죄를 지으면 처벌한다. 이것이 근대국가의 원리이다. 법적으로는 그렇다. 사회적으로는 어떠한가? 죄 지은 아비가 감옥에 가면, 키워줄 사람이 없어 보육원에…

검사들의 정신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 회수에 대해 "헌법 위반"이라 말했다. "영장 청구권은 수사권을 전제"하기 때문이라 한다. 검찰 수사권 회수가 헌법 위반이라니?헌법에 검사의 수사권이 전제되어 있다니? 헌법이 정하는 검사의 권한은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위한 영장신청권뿐이다. 헌법이 검사에게 직접수사권이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까지 보장했다고 해석하는 건 유추다. 그렇게 따지면 이런 식의 해석도 가능하다. '법관이 영장을 발부하고 재판에 임하기 위해서는…

피가 끓는다는 느낌

오늘 저녁 여섯 시에 거리에서 연설을 했다. 사람들에게 연설하는 건 살면서 처음이었다. 피가 끓는다는 느낌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짜릿하고 재밌었다. 이런 느낌은 정훈장교 시절 300명을 상대로 교육할 때에도 느껴본 적 없다.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소수의 사람만 만나 공적인 말하기 능력을 잃은 줄 알았다. 지난 1년 동안 공부에 전념하면서는 단지 스승님이나 선현과 일대일로만 대화했다. 나는 말할 수…

작업정신

나는 지난 1년 동안 학문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정말 밥먹고 책만 봤다. 읽고, 쓰고, 때로는 밥을 거르거나 잠도 자지 않았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음미하느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학문과 인격의 도야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다 보니 언제 어떤 성취를 이루어야겠다는 목표 자체가 없었다. 학위논문을 언젠가 쓰게 될 것이라는 막연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