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있는 사람이 되려면

교양인이라고 하면 일단 타인이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개인적인 특성은 드러내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이와 반대로 교양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의 태도가 대상의 보편적인 성질에 맞추어지지 않은 채 그의 개인적인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교양이 없는 사람은 단지 자기 멋대로 처신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염두에 두지 않기…

불멸, 영속, 지속

작업의 결과인 작품은 행위(action)의 결과인 행위(deed)보다 지속한다. 행위는 망각되기 쉽지만 작품은 사물로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체가 설립되면, 정치체는 작품을 대체한다. 정치체는 영속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정치체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행위를 기억하는 공간이다. 행위자가 죽고난 뒤에도 행위는 남아 기억된다. 정치체는 작품을 대체하지만 작품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도식에서 보면 작품은 지속하고, 정치체는 영속한다. 그러나 정치체의 영속성은 작품의…

죄형법정주의

죄형법정주의에 대한 아렌트의 생각이 재미있다. 나는 죄형법정주의가 실천의 문제에서 인식의 문제로 확장된다고까지만 생각했는데, 아렌트는 도덕의 문제까지 확장 가능하다고 보았던 것 같다. 죄가 법으로만 규정된다면, 그 자체 죄인 것은 없다는 것이다. 도덕은 조건 없는 절대적 법칙이므로 죄는 금기로만 규정되고, 도덕의 영역에서는 그 자체 악인 것을 찾을 수 없다. 죄형법정주의가 어쩌면 근본악에 대한 아렌트의 입장을 변화시킨 주요…

2021. 8. 24. 요약생활 85

혼란을 겪는 중. 내가 아는 것과 내가 알고 싶은 것 사이에서, 내가 쓰고 싶은 것과 쓸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학기 안에 논문을 쓸 수 있을 것인가? 한 학기 미룬다고 논문을 쓸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가? 전혀.. 어제 백신을 맞았는데 어깨가 욱신거리는 것 빼고는 아무 이상이 없다. 좀 많이 졸렸을…

2021. 8. 20. 요약생활 84

논문 작성에 열중했다.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주부터였다. 해야 할 일이 크고 많다보니 시작하기를 차일피일 미루었다. 시작하고 나니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히 큰 일이라는 '생각'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는데, 시작하고 나니 여기부터 저기까지 해야 할 큰 '일'을 앞에 두게 됐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좋은 글은 좋은 의견이고,…

학계에 기여한다는 것

왜 공부를 할까? 사람은 세계 속에 산다. 본인만을 가꾸며 사는 방법도 있겠으나 세계를 가꾸는 데 힘을 보태며 사는 방법도 있다. 공부는 모르던 것을 알게 하고 알게 된 것을 잊지 않게 하는 작업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망각의 구멍으로 끊임없이 쏟아져내리는 지식을 주워담기 위해 노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틈에서 나라는 인간을 알리기 위해 행위하는 삶을 사는…

Are: 전체주의의 기원

Arendt, Hannah,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Harcourt Brace Jovanovich, 1976.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이진우 · 박미애 역, 한길사, 2017. 김선욱, 『한나 아렌트 정치판단이론』, 푸른숲, 2002. (law) 제국주의자들은 무한한 운동과 같은 팽창을 신봉한다. 크로머는 이런 형태의 통치를 '전례없는 정부형태'라고 일컬었다. 법과 조약 없이 통치자 개인의 영향력으로만 공적 사안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본국과의 연관을 효과적으로 끊는 방식이다. 세실…

죽음, 타인 없는 삶

강대영 외 9명, 『법의학』 법의학에서 죽음은 생명활동이 영원히 불가역적으로 정지 및 소실된 상태이다. 생명활동은 평형상태(homeostasis)를 유지하는 운동으로서, 내부의 질병이나 외부 자극으로 인한 손상을 입었을 때 회복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반면 죽음은 자극에 대한 반응과 운동, 물질대사 능력이 모두 감소해 나가서 완전한 정지를 향해 변화하는 과정이다. 죽음의 과정은 가사-장기사-개체사-세포사의 단계로 나타난다. 죽음을 볼 때 인체는 세포<조직<장기<계통<개체로 구성된다는…

2021. 5. 4.-5. 요약생활 34, 35

2021. 5. 4. 화. 비 나름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날렸다. 인생이 뭐 그런 거 아니겠는가. >> 찾았다. 이런 방법이 있었네. Thank God. 늦잠을 잤다. 늦게 일어나 서둘러 준비할 때면 신경질이 났는데, 오늘은 차분하게 준비했다. 덕분에 안 늦고 잘 갔다. 학교에서 주 20시간 더 근무하기로 했다. 나름 밥벌이는 될 듯싶다. 매일 아침 아홉 시부터 저녁…

2021. 5. 3. 요약생활 33

2021. 5. 3. 월. 맑았지만 먼지로 흐림 점심으로 평양냉면을 먹었다. 필동면옥이라고 명동 근처에 있는 곳이다. 지원 할아버지께서 북에서 오신 분이신데, 이르시기를 북에서 먹던 맛과 가장 비슷한 곳이라고 한다. 먹기에 은근히 좋은 맛이었다. 평양식 냉면이라는 음식 그 자체가 아주 맛있다는 표현과는 어울리지 않다. 육수 향이 나는 것 같기도, 짠 것 같기도 한, 그렇다고 신맛이 없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