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국가(ΠΟΛΙΤΕΙΑ)』 읽기 | 2권

2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권 막바지 트라쉬마코스의 논의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2권은 책 전체를 아우르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핵심적 부분이다. 글라우콘과 아데이만토스는 트라쉬마코스의 질문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 가지 주장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살펴보자. 트라쉬마코스는, '올바른 것(τό δίκαιον)은 더 강한 자(ὁ κρείττων)의 이로운 것(τό συμφερον)'이라고 주장한다. 소크라테스는 이에 강자도 사람이니, 실수하면 자기에게 이롭지 않은 것을 법률로 정하지…

[도서요약] 플라톤 『국가(ΠΟΛΙΤΕΙΑ)』 읽기 | 1권

첫 문장은 이렇다. "어저께 나는 아리스톤의 아들 글라우콘과 함께 피레우스로 내려갔었네." 이 책 자체가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이 안의 대화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이며, 화자들은 종종 다른 대화를 인용하기도 함.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빈번히 등장. 아리스톤은 플라톤의 아버지, 글라우콘은 플라톤의 형. 이 책은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의미의 영역인 호로스(ὅρος)를 말 되는 이야기…

교양 있는 사람이 되려면

교양인이라고 하면 일단 타인이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개인적인 특성은 드러내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이와 반대로 교양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의 태도가 대상의 보편적인 성질에 맞추어지지 않은 채 그의 개인적인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교양이 없는 사람은 단지 자기 멋대로 처신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염두에 두지 않기…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1)

조직문화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그런데 조직문화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 조직문화가 소위 MZ세대를 위해 직급파괴, 파격적인 승진, 상사의 간섭을 받지 않을 자유 보장, 풍성한 사내복지, 적게 일하고 많이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조치들의 총계에 불과하다는 듯한 논조가 많다. (당장 오늘 뜬 기사만 보더라도 그렇다) 조직문화라는 말에 '문화'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조직문화를 언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문화가 무엇인지, 그런 문화가…

말의 힘

인간의 말은 힘을 갖고 있다. 말은 자기 자신과 세계, 그리고 타인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인간을 움직이게 만들고, 움직이는 인간은 모든 것을 바꾼다. 심지어는, 약속과 같은 말들이 매순간 바뀌는 인간의 마음과 모습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도 있다. 말의 힘은 변화와 안정으로 나타난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말은 인간에 한계를 짓는다. 인간이 하는 모든 말은 사실을 가리키더라도 의견처럼…

경영철학과 기업문화

여러 기업의 채용사이트를 기웃거리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소위 '뜬다'고 평가 받는 몇몇 기업들이, 특정한 책을 마치 마케팅하듯이 회사의 문화와 연관지어 공개하거나, 그 책을 읽었는지 여부를 평가 요소에 반영하겠다고 공개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에서 나는 경영철학이라는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고 본다. 이름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뜻이 있었다 과거에는 철인왕 같은 지도자가 각광받았다.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자곤의 함정

전문 용어를 자곤(jargon)이라 한다. 자곤은 일상 대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정한 산업군이나 학계처럼 제한된 공동체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동체에서는 오히려 자곤이 일상적이다. 어떤 사람의 말만 보고도 그 사람에 대해 대강 알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런데 자곤은 나름의 맥락을 지니고 있어서 일상적인 단어로는 대체할 수 없다. 흔히 사용하는 힘(force)라는 단어와 뉴튼이 사용하는 force는 결코 같을…

꼰대란 무엇인가

꼰대는 어떤 사람일까요? 국어사전에는 늙은이나 선생님을 이르는 은어라고 나와 있습니다. 혹은 자신의 경험만이 맞다고 가르치려 드는 사람을 일컫는다고도 하네요. 영어로는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멸칭인 부머(boomer)가 비슷하겠네요. 특정 세대가 남의 말을 잘 안 듣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듯이 행동한다고 보는 편견은 미국에도 있나 봅니다. "뉘예뉘예~"를 영어로 하면? "ok, boomer" 꼰대와 부머의 공통점은 남의 말을 듣지…

조직문화 포스팅 계획

아렌트의 생각을 밥벌이에 적용해보자. 그러면 조직문화뿐이다. 회사생활을 하는 데 아렌트의 생각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경영서 작가들은 모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다. 경험이 없으면 글에 신뢰가 사라진다. 그런데 나는 경험이 적다. 그렇다면 주장의 강도를 낮추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정도로만 써보자. 이 글의 목적은, 마음고생 없이 일해보자는 것. 일 때문에 치여도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는 말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