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의 정석

일기 별 것 없다. 날씨 쓰고, 그날 뭐 했는지 쓰면 된다. 한 줄이라도 매일 쓰는 게 중요하다. 이순신이 그랬다. 1월 초3일 [양력 2월 15일]<갑자> 맑다. 동헌(여수시 군자동 진남관 뒷쪽)에 나가 별방군을 점검하고 각 고을과 포구에 공문을 써 보냈다. 1월 초4일 [양력 2월 16일]<을축> 맑다. 동헌에 나가 공무를 봤다. 1월 초5일 [양력 2월 17일]<병인> 맑다. 동헌에…

내가 사랑하는 노래들 (2) | 언젠가는 – 이상은

https://youtu.be/JKoyq_WAQtc 이상은은 요즘의 기준으로도 수준급인 노래 실력과 촌스럽지 않은 패션 감각으로 주목받는다. 그런데 이상은의 영문 예명이 리체(Lee-tzsche)라는 사실을 아시는지? "신은 죽었다"던 그 니체를 연상시킨다. 아직 내가 니체를 잘 알지 못해 달리 할 말은 없다. 젊음과 사랑은 그 속에 있을 때 알지 못한다는 말. 음미할 만하다. 언젠가는 - 이상은 (1993 Darkness) 젊은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땐 사랑이…

재미있는 바둑

요새 바둑에 빠져 산다. 아주 어릴 적 바둑학원에 다녔다. 한 다섯 살 쯤이었나. 그때는 꽤나 둔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다 까먹었다. 활로가 모두 막히면 죽는다는 정도의 간단한 규칙만 안다. 그런데 이런 초보가 프로기사들 대국은 챙겨본다. 신진서 대 커제, 신진서 대 변상일을 보면서, 이런 게 예술이구나... 하고 감탄한다. 물론 왜 감탄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냥…

플라톤과 페미니즘과 통계와 능력주의

플라톤은 정치적 영역에서 성차별을 비판했다. 예를 들자면 『국가』의 이런 언급이다.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들의 일로서 여자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의 것인 것은 없고, 남자가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의 것인 것도 없다네. 오히려 여러 가지 성향이 양쪽 성의 생물들에 비슷하게 흩어져 있어서, 모든 일에 여자도 '성향에 따라' 관여하게 되고, 남자도 모든 일에 마찬가지로 관여하게 되는 걸세." (455d-e) 플라톤은 페미니스트였는가?…

나의 일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제안한 법안을 발의하는 날, 이런 일을 한다고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했다. 그때 진짜 보좌진이 되는 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슨 직함을 다는지보다 무슨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역구는 동작구. 물난리가 났다. 삶의 터전이 똥물에 토사에 휩쓸렸다. 주민들이 절망했다. 의원실 전 직원 비상근무. 준비하고 있던 법안은 무기한 연기됐다. 이수진 의원께서는 매일 재난현장을 확인하셨다.…

2022. 8. 1. 요약생활 93

아, 뿌듯하다. 요즘 일하면서 매번 뿌듯함을 느낀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를 기획재정위원회로 옮기게 됐는데, 첫 전체회의에서 내가 쓴 질의서가 읽혔다. 질의서는 기획재정부의 「2022 세제개편안」에서 '투자상생협력세제'가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쓰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원청과 하청의 상생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현안과 엮었는데 그게 주효했던 듯하다. 보도자료도 안 썼는데 기사가 났다. 하청기업…

2022. 7. 29. 요약생활 92

칼럼 대필 작가로 데뷔했다. 글은 7월 7일에 썼는데, 올라간 건 7월 17일이다. 맨 첫 문장에 헌법 제11조 제1항을 인용했는데, 때마침 제헌절에 게재됐다. 뿌듯하다. 원래 언론사 칼럼에 기고하면 글이 난도질 당해서 올라간다. 그런데 이번 글에는 사소한 통계 두어 문장만 추가됐다. 내 손으로 쓴 문장은 모두 살아남았다. 글쟁이는 이 맛으로 산다. [初選이 대한민국 바꾼다] 소외된 이들에 법의…

자전거 도둑

자전거 훔쳐서 추격전 오르막길에 납작 엎드렸다가 자전거를 놓침 자전거가 혼자 굴러가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짐 ...이라는 내용의 꿈을 꿔서 2021-07-24 2:14 pm에 메모를 남겼다. 메모라는 게 참 신기해서, 제목을 봤을 땐 응? 싶다가도, 글을 읽으니 그 꿈 내용이 생생히 기억난다. 나는 저때 아주 놀라서 일어났던 걸로 기억한다. 메모는 사실과 감정을 모두 남긴다.

2022. 7. 15. 요약생활 91

영어회화 연습하길 잘했다. 지난번에 영어회화에서 주워들은 말 가지고 요약생활 쓴 날 저녁, 식당에서 외국인을 만났다. 지원과 나는 오랜만에 닭갈비 먹자고 단골 식당에 갔는데, 옆에 외국인 남녀 한쌍이 앉더니 주문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도와주고 싶어서 기회만 엿보다가 눈을 마주쳤다. "Any help?" "Oh you speak English?"로 시작해서, 매운 닭갈비 1인분, 닭목살 1인분에 처음처럼 한 병 시켜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