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글이 적힌 티셔츠는 예뻐 보이지 않을까? 정신. 경계짓기. 무모순율, 배중률, 동일률. (아리스토텔레스 오르가논 참고 필요) 경계는 “같지 않다”에서 나온다. 동일률은 같은 것 사이의 경계를 허묾. (칸트는 “형이상학적 인식의 제1원리에 대한 새로운 설명”에서 무모순율이 아니라 동일률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 물신주의, 페티시즘. 경계 뭉뚱그리기. 관계, 인과율. 원시 페티시즘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경계 흐리기. 근대 페티시즘은…
삶
정치만큼 중요한 사내정치
“재영 씨는 정치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면서 왜 사내정치에는 둔해요?” 얼마 안 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들은 말이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에 다니던 시절, 같은 팀에서 일하던 팀원 한 분(아마 직급체계가 잡힌 대기업이었으면 쳐다도 못 볼 대선배였을 겁니다)께서 제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면 좋은 회사원이 될 수 없으리라는, 저를 생각하는 마음에 부러 꺼내신, 쓴소리였을 겁니다.…
연애의 조건
연말이라 술자리가 많습니다. 서른 즈음 20대 후반 남자들이 모이면 하는 이야기는 비슷비슷할 겁니다. 이미 취업해 안정을 꿈꾸는 친구, 꿈을 좇아 일상을 바친 친구, 방황하는 친구… 사람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사랑 이야기에는 모두가 눈을 반짝입니다. 누구를 만나느냐, 어떻게 만나느냐, 결혼은 언제 하느냐 하는 대화는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습니다. 요새 연애하는 사람 보기가 꽤 어렵습니다. 적어도…
2022. 12. 6. 요약생활 109
화요일, 맑음 카타르 월드컵은 16강으로 마감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축구를 봤다. 전반전에만 4점을 내리 잃길래 잠을 청했다. 내가 자는 동안 백승호가 멋지게 골을 넣었다고 했다. 백승호의 골을 실시간으로 본 사람이 많지 않았을 듯싶다. 영패를 당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대회였다. 오후에 출근하라기에 느즈막히 회사에 나가 일 봤다. 저녁에는 본가에 들러 부모님과 삼겹살을 먹었다. 지원과 결혼하기로 했다는…
2022. 12. 3. 요약생활 108
토요일, 진눈깨비 지난 금요일에는 지원에게 목걸이를 건넸다. 결혼하자고 말했다. 원래 연애 7주년을 맞아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 필름카메라 전문 작가를 섭외하고, 처음 만난 고등학교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작가에게 몰래 연락해 프로포즈를 하겠다고 전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지원은 아주 좋아했다. 언제 목걸이를 주나 조마조마했다. 필름카메라는 36장만 찍을 수 있다. 한장 한장이 소중하다. 4장을 남겨두고 목걸이를 건넸다. 심장 터지는…
2022. 11. 27. 요약생활 107
일요일, 맑음 하루종일 누워 있었다. 지원의 친구들과 새벽까지 놀아 체력을 회복했다. 다음주부터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을 시작한다. 괜찮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 금요일에는 지원이 국회에 방문했다. 뿌듯했다.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했으면 한다.
2022. 11. 24. 요약생활 106
목요일, 맑음 출근해서 일 봤다. 하루종일 붕 뜬 날이었다. 회의 일정부터 해서, 약속대로 진행된 게 하나 없었다. 여야간 합의가 되지 않아 회의 시작 3분 전에야 안건이 확정됐다. 마구 흔들리며 사는 게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정치는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일이다. 인간이 물건을 만드는 일처럼 하면 안 된다. 인간들이 어떤 정신적인 것을 실현할 때에는, 플라톤의 형상이나…
보이는 일, 보이지 않는 일
회계담당자 A 씨의 이야기다. 경력자 A 씨는 최근에 입사했다. 전임자 B가 퇴사한 까닭이다. 인수인계는 하루. A 씨가 없던 지난 2년 간의 이야기를 몇 시간에 압축해 들었다. B는 몇몇 계정을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고 했다. 몸이 아파 퇴사한다고도 했다. A 씨는 알겠다고 했다. B의 퇴사에는 상사와의 다툼도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다. 본격적으로 계정을 들여다보니 문제는 심각했다. 몇몇…
2022. 11. 23. 요약생활 105
수요일, 맑음 출근해서 일 봤다. 모든 일이 순조롭다. 다만 소득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걸까? 군대에서도 일해보고, 회사에서도 일해보고, 학교에서도 일해보고, 정부에서도 일을 하고 있지만, 당췌 모르겠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아서 아직은 확언할 수 없지만, 철학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건 하나 있다. 유명해지면 돈을 번다. 파렴치한 범죄로 이름을 알리는 악명만…
2022. 11. 22. 요약생활 104
화요일, 맑음 출근해서 일 봤다. 법안을 하나 만들고 있다. 새로울 건 없지만, 중요한 법안이다. 자세한 내용을 옮기기엔 좀 그렇지만,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남의 돈 빌려 쓰고 빌려준 이에게 돈 쓴 내역을 소상히 알리기로 했는데, 그냥 '알린다'라고만 계약서에 써있다. 언제 어떻게 무엇으로 알려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다. 물론 법률은 명령이나 규칙보다 추상적인 것들을 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