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3. 요약생활 111

목요일, 맑고 황사 어제는 일을 몰아쳐서 끝냈다. 국회의 국정감사에 비견되는 지방의회의 구정질문를 앞두었기 때문이다. 네 명의 의원들로부터 지시를 받아 5분 자유발언 원고 1개, 구두 구정질문 원고 3개를 모두 끝냈다. 책도 못 보고 글도 못 써 아쉬웠다. 뭐, 업무로 쓴 글도 글로 친다면야 많이 쓰기는 했다만. 여러 의원들이 잘 썼다고 했다. 으레 하는 칭찬은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2023. 4. 10. 요약생활 110

월요일, 맑음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원과 함께 살 전셋집을 구했다. 이사는 6월 중순. 조만간 상견례를 할 것이고, 결혼식을 준비할 것이다. 이렇게 한 가정을 꾸린다. 최근에 내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국회를 떠나 강서구의회에서 일하고 있다. 일은 이미 손에 익었고, 좀 더 배울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중이다. 점심시간에는 이렇게…

2022. 12. 6. 요약생활 109

화요일, 맑음 카타르 월드컵은 16강으로 마감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축구를 봤다. 전반전에만 4점을 내리 잃길래 잠을 청했다. 내가 자는 동안 백승호가 멋지게 골을 넣었다고 했다. 백승호의 골을 실시간으로 본 사람이 많지 않았을 듯싶다. 영패를 당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대회였다. 오후에 출근하라기에 느즈막히 회사에 나가 일 봤다. 저녁에는 본가에 들러 부모님과 삼겹살을 먹었다. 지원과 결혼하기로 했다는…

2022. 12. 3. 요약생활 108

토요일, 진눈깨비 지난 금요일에는 지원에게 목걸이를 건넸다. 결혼하자고 말했다. 원래 연애 7주년을 맞아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 필름카메라 전문 작가를 섭외하고, 처음 만난 고등학교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작가에게 몰래 연락해 프로포즈를 하겠다고 전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지원은 아주 좋아했다. 언제 목걸이를 주나 조마조마했다. 필름카메라는 36장만 찍을 수 있다. 한장 한장이 소중하다. 4장을 남겨두고 목걸이를 건넸다. 심장 터지는…

2022. 11. 24. 요약생활 106

목요일, 맑음 출근해서 일 봤다. 하루종일 붕 뜬 날이었다. 회의 일정부터 해서, 약속대로 진행된 게 하나 없었다. 여야간 합의가 되지 않아 회의 시작 3분 전에야 안건이 확정됐다. 마구 흔들리며 사는 게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정치는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일이다. 인간이 물건을 만드는 일처럼 하면 안 된다. 인간들이 어떤 정신적인 것을 실현할 때에는, 플라톤의 형상이나…

2022. 11. 23. 요약생활 105

수요일, 맑음 출근해서 일 봤다. 모든 일이 순조롭다. 다만 소득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걸까? 군대에서도 일해보고, 회사에서도 일해보고, 학교에서도 일해보고, 정부에서도 일을 하고 있지만, 당췌 모르겠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아서 아직은 확언할 수 없지만, 철학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건 하나 있다. 유명해지면 돈을 번다. 파렴치한 범죄로 이름을 알리는 악명만…

2022. 11. 22. 요약생활 104

화요일, 맑음 출근해서 일 봤다. 법안을 하나 만들고 있다. 새로울 건 없지만, 중요한 법안이다. 자세한 내용을 옮기기엔 좀 그렇지만,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남의 돈 빌려 쓰고 빌려준 이에게 돈 쓴 내역을 소상히 알리기로 했는데, 그냥 '알린다'라고만 계약서에 써있다. 언제 어떻게 무엇으로 알려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다. 물론 법률은 명령이나 규칙보다 추상적인 것들을 규정해야 한다.…

2022. 11. 21. 요약생활 103

월요일, 맑음 생활철학연구소를 차렸는데 파리만 날린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야매 철학관을 열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줘 재밌게 문답했다. 자기 삶과 연관된 질문을 하면 재밌다. 그게 철학이다. 출근해서 일을 보는데, 바쁜 일이 끝나니 여유로웠다. 이제부터 몰아치지 말고, 미리 하면 된다. 미래를 앞서 살자. 그렇게 살되 미래에 매몰되지는 말자. -지금껏 정말 많은 글을 썼는데, 혹시 교수님만의 글쓰기 비법이나…

2022. 11. 20. 요약생활 102

일요일, 맑음 날이 따듯했다. 때는 겨울인데 날씨는 봄이다. 어디에서는 개나리가 폈다 한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가 모조리 망하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 지원과 나들이를 갔다. 송도 센트럴파크. 잘 꾸민 공간에서 편히 쉬다 왔다. 지원의 지인에게 반려견을 데려왔다. 네 시간 남짓 함께 나들이를 했는데, 생명의 무게가 상당했다. 새로운 생명이 곁에 있다는 건, 그리고 그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