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22. 월. 맑음
출근해 일했다. 아들이 새벽에 깨지 않아 아내가 푹 잤다. 비교적 조절된 하루를 살았다. 오래된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했다. 각자의 파도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서로의 목소리가 잠깐 붙잡고 숨쉴 부유물이 되는 셈이다.
이사 계약 때문에 임대인 가게에 방문했다. 전자계약 시스템이 어렵게 되어 도와드렸다. 사실 이자 혜택을 받기 위해 내가 도움을 청했다고 해야 맞다. 닭갈비 집을 하시기에 저녁거리를 사왔다. 장인어른과 저녁을 함께했다.
의회주의에서 투명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역사는 언제부터인가? 불투명한 게 잘못인가, 투명하다고 믿는 게 잘못인가, 투명하다고 믿게 하는 게 잘못인가? 왜 그렇게 하는가?
2025. 9. 23. 화. 맑음
출근해 일했다. 아이가 새벽에 두 번 깼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새벽에 일어나지 않게 됐다. 아내가 능숙하게 아이를 달랠 뿐만 아니라 모유를 먹이는 아이라 새벽에 내가 일어나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겐 이세돌 같은 젖꼭지뿐이라 쓸모가 없다) 아내가 잠결에 발길질을 했는데 내가 얻어맞았다. 나도 잠결에 사과하는 마음으로 아내를 토닥였다. 아침에 아내에게 발길질 한 게 기억나냐고 했다. 아내는 아들을 잘 달래지 못해 속상해서 그랬다고 했다. 내가 맞은 건 기억나냐고 했다. 아내는 그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내게 토닥여줘서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출근해서는 오래된 규정들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남는 시간에는 독서모임을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더 잘 알릴까 고민하기도 했다. 아내와 점심을 먹고 다시 출근해 일했다. 오후시간은 효과적으로 쓰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아이를 돌봤다. 그동안 아내는 필라테스 첫 수업을 받고 왔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사온 비빔밥을 먹고 아기를 씻기고 먹이고 재웠다. 자기 전 아내와 함께 스트레칭했다.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고 있다. 전에는 도통 뭔 소리인지 이해를 못하다가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아 재미를 붙이고 있다.
2025. 9. 24. 수. 오후부터 비
출근해 일했다. 몸이 좋지 않아 일찍 잤다.
아침에 아내가 시리얼에 우유를 붓다가 쏟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쏟은 건 아니고, 왈칵 부은 우유 줄기가 시리얼을 맞고 그릇 밖으로 튀었다. 그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슬픔이 정확하게 그런 방식으로 왈칵 튀었다. 참을 수 없어서 눈을 감았다.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2025. 9. 25. 목. 맑음
나는 고작해야 나 자신이어서 나를 벗어날 수 없구나.
출근해 일했다. 시간관리를 잘 하지 못했다. 업무용 컴퓨터 윈도우즈를 업그레이드하라기에 그대로 따랐더니, 오류가 많다. 업무를 잘 하다가도 먹통이 될 때가 있어 하루에 두세 번은 전원 버튼을 눌러 강제종료 해야 한다. 빨리 끝내야 할 일이 있는데 컴퓨터가 멈추니 바보가 된다. 그럴 때 다른 일을 하면 좋겠건만 또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다. 그 시간이 죽어버린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죽은 사람이다.
아내가 모유수유를 끝냈다. 퇴근하고 아들과 꽃을 사서 선물했다. 아들을 씻기고 재운 뒤 아내와 축배를 들었다.
2025. 9. 26. 금. 맑음
출근해 일했다. 집에 돌아와 야구를 보며 아들을 씻기고 곧장 잠들었다. 엘지가 한화에 크게 졌다.
키에르케고르의 <불안의 개념>을 읽었다.
2025. 9. 27. 토. 맑음
아내와 아들, 고양이와 함께 두 시간 낮잠을 잤다.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시청 앞 광장을 산책했다. 비보이 공연을 관람했다. 집에 돌아와 야구를 보며 아이를 돌봤다. 엘지가 한화에 크게 이겼다. 저녁에 머리를 깎기 위해 서울대입구를 다녀왔다. 가는 길에 논문의 방법론에 아이디어를 얻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처럼 양 극단과 그 중용점을 논하는 방법이 재밌을 듯하다. 돌아오는 길에 불꽃놀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행렬에 끼어 두 배는 걸렸다. 시간을 버리다 늦게 잤다.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었다.
2025. 9. 28. 일. 비온 뒤 갬
어머니께서 아이를 봐주셔서 아내와 운동을 다녀왔다. 야구를 보려다가 우천취소됐다. 어제에 이어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시청 앞 광장을 산책했다. 비보이 대회 결승이 열린다고 했다. 일부만 보다가 돌아왔다. 3일치 일기를 밀려 자기 전에 몰아 썼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읽었다. 사회적 공개성의 특징을 도출하려 한다.
2025. 9. 29. 월. 맑음
출근해 일했다. 하던 일을 어설프게 처리했다. 곱씹게 된다.
2025. 9. 30. 화. 맑음
집에서 지음과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허비했다.
사르트르 <구토>를 읽었다.
2025. 10. 1. 수. 맑음
출근해 일했다. 총리실에서 일하는 선배를 만나 진탕 마셨다. 기억을 잃었다.
2025. 10. 2. 목. 맑음
출근해 일했다. 숙취로 고생했다. 아무것도 읽지 못했다. 집에 와 지음을 돌보고 지음보다 먼저 잤다.
2025. 10. 3. 금. 비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동네 육아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른 친구들을 만나서인지 지음이 부쩍 자랐다.
막스 베버의 <경제와 사회>가 배달됐다. 기쁘게 읽었다. 위선 논의는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시작해야 할 듯싶다.
아내가 피곤한데 집안일에 잘 참여하지 않았다. 아내에게 서운하다는 말을 들었다. 사과했다.
아내가 안방에서 갓또와 함께 자는 일을 허락했다. 갓또는 다리 사이에서 행복하게 잤다.
2025. 10. 4. 토. 비
아내가 아파 아침 내내 지음을 돌봤다. 지음이 처음으로 거실에서 낮잠을 잤다.
인공지능과 논문작업을 힘께 했다.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 목차를 짜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탓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2025. 10. 5. 일. 비온 뒤 갬
일요일 아침마다 아내와 하던 운동은 하루 취소됐다. 지음을 돌보러 와주시던 어머니께서 사정이 생긴 탓이다. 아쉽지만 아내와 함께 유모차에 아들을 태우고 산책했다. 지음이 처음으로 이마트에 방문했다. 지음은 잘 잤다.
함께 운동하는 친구 성용과 저녁을 함께 먹었다. 초밥과 쪽갈비에 청주를 마셨다.
논문 목차가 정리되니 작업이 잘 된다. 한 챕터를 거의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