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7.-21. 요약생활 229-233

2025. 9. 17. 수. 비온 뒤 갬

유당불내증은 성장이 아니라 변신의 징후이다. 인간은 성장하지 않는다. 변신한다.

출근해 일했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읽는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부조리라는 이름을 잘 붙인 듯하다. 부조리와 힘께 사는 자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성실함 아니냐고 아내에게 말했는데, 읽다 보니 카뮈가 정확히 “성실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원문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아들은 잘 크고 있다. 아내는 건강하고 아들과 잘 지낸다. 단둘이 (별 도움 안 되는 고양이와 함께) 있을 때 아들이 다소 칭얼대고 잠들기를 싫어하는 듯하다. 아내 말로는, 내가 집에 오면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한다. 옹알이도 한두 번 하는 정도인데 내가 퇴근하면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눈을 딱 맞추고 30분은 옹알이한다. 두 달이 갓 지난 아들에게 벌써 사회적 행동이 보이는 게 신기하기도 기특하기도 하다.

2025. 9. 18. 목. 맑음

출근해 일했다. 오전엔 자기통제를 잘 지켰으나 오후에 무너졌다. 한 시간 안에 꽤 만족스런 글을 써냈다. 해야 할 일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해냈다. 지금까지 하루에 세 시간 집중이 한계다. 집에 오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출근길에 아내가 이름 모를 사람에게 쓴 쪽지를 훔쳐봤다. 사랑스러운 내 아내.

2025. 9. 19. 금. 비

회사를 하루 쉬었다. 오전 내내 자다가 아기 보다가 자다가 했다. 오후에는 이사를 위한 부동산 대출 건을 해결하러 다녀왔다. 아내와 아이를 대동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기 보다가 저녁 먹고 아기 씻기고 작업했다.

아주 중요한 발견을 했다. 성실성과 진정성을 구분할 줄 알게 됐다. 성실성이 레굴루스의 사례라면, 진정성은 아브라함의 사례이다.

2025. 9. 20. 토. 구름 조금

아기 보고 쉬었다. 아내에게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신에게 바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내는 아브라함도 아브라함을 시험한 신도 별로라고 말했다. 너무 정확한 말이어서 웃었다.

낮잠을 길게 잤다. 중간에는 아들을 가운데 두고 아내와 함께 잤다.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사르트르의 <구토>를 조금 읽다가, 이제야 그나마 이해가 된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삼국지>를 조금 뒤적거리다가, 키에르케고르를 읽었다. 진정성과 위선자의 관계를 논하려다가 밤이 늦어 자기로 했다.

2025. 9. 21. 일. 이상적인 가을

아들을 씻기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했다. 아내와 함께 운동했다. 돌아와서 씻고 아들을 재우려다가 자지 않기에 아내와 아들을 안고 산책했다. 장을 좀 봤다. 낮잠을 좀 자다가 밥먹고 아들을 씻겼다.

홍조라는 고양이가 죽었다. 갓또를 많이 닮았다. 아내가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때가 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려다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말하고 안아주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