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시간과 울음

1. 갓또는 나름의 일상을 찾은 듯하다. 언제나 안방에서 함께—항상 내 가랑이 사이에서—잠을 청하던 갓또지만 지음이 함께한 이후로 의연하게 자기 잠자리를 찾는다. 새벽에도 여지없이 터지는 울음소리에도—놀란 마음에 동공이 커지고 가까이 찾아와 살펴보면서도—너그러이 자기 자리를 지킨다. 몇 주 동안의 외박에도 우울해하거나 속상한 기색이 없다. 다행히 지음에게도 고양이 알레르기가 없다. 2. 희생의 기원은 이기(利己)라는 생각을 했다. 비행기를 탈…

아이를 만지다

아기가 났다. 오늘은 아니고 6일 전. 이제야 느꼈다. 아이가 태어났구나. 아이가 태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늘 보고 듣기만 했기 때문이다. 아기를 만진 건 오늘이다. 아내의 몸에서 아이를 떼어내던 날 나는 탯줄을 자르지 못했다. 병원의 방침이 수술실에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절차가 완료된 뒤, 나는 미처 닦아내지 못한 양수와 혈액, 태지와 함께 버둥거리는 아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