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1.-30. 요약생활 215-217

2024. 12. 11. 수. 춥고 맑은 겨울 날씨.

회사에 나가 일했다, 회사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 나의 자그마한 실수를 확대해석한 상사가 고성을 질렀다. 슬프지는 않았지만 무력함이 지겨웠다. 회사일이 많아 개인 프로젝트를 거의 하지 못했다.

퇴근하고 니코마코스 윤리학 독서모임을 했다. 재미있었지만 남은 힘을 모두 짜냈다. 나는 소진됐다. 밥을 먹고 노닥거리다가 설거지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2024. 12. 28. 토. 매우추움.

독서모임에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모두 읽었다. 모임이 끝나고 책거리를 했다.

2025년에는 매주 글 한 편씩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2024. 12. 30. 월. 푹함.

올 한 해를 돌아본다.

2024년 한 해 목표는 두 가지, (1) 원고 탈고하기와 (2) 내가 한 일을 조목조목 정리하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터무니없는 목표였다. 목표가 허황돼서라기보다는 목표에 따른 세부 원칙을 세우지 않아서였다. 큰 목표를 위해서는 작은 목표를 잘게 쪼개야 한다는 것, 다른 것들이 혼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아직 너무나 모자라서 배워야 할 게 산더미이다.

결핍에 맞서는 용기가, 나에게 결핍됐다는 점을 계속해서 되뇌고 있다. 어떤 하나를 선택하면 반드시 다른 무엇은 얻을 수 없다. 하나를 선택했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그걸 기회비용이라 부른다. 그러나 나는 기회비용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꾸만 두 사람 분의 몫을 하려고 한다. 욕심이 많다. 지금까지는 결핍의 결핍이 나를 살렸으나, 앞으로는 그것이 나를 죽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했는데 시원하게 탈락했다. 원인을 분석해보면, (1) 장르에 대한 미숙함, (2) 글에 대한 근거 없는 자부심, (3) 독단에 빠진 시야가 내 글을 망쳤다. (물론 초록과 서론도 제대로 안 읽고 이 논문은 우리 학술지의 방향과 안 맞고 어쩌고를 주워섬기던 수준 미달의 인간이 학자라고 폼잡은 탓도 없지는 않다)

아마도 복선일까. 어쩐지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던 순간부터 인터넷에 떠돌던 클립의 한 장면이 계속 생각났다. 아들이 게임기로 뭔가 열심히 하다가 실패했나보다. 화면에 ‘Fail’이라고 뜨자 아빠는 아들에게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아마도 틈새 영어 공부를 하려고 했겠지. 그러자 아들은 ‘응, 다시 하라는 뜻이야’라고 대답한다. 꽤나 뜻밖의 울림을 주는 영상이어서 인기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시 하면 된다.

2025년을 맞아 새롭게 목표를 잡아 본다. (1) 매주 글 한 편씩 쓰기, (2) 아내와 노래 배우기. 이제 한 가지 주제에 천착해 매주 글 한 편씩 써보려 한다. 분량은 2,000자. 그 안에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담아야 한다. 최대한 아껴써야 한다. 아내와는 노래를 배우면사 마지막 남은 여유를 즐길 것이다. 악기를 들이기 여의치 않으니 우리 몸을 악기로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다.


오늘 하루를 정리해본다.

절반은 성공적인 하루를 보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 걸 대비해 60%만 계획을 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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