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

  피부의 표면을 기어가던 개미가 지쳐갈 때쯤 땅으로 꺼진 구덩이를 발견했다 구덩이에서는 무시무시한 악취가 풍겼다 개미는 표면을 따라 구덩이 속으로 기어갔다 개미가 구덩이 안으로 기어갈수록 주변은 점차 어두워졌다 절반쯤 어두워졌을 즈음 그러니까 피부의 황혼을 목도했을 때 개미는 자신이 구덩이의 경계에 서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 개미는 어디까지가 구덩이인지 알 수 없음을 혹은 기어가던 모든 표면이 이미 구덩이었음을 깨달았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