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 나 큰일났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겠어
아직은 아니고 언젠가
땅으로 떨어져
알몸이 드러나면
더럽고 징그러우며 고약하고 역겨운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깨끗한
그래서 더더욱
더럽고
징그러우며
고약하고 역겨운 내가
어느 맑고 높은 가을날
웅성이는 광장의 단두대 앞에서
이토록 깨끗한 인간이 순교하는
영광의 날이 찾아오면
칼날에 묻은 살점이며
내 목의 짓이겨진 단면이며
흘러나오는 피냄새를 맡고
사람들은 제각기 구역질을 하며 자리를 피할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흙바닥에 으깨진 것들을 볼 것이다
제작년 가을에도 작년 가을에도
이 땅에 사람이 살기 전부터 저것들은
냄새를 풍겼을 것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모조리 베어지지 않고 사람들과 살아온 것이다
이렇게 맑고 높은 가을날 나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그 흔하다는 은행나무 가로수를
만져도 보고 안아도 보는 것이었다
2024. 9. 25. 습작.
어쩌지 나 큰일났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겠어
아직은 아니고 언젠가
땅으로 떨어져
알몸이 드러나면
나는 더럽고 징그러우며 고약하고 역겨운 사람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깨끗한 사람
그래서 나는 더욱
더럽고
징그러우며
고약하고 역겨운 사람
어느 맑고 높은 가을날
웅성이는 광장의 단두대 앞에서
이토록 깨끗한 인간이 순교하는
영광의 날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칼날에 묻은 살점이며
내 목의 짓이겨진 단면이며
흘러나오는 피냄새를 맡고
제각기 구역질을 하며 자리를 피할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보도블럭에 으깨진 은행을 볼 것이다
은행나무는 제작년 가을에도 작년 가을에도
사람이 살기 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