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물음의 구조

1. “존재와 시간 서론 읽고 있는데 “물음이 걸려 있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우리가 존재(Sein)를 물을 때, 혹은 그에 대해 궁금증을 품을 때(fragen), 우리는 존재를 묻는 것일까요, 존재자(Seiendes)를 묻는 것일까요?

여기서 물어지는 것(Gefragtes)은 분명 존재이지만, 어쨌든 물음이 걸리는 건(Befragtes) 반드시 존재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위에 존재자뿐이고, 심지어는 존재에 대해 궁금증을 품는 우리, 즉 현존재(Dasein) 자체마저도 존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존재에 관한 물음은 현존재에게 전혀 불가능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안부를 물을 때 흔히 ‘밥 먹었냐’고 하지요? ‘밥 먹었냐’는 말은 그의 식사 여부가 궁금했기 때문에 물은 것일까요? 그 질문은 분명 식사 여부라는 존재자에 걸려 있지만(Befragtes), 그의 안부 즉 존재 그 자체에 관한 물음을 꾀하는 것(Erfragtes)입니다. 존재물음도 이와 같이 구성됩니다.

2. “저는 이걸 기표와 기의 개념으로 이해했는데 그래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매우 비슷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존재는 단지 내 의식 속에 표상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의 즉 표상(Vorstellung)도 존재자입니다. 그러한 존재자를 하이데거는 눈 앞의 것(Vorhandene)이라 부릅니다. 존재는 언제나 그 모든 걸 초월하는 것입니다. 표상으로 개념화할 수 없는 기분(Gemüt, Affekte, Gefühl)의 영역인 것이지요.

참고로, 존재물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대해서는 이 책 전체가 그에 대한 해답이니 대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존재물음에 대하여 존재자에 관한 답을 하는 영역은 공공성(Öffentlichkeit)의 영역이고, 존재에 관한 답을 하는 영역은 본래성(Eigentlichkeit)의 영역이라는 점만 짚겠습니다.

시간의 지평에서 존재의 의미를 설명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므로, 시간에 대해서도 잠시 짚자면, 공공성은 통속적인 시간을, 본래성은 시간성(Zeitlichkeit)을 존재의 지평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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