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먹사니즘에 대한 비판

(“‘지금 정치는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바로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강조했습니다.”라는 기사에 대해 올라온 “근데 먹사니즘이란 말 자체는 비논리적인게 모든 정치이념의 종착지는 이렇게해야 잘먹고잘산다임 ㅋㅋ” 이라는 메시지에 대해) 흠… 그런가요…?

정치는 이념과 결합할 수 있나요? 이념을 완성하면 정치는 끝나도 좋은가요?

그동안 이재명을 별로 나쁘게 보진 않았는데, ‘먹사니즘’을 들고 나오면서부터 마음이 팍 식었어요.

(“??? 왜요 괜찮은것 같은데 철학적으로 길게 설명해주세욤”이라는 메시지가 왔음)

… (약 세 시간 후)

으헉…. 독서모임 하고 왔더니 엄청난 토론이 있었군요…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우선 제가 읽은 텍스트는 이재명 당대표 출마선언문입니다. 그중 한 부분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단언컨대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충분한 기회를 누리고,
희망을 가지고 새 생명과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 정치의 책무입니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합니다.
경제가 곧 민생입니다.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의 핵심입니다.

...

결국 소득, 주거, 교육, 금융, 에너지, 의료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구성원의 기본적인 삶을 권리로 인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기본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이후 모든 논의가 경제와 연관되어 진행됩니다. 저는 이재명의 출마선언문에서 프랑스 혁명을 실패로 이끌었던 망령을 느꼈습니다. 물론 정치는 경제에 관한 문제를 중요하게 논해야 하지만, 경제에 관한 문제만 논하면 안 되죠. 정의와 공정, 불의에 대한 처벌, 시민들에게 절제를 익숙하게 만드는 일 등 논해야 할 일이 매우 많습니다. 프랑스 혁명은 바로 이것 때문에 망했습니다. 이런 모든 논의들이 경제적 문제에 뒤쳐져 은폐되고 말았죠. 이럴 때일수록 로베스피에르 같은 데마고그에 휘둘리게 됩니다. 출마선언문에도 나왔지만, “당원 중심 대중정당”이라는 이야기 자체만으로는 매우 멋진 말인데요. 경제적 이해관심으로 똘똘 뭉친 대중은 민주정을 마치 참주정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바로 이 위험성 때문에, 이재명을 나쁘지 않게 보던 제 시각이, ‘혹시 나쁠 수도 있겠는데?’ 하는 의구심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이재명을 파렴치범으로 몰고 간 사법·언론 권력의 책임이 크긴 하지만, 이재명 스스로 정의, 공정, 처벌, 절제에 대한 발언을 삼가는 모양새에요. 누가 뭐라 해도 해야 할 말을 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여론을 과도하게 의식했는지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용기가 부족해 보여요.

이재명은 대통령이 될 수는 있어도, 위인이 될 인물은 아닌 듯합니다. 요새 추세만 보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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