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6.- 19. 요약생활 174-188

2024. 2. 6. 화. 쌀쌀함.

출근해 일했다. 기억나지 않는다.

2024. 2. 7. 수. 추움.

출근해 일했다. 회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 온 팀장과 전 팀장에 관한 이야기다. 전 팀장은 내가 각별히 생각하는 하근 선배다. 하근 선배는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홀로 감당하고 있었다. 선배의 주장으로는, 상사가 점차 과도한 요구를 했고, 팀원에게까지 그런 일을 하게 할 수 없어서, 상사의 일을 돕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배는 팀장 자리에서 강제로 물러나게 됐다. 그 계기로 나는 선배와 더 가까워져서 좋기는 하지만.

그런데 문제는 팀원 중에 한 명이, 선배를 의도적으로 모욕한다는 것이었다. 새로 팀장이 왔는데, 새로 온 팀장과 수다를 떨면서 매번 하근 선배의 이름을 입에 올린다. 좋지 않은 쪽으로. 왠지 모르게 나는 화가 나서, 그에게 내가 몇 차례 따져 물었다. 그런 게 법 어디에 나와 있냐고. 그는 일을 못해서 내 말에 반박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까지 따돌린다. 나야 뭐 전혀 괜찮지만.

새로 온 팀장도 제대로 된 사람은 아닌지, 신입 직원까지 있는 자리에서 내가 불편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한다. 또 나 혼자구나 싶었는데, 이번엔 다행히도 다른 사람 몇몇까지 함께 불편하다 했다 한다. 적당한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고, 혹시나 모를 불편한 상황에 미리 대비하자고 했다. 역시나, 믿을 만한 구석은 역시, 내가 일한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해두는 일뿐이다.

저녁에 취미 철학 독서모임을 했다.

2024. 2. 8. 목.

출근해 일했다. 명절 전에 일찍 가라고 해서, 일찍 퇴근했다. 퇴근하고 하근 선배와 놀다 갔다.

2024. 2. 9. 금.

집에서 쉬었다.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제1차세계대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절반 넘게 보았다.

2024. 2. 10. 토.

설 연휴로 이양수 독서모임은 쉬어갔다.

점심에는 지원 할머니의 집에서 장인어른과 떡국을 먹고, 오후에는 친가에서 부모님, 누나네 부부와 의준, 헌호 형과 함께 먹고 마시며 이야기하고 놀았다.

2024. 2. 11. 일.

오전은 집에서 푹 쉬었다.

밤 9시에 동네 친구들을 모아 아귀 오마카세를 먹었다. 영록 형의 매형인 크리스와 매우 가까워졌다.

2024. 2. 12. 월.

영화를 보며 하루를 보냈다.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바스터즈:나쁜 녀석들>을 보았다. 제1차세계대전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를 봤다. 제1차세계대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모두 보았다.

2024. 2. 13. 화.

출근해 일했다. 저녁에 보안당직을 했다. 아내가 데리러 와줘 고마웠다.

2024. 2. 14. 수.

출근해 일했다.

2024. 2. 15. 목.

출근해 일했다. 저녁에는 회사 사람들과 회식을 했다.

2024. 2. 16. 금.

출근해 일했다. 내가 참여한 조례가 지역 언론의 주목을 받아 인터뷰를 지원했다. 아기들이 귀여웠다.

헤어져 힘들다던 후배와 저녁에 만나기로 했었다. 축구에 관한 미디어에서 일하는 친구인데, 손흥민-이강인 다툼이 의아하게도 주목을 받아 후배의 일이 바빠졌다고 한다. 약속이 취소됐다. 축구협회가 밉다.

2024. 2. 17. 토.

이양수 독서모임을 했다. 오후에는 취미 철학 독서모임을 했다.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저녁에 지원과 삼겹살을 먹었다. 집에서 <위플래쉬>를 보며 지원과 밤을 보냈다.

2024. 2. 18. 일. 비.

이발했다. 2023년 11월 18일 마지막 이발을 하고, 2월 18일이니 결혼한 이후로 딱 3개월 만에 머리를 자른 것이다. 나는 바버샵을 다니는데, 한 분에게 3년째 머리를 맡기고 있다. 이 분은 내 머리를 가장 잘 아신다. 매형과 장인어른도 같은 바버샵을 다니신다. 이렇게 한 가족이 전부 자신에게 오는 일이 흔치는 않을 듯하다. 바버도 처음 겪는 일이라 한다. 바버는 듣기를 참 잘 해주신다. 바버에게 머리를 맡기면서 나는 주로 철학과 과학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위선에 관한 책을 쓰다가 칸트가 이미 <순수이성비판>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해놓은 걸 보고 좌절한 이야기를 했다. 바버는 머리를 자르면서 곰곰이 듣더니, 계속 써도 좋겠다고 말해줬다. 세상에 모든 새로운 발명품은 이미 만들어진 것에 점 하나 다르게 찍어보는 걸로 만들어진다면서. 여러모로 멋진 분이다. 바버샵은 넘버포바버샵이라는 곳이다. 미군부대에서 바버 일을 배울 무렵, 4번 자리에 있어서 미군들이 ‘넘버포’라 부른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나는 이 사람이 잘 되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서울대입구역 근처를 지날 일이 있다면 이곳에서 머리를 잘라보면 좋겠다.

누나와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했다. 캠핑 느낌이 나는 텐트와 숯불을 제공하는 곳이어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었다. 비가 와서 운치 있었다. 돼지고기 목살 훈제를 처음으로 시도해봤는데, 잘 익어서 맛이 좋았다. 조카 의준을 40분 정도 안아주었다. 의준은 내 품에서 잘 잤다. 황홀한 경험이었다.

돌아와서 아내와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을 봤다.

2024. 2. 19. 월. 안개와 비.

출근해 일했다.

점심식사를 함께한 회사 동료와 대화하면서 느꼈다. 하근 선배의 사정에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내 과거 때문이었다. 나는 군대에서 소위로 근무할 무렵, 술자리에서 소령에게 맞았다. 나를 오랫동안 괴롭히던 소령이었다. 한날은 소령이 밤에 부사관 숙소까지 찾아와 술을 먹자고 했고, 나와 대위 선배 둘을 끌고 갔다. 야구를 좋아하던 하사의 방이었는데, 알루미늄 배트가 있었다. 술이 오르자 소령이 곤란한 질문을 던지며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때리기 시작했다. 알루미늄 배트 손잡이 봉긋한 부분으로 머리를 찍었다. 제 딴은 ‘콩’ 하는 장난이었겠지만, 그건 흉기를 이용한 특수폭행이었다. 한 두대가 아니라 십수 번이었다. 제일 많이 맞았던 대위 선배는 담배를 피러 나가 머리에 혹이 났다며 내게 만져보라 했는데, 만져보니 눈사람처럼 부풀어 우스웠다. 그리고 선배 둘에게 말했다. 나는 단기복무만 하고 전역할 거다. 전역하기 전에 소령은 꼭 찌르고 전역할 거다. 찌르면 상급부대에서 조사가 들어올 거다. 선배님 장기 하시는 데 방해 안 되게 저만 맞았다고 찌를 테니 그냥 ‘내가 맞는 걸 봤다’고만 답해주시라. 선배들은 주저했다. 나는 재차 물었고, 선배는 마지못해 알겠다고 했다. 나는 사단 감찰부에 소령을 신고했고, 조사가 들어왔고, 선배들은 ‘그런 사실을 본 적이 없었다, 우리 부대는 폭력 없는 부대다’라고 진술했다.

그래서 나는 배신을 싫어한다. 일관되게 사나운 사람이면 그나마 낫다. 가까울 땐 친절하다 등뒤에서 비수를 꽂는 사람이 제일 싫다. 팀장 눈에 들고 싶어 아양을 떨다, 팀장이 부당하게 억울한 일을 당하니 얼굴색을 바꾸고 전 팀장 욕부터 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나는 화가 난다.

저녁에는 종우 선배를 만났다. 국회에서 일할 때 보좌관으로 함께 일한 분이다. 단지 상사라 하기에는 의미가 깊은 분이다. 내게는 스승 같다. 국회 사람들과는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고 식사를 이어온다고 한다. 나는 사람을 계속해서 만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아직 배울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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