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9. 화요일. 춥고 눈.
봉사활동을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구상만 하는 중이다.
우리 부부의 첫 차를 구매했다. 씩씩하고 귀여운 차다.
원고 작업을 다시 시작해보려 했으나 제대로 하지는 못했다.
저녁에는 베이스를 수제작 하는 지인을 만났다. 지원의 공방과 가까운 거리에서 작업하는 분이셨다. 이야기가 재밌었다. 특히, 최근에 우리 부부는 사소한 다툼에 휘말리게 됐는데, 인간사 으레 그렇듯 지인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했다. 지인은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아니어서 우리와 달랐다. 그 점을 관찰하는 면이 재미있었다.
갓또가 선인장을 물어뜯어 걱정했다. 가시에 찔렸는지 입을 아파했다. 기침을 크게 한 번 해서, 고양이가 선인장을 먹으면 죽나 싶었다.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2023. 12. 20. 수요일. 매우 추움.
스피노자의 에티카 1권을 다시 읽었다.
시청에 문의해 오래 묵은 주차위반 과태료를 납부했다. 신혼여행을 가는 통에 기한을 놓친 탓이다.
독서모임 겸직허가 여부를 문의하니 영리행위가 아니어서 필요 없다 한다.
재미있는 판례들을 발견해 글을 써볼까 한다. 지원에게 줄 글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6. 1. 선고 2015가합549354 판결 [부정경쟁행위금지등청구의소]
서울고등법원 2017. 2. 16. 선고 2016나2035091 판결 [부정경쟁행위금지등청구의소]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217847 판결 [부정경쟁행위금지등청구의소]
서울고등법원 2020. 8. 21.자 2020나2021747 화해권고결정 [부정경쟁행위금지등청구의소]
2023. 12. 21.-22. 목-금요일.
기억에서 사라졌다.
2023. 12. 23. 토요일.
이양수 독서모임에서 한나 아렌트의 칸트 정치철학 강의를 모두 읽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원이 20여 년만에 만난 친척과 저녁을 먹었다. 지원이 친척의 집에서 잠들었다. 잘 놀다 오라고 했다.
2023. 12. 24. 일요일. 눈.
누나네 부부를 찾아 성탄 파티를 즐겼다. 조카 의준이 많이 컸다.
2023. 12. 25.-26. 월-화요일.
월요일에는 내내 집에 있었다. 갓또가 새싹귀리를 좋아하는데, 날이 추워 안 키운지 오래됐다. 갖고 있던 빈 화분을 총동원해 귀리를 심었다. 화분받ㅊ임을 샀다.
화요일에는 지원과 함께 작업했다. 차가 도착해 번호판을 기다렸다.
화요일 저녁 영록 형을 만났다. 형의 일 이야기를 들었다. 형은 자기 일을 사랑한다. 책임감도 대단하다. 형은 도덕적인 사람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형은 누가 보든 안 보든 일관된 사람이다.
2023. 12. 27.-28. 수-목요일.
차에 번호판이 달렸다. 지원이 우리 차를 가져왔다.
팀장님이 잘렸다. 의장 눈밖에 난 탓이라 한다. 팀장님과 삼겹살 집에서 점심 회식을 했다.
2023. 12. 29. 금요일.
올해 했던 업무를 모두 정리했다. 적지 않았다.
2023. 12. 30.-31. 토-일요일.
토요일 오전,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머리말과 들어가는말을 모두 읽었다. 칸트는 정교하다.
토요일 오후, 독서모임을 했다. 플라톤 국가 3-4권을 읽었다. 이제야 무지의 안개가 걷히는 듯하다. 내 독서가 틀리지 않았다.
토요일 저녁, 오랜 친구들을 만났다.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친구들끼리 체면을 차린다. 짓궂은 농담도 시시해졌다.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들은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친구 사이는 만난 기간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오래 만나도 언제든 틀어질 수 있다. 태어나고 죽듯이 만나고 헤어지는 게 사람이다. 겉도는 사이는 겉도는 대로 끊어내지 않고 만나고 있다. 겉도는 관계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지켜보면서.
일요일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지원과 푹 쉬었다.
일요일 저녁, 대학 친구들을 만났다. 모처럼 재밌었다. 이 친구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것 같다. 같이 했던 무언가에 대해 계속해서 말한다. 자기 자신의 체면이나 자기가 갖고 있는 무엇, 다른 누가 갖지 못한 무엇을 말하지 않는다. 각자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말한다. 이 친구들은 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다. 내가 피했다. 그런데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오랜 둥지가 새를 반기듯, 이들은 반길 뿐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원에게 자랑했다. 나는 이런 친구들을 곁에 두고 있다고. 집에 돌아와서는 지원과 쉬었다. 소파에 앉은 지원의, 무릎을 베고 누워, 올해는 어땠냐고 물었고, 좋았다고 했다. 내년에 어떻게 살겠다 말하지는 않았다. 한 해의 마지막 초읽기를 봤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하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