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학교라는 새터민 대안학교가 있다. 학생은 80여 명. 북한, 중국, 러시아에서 학생들이 찾아온다. 서울에서 중·고등학교 학력이 인정되는 유일한 학교다. 2004년에 개교했으니 올해로 20주년이다.
그런데 학교는 아직도 겉돈다. 중구 명동에서 셋방살이를 하다 은평구 뉴타운에 학사를 지어 뿌리를 내리려 했다.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이전 계획은 무산되고 겨우 강서구 염창동으로 옮겼다. 폐교한 염강초등학교 건물에 다시 셋방살이를 시작했다.
4층 건물이지만 임대료 부담에 2개 층만 빌렸다. 수리비가 더 드는 체육관은 그림의 떡이다. 그나마 아이들이 운동장에 만족해 다행이라 한다.
이것도 앞으로 2년 남았다. 2026년에 계약 연장이 안 되면 또 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 서울에서 허가 받은 학교라 서울을 떠날 수는 없다. 저렴하고 인심 좋은 곳을 찾기에 서울은 아무래도 각박하다.
그래도 동심은 넉넉하다. 여명학교는 세현고와 담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세현고 학생들이 지나가며 귀엽다 인사하고, 담장 너머로 간식도 나눈다 한다.
나는 교육을 생각했다. 우리 사회에서 학교는 계급 도약을 위한 전쟁터. 이곳에는 생사의 경계를 넘은 아이들도 있다. 나이에 비해 지나친 경험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좀 안아준다’고 했다. “우리 국민이잖아요.”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서로를 보듬을 줄 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뿌리 내리려는 홀씨를 굳이 파내기도 한다. 여기는 네가 올 자리가 아니라고. 그들은 무엇을 보고 배운 걸까?
나는 종교는 없지만 신앙은 있다. 이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일하다가 발견했다. 기억을 위해 공유해 둔다.